– 창간 14주년 맞은 주간미시간이 꿈꾸는 미래는?
1990년대에 유명했던 WWJD라는 문구가 있다. What Would Jesus Do?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질문인데 복음주의 기독교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전파하기 위해 필요한 도덕적인 행동이나 의무를 점검하는데 사용했던 문구다.
2001년 10월 26일 주간미시간을 창간하면서 내 자신에게 던졌던 것도 바로 이 질문이다.“예수님이 신문
사를 경영하셨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질문, 이것을 지난 14년 동안 어려운 순간이 닥쳐 올때마다 내 자신에게 던져왔다.
그동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만나면 안될 사람들도 분명 있었다. 엉뚱한 길로 가면서 한인 사회를 퇴보시키는 사람들을 만났을 땐 속상하고 답답해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그때마다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이 질문 때문이었다. 어려운 상황마다 그 어떤 언론계 선배들이 건네주는 조언보다 도움이 되었던 것은 WWJD 였다.
돌아보면 한인 사회 내부에서의 보람도 있었지만 더 큰 보람은 미국 사회와의 네트워킹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미국 사회에서 여러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며 미시간 한인사회를 소개하고 대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힘이 있으면 커뮤니티에 많은 혜택이 돌아 온다. 특히 이민사회에서는 그렇다. 이민 사회에서 올바른 언론사는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 미국인들과 대화를 할 때는 언론사보다는 커뮤니티를 먼저 내세워야 할 경우가 많다. 이것은 커뮤니티가 성장하지 못하면 언론사의 존재 목적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네트워킹 파워가 강하면 강할수록 보다 많은 기회를 연결할 수 있다. 미국 주요 재단이나 기업들이 사업을 구상하는 기획 단계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면 좋은 기회를 한인 사회로 가져 올 수 있다. 미시간 한인 사회를 위한 세일즈 맨의 역할이다. 재작년 나이트 재단에서 디트로이트 대상 아트 챌린지를 공모했을 때 아시안 사회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Knight Foundation의 내셔널 오피스 부사장인 Dennis Scholl씨를 만났을 때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아시안 커뮤니티가 성장하고 있고 디트로이트 미래를 위해 아시안들의 역할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주장했고 본보의 주장이 받아드려져 아시안들에게도 참가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 결과 미시간 한인이 10만 달러의 매칭 펀드 파이널에 오를 수 있었다. 이것이 언론사가 프론트 라인에서 커뮤니티를 챙길 수 있는 좋은 예다.
9년전부터 미시간 지역 소수인종 미디어들(주간미시간, 쥬이시 뉴스, 아랍 어메리칸 뉴스, 라티노 프레스, 미시간 크라니클)이 연합체를 만들어 공동의 관심사를 가지고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 언론사들이 뭉치고 나니 발행부수 12만, 누적 독자 50만명,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파워가 되었다. 발행인 5명이 커뮤니티를 위해 움직이면 안되는 일이 없을 정도다. 2011년에는 500여명의 미국인을 웨인주립대학에 초청해 미시간 이민정책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와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초청되어 디트로이트의 이민 정책에 대해 토의했다. 2013년에는 주지사와 함께 DSO(Detroit Symphony Ochestra)에 소수인종 커뮤니티 비지니스 경영자들을 350여명 초청해 격려했다. NEI(Mew Economy Initative) 재단에서 7만 달러를 후원해 성사된 이 이벤트에는 다수의 미시간 진출 한인 지상사들도 참석했었다. 아시안 사회 전체를 대표해야 할 본보가 한인 위주로만 초청해 일본, 중국, 인도 커뮤니티로부터 시기 어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주간미시간은 미국내 한인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미국 주요 재단들로부터 그랜트를 받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포드 재단과 나이트 재단의 후원으로 DJC(Detroit Journalism Cooperative)가 결성되었다. DJC에는 주간미시간을 비롯해 Bridge Magazine, Detroit Public Television (DPTV), Michigan Radio, WDET, New Michigan Media가 연합으로 참여해 디트로이트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디트로이트 폭동 50주년(2017년)을 대비해 공동 미디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각 사가 쓴 영문 기사가 전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며 각 커뮤니티가 당면한 문제를 이슈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이용되고 있다.
본보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경찰 수뇌부들과의 월례모임인 ALPACT(Advocates And Leaders For Police And Community Trust)에서는 제2의 디트로이트 폭동을 염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제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디트로이트에서 흑인 손님들과 갈등이 많은 한인 상공인들이 있다는 것을 여러가지 제보를 통해 알고 있는 본보는 이런 예상을 접할 때마다 다급한 마음이 든다. 보험도 없이 장사하는 한인 업주들에게 제2의 폭동은 어메리칸 드림을 송두리채 뺏기는 사건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볼티모어 폭동 당시 폭도중에 한 명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들은 우리의 이웃이 아니기 때문에 공격해도 죄책감이 없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이대로 방치하면 디트로이트에 또다른 폭동이 터졌을 때 우리는 끔찍한 피해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디트로이트 흑인 손님들 때문에 생계를 이어가는 한인들이 70%가 넘는 미시간 한인 사회가 앞에 놓인 위험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흑인 커뮤니티와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들을 차별하거나 멸시하기 보다는 고마운 고객으로 여겨 따뜻하게 대하고 더 나아가 마음을 열고 가족처럼 받아들이는 노력이 없이는 우리는 그들과 공존할 수 없다. 진실된 마음으로 디트로이트를 위하지 않고는 우리는 물에 뜬 기름처럼 디트로이트와 어울릴 수 없을 것이고 위험이 닥쳐오면 공격을 해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이방인 취급을 받을 것이다.
창간 14년을 맞이한 지금 나는 다시 WWJD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신문사의 앞날에 대한 고민이 아니다. 고민은 디트로이트에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는 한인들과 흑인 손님들의 갈등을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해결하셨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함께’이다. 디트로이트라는 세팅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갈등이 있다면 그 요인을 찾고 흑인 사회 리더들과 대화의 창구를 열어 논의해야 한다.
디트로이트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는 교회 목회자들이다. 목회자들의 영향력이 경찰의 영향력보다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디트로이트 흑인들과 한인들에게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크리스챠니티를 바탕으로 한 신앙이다. 그렇다면 디트로이트 한흑갈등 문제를 풀기 위한 열쇠는 한인 교회들에게 주어져있다. 디트로이트는 미시간 한인 교회들의 미션 필드가 되어야 한다. 한인 교회마다 디트로이트 특별 미션 팀을 만들어 디트로이트 흑인 교회들과 대화하면 우리는 절친한 친구 관계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이해하는 다양한 기회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면 디트로이트를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교회들이라면 할 수 있다. What Would Jesus Do for Detroit? 라고 물으신다면 그들의 손을 잡아 주라고 하실 것 같다. 먼 나라로 떠나는 선교팀이 없는 교회는 없다. 그 중 한 팀만 디트로이트를 위해 할애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디트로이트를 살리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디트로이트가 삶의 터전인 바로 우리 한인들을 위한 일이다. 그 한인들이 주일마다 교회에서 안전을 위해 기도할 때 하나님이 주신 응답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가운데 벌어지는 기적이 아닐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이용해 디트로이트를 변화시키는 ‘Mission Impossible’이라는 작전을 구상하고 계신 것이 분명하다.
대도시에서는 언론사가 창간 일을 맞으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축하 광고를 통해 후원을 해준다. 이런 축하 광고들이 항상 적자에 허덕이는 언론사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시간에서는 언론사 창간 일을 축하해줄 필요는 없다. 언론사의 창간 일을 축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의 안녕과 미국 사회에서의 역할 확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인 커뮤니티와 디트로이트 커뮤니티가 친구처럼 어울리며 다가올지 모르는 폭동을 예방하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래서 이런 모델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흑인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 여러 도시들에게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면, 그 때 미시간 한인 사회와 함께 그동안의 수고와 성과를 자축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을 것이다. 그것이 14주년을 맞이한 주간미시간이 꿈꾸는 미래다.
주간미시간 / 마이코리안 발행인 김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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