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픈을 없애셨나요? – 미국인으로 살고 계신가요?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I am Korean-American 이라고 답하는 한인들이 많다. 대부분의 미시간 한인 단체들의 이름에도 Korean-American 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우리는 Korean-American이란 말을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뜻으로 쓰지만 이 말을 듣는 미국인들은 우리를 한국인으로 생각할까 아니면 미국인으로 생각할까? 또 이렇게 말하는 우리는 한국인인가 미국인인가?
미국인들에게 물어보니 Korean-American이라는 말에는 아직도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본성이 숨어있는 것처럼 들린단다. 미국인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한국계라는 의미를 첨가하고 싶으면 American of Korean Heritage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조언이다.
Korean-American이라고 하면 마치 아직도 손님처럼 들리지만 American of Korean
Heritage라고 하면 미국인으로 살아가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영주권자들을 Korean-American이라고 한다면 오른손을 들고 미국의 시민이 되기를 선서한 후에는 American of Korean Heritage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여기서 태어난 우리의 자녀들도 Korean-American이라기 보다는 American of Korean Heritage일 것이다.
이것을 ‘unhyphenate’ 이라고 부른다. 코리언과 아메리칸 사이에 있는 하이픈을 떼어 내지 않으면 진정한 미국인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흑인들은 African-American이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아프리카와 관계가 없는 미국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고민 끝에 차라리 ‘Black’이라는 용어로 불리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도 미국을 아직 내 나라라고 클레임하지 못하거나 먼 나라 한국을 바라보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 미시간의 목사님들 중에도 미시간의 예보다는 한국의 예를 들어 설교하시는 분들이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시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면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속속들이 다 아는 커뮤니티 지도자들도 많다.
물론 언어적인 장벽 때문에 오는 현상일 것이다. 또한 미시간에 살고 있지만 미국 사회와 문화적, 정서적인 괴리감이 있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지도자들은 우리 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미시간에게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억지로라도 알아야 한다.
우리 지도자들은 하루에 영어로 쓰인 기사를 몇 개나 읽을까? 미국 뉴스를 접할 수 있는 뉴욕 타임스 및 주요 매거진은 놔두더라도 미시간 뉴스를 총정리 할 수 있는 디트로이트 뉴스나 프리 프레스 등에 나오는 로칼 뉴스를 얼마나 자주 접할까?
한인 사회에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지도자들이 미시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더욱 민감해 진다면 우리는 그제야 이 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목회자들이 디트로이트의 아픔을 잘 안다면 교회마다 붙어 있는 세계 선교 교구 지도에 디트로이트를 포함시킬 것이다. 오지로 떠나는 선교도 중요하지만 예수님이 말씀하신 땅 끝이 우리 바로 옆에 있는 디트로이트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다는 확신이 든다. 수많은 한인 자영업자들의 생업이 걸려있고 바로 우리 곁에서 신음하는 디트로이트의 아픔을 외면하면서 멀리 멀리 뻗어 나가는 것만이 정말 하나님의 뜻일까 의문이다.
언론도 문제다. 한국 소식도 중요하지만 미시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더 많이 전달해야 하는 사명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보는 지역 뉴스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포드 재단과 나이트 재단으로부터 그랜트를 신청해 수령했다. 3년 동안 지속되는 재단의 지원을 통해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지는 스토리에 대한 취재 빈도를 향상시킬 방침이다.
진정한 미국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시민권을 취득하는 일부터, 참정권을 실천하는 일,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일과 더불어 미국 사회와 건설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자녀들을 요직에 진출 시킬 수 있는 각종 리더십 및 인턴십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연방 인턴십 프로그램에 미시간 한인 자녀들을 보내기 위해 일 년에 $1,000 씩 기부해 주시는 10명의 후원자들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한 달 전 쓴 적이 있다. 그 기사를 읽고 6분이 자원하셨다.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 그중에는 은퇴 후에 넉넉지 않은 형편이신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외식을 줄이고 씀씀이를 아껴서라도 다음 세대를 위한 기초(foundation)를 만들고 싶다는 말씀이 감동적이었다.
나는 지금 비록 Korean-American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자녀들만큼은 American of Korean Heritage으로 살게 하고 싶은 열망이 느껴졌다. 어느 이민 사회건 1세들은 손님처럼 산다. 하지만 그들은 밤낮으로 땀을 흘리며 자녀들이 이 나라의 주인공이 되기를 꿈꾼다. 유태인도, 아랍계도 중국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꿈만 꾸지 않았다. 다음 세대가 보다 나은 형편에서 출발 할 수 있도록 기초(foundation)를 닦았다. 하지만 우리 한인 사회에는 미래를 준비하는 능동적인 사업이 없다. 이제 시작할 때이다.
이제 누가 묻는다면
Where are you from?
당당하게 말하겠다.
I am American of Korean heritage!
김택용 기자
mkweekl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