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발행인칼럼] 교회들이여 세상(DET)을 도모하자

몇년 전 디트로이트 미국 언론인들과 가진 컨퍼런스에서 황당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미시간 최대 규모의 모 미국 일간지 편집국장이 “한인 신문이 있기 때문에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에 적응하는게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했다. 한글로 된 신문이 없었다면 한인 이민자들이 영어로 정보를 얻기 위해 더욱 노력했을것이고 미국인으로 사는데 더욱 유리했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처음에는 야속하게 들렸지만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또 “만약 한인 교회들이 없었다면 한인들이 미국 교회를 다니며 미국에 더욱 빠르게 동화되었을 것이고 미국 사회에 기여하는 폭이 넓어졌을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너무 멀리 나간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소수인종들이 미국에 동화하지 않고 따로 살고있는 것에 대한 비판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반론에 대한 나의 답변은 궁색하나마 “1세들에게는 언어장애에 따른 문제가 의외로 심각하고 성공적인 미국인으로 정착하는데 한인 신문과 한인 교회들이 소프트 랜딩 및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의문이다.

한인 교회와 한인 커뮤니티는 운명 공동체다. 만약 한인 커뮤니티가 쇠퇴한다면 한인 교회도 쇠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인 교회들이 없는 한인 커뮤니티는 가능해도 한인 커뮤니티없는 한인 교회는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인교회들은 한인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야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교회들은 커뮤니티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말로는 세상에 나가야한다고 하지만 세상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지만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않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목회자들은 ‘이스라엘보다는 하나님 나라 건설이 우선’이라는 편협적인 논리만 늘어놓는다. 하나님은 세상을 다 주셨는데도 기독교인들은 교회만 가지려고 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변화시키라고 교회를 세웠는데도 교회는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한국도 그렇고 미시간도 마찬가지다.

자기 살림하기에 여념이 없는 교회들은 세상을 내다 볼 겨를이 없다. 성도들을 교육시켜 세상에 파송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허울좋은 변명처럼 들린다. 책임을 전가하는 말에 불과하다. 성도들을 세상으로 정말 내보내기 위해서는 예산도 편성하고 특정 인물을 엄선해서 정식으로 파송해야한다. 커뮤니티의 당면과제와 비전을 나눌 수 있는 팀에 능력있는 전문가를 파송하고 어떤 아이디어가 논의되었는지 보고를 받아야 한다. 목회자가 특별히 챙기지 않으면 안된다.

이벤트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자기 교회 성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어떤 아픔과 고통이 있는지 파고 들어야 한다.

어떤 교회에서는 지역 사회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칭찬하기보다는 속세에 물들었다며 왕따로 만들기도 한다. 믿음이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장로라도 한번 되려면 세상보다는 교회안에서 열심히 일하는 편이 낫다. 그래서 한인 사회를 활성화화시키고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있는 잠재 리더들도 교회내에 머무르는 쉬운 선택을 한다.

커뮤니티에 나와 봉사하려면 배로 힘이 든다. 교회 생활도 잘해야하고 사회 봉사도 해야하고 교회로 부터 눈밖에 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인재들은 교회안에서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한인 커뮤니티에는 아무도 없다. 이렇게 놔 두면 한인 커뮤니티는 죽는다. 한인 커뮤니티가 죽으면 한인 교회들도 좋을 것이 없는데도 교회는 다급하지 않아 보인다. ‘구중궁궐에 갖힌 교회’가 너무나 아늑하기 때문이다. 교회라는 성을 쌓고 그 안에 머물면 포근하기 때문이다. ‘여기가 좋사오니 그냥 여기있게 하옵소서’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님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최소한 내가 아는 하나님은 머물려고 하는 교회는 흩으셨다. 고인물은 썩기 때문이다. 미시간 한인 교회들이 하나님이 맡기신 한인 사회와 미시간 사회를 등한시하면 반드시 흩어 버리신다. 그것은 교회를 누리라고만 주신 것이 아니라 세상을 도모하라고 주셨기 때문이다. 교회를 통해 세상을 섬기는 일에 활용하지 않고 즐기려고만 한다면 교회를 세우신 주목적을 망각하는 것이다.

이제 말로만 하는 것은 위선이다. 교회가 진정으로 교회다워지려면 교회들때문에 세상이 살 맛나야 한다. “교회는 그냥 헌금 장사하는 비지니스다. 그냥 기업이다”라는 비판이 있는 이유도 교회의 영향력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미시간에는 한인 사회가 없다. 있는것 처럼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 한인 공동체가 없다. 공동체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와 집단적 이기주위만 존재한다. 또 우리 동네 전체를 보고 살림을 하려는 리더들이 없으니 어젠다 설정도 안되어 있고 그냥 개인 플레이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가 약해진 것은 교회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 비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회가 커뮤니티를 책임져야 한다는데는 찬성한다. 내 교회 네 교회만 따질 것이 아니라 미시간 한인 사회 전체의 미래를 위한 비젼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제안을하고 싶다. 각 교회에서 지역 사회를 위해 사역할 리더들을 선정해서 파송해 주기를 요청하고 싶다. 교회뿐만이 아니라 세상속에서도 하나님의 일을 할 인재를 내놓으라고 떼를 쓰고싶다. 우리 동네를 위해 고심하는 10명 아니 5명의 리더만 있어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교회들이 강건너 불구경을 할 것인지 공동체 의식을 갖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 두고 볼일이다.

하나님이 포기하지 않은 세상을 교회들이 방치하지 않기를 호소한다. 교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오도해도 좋고 돌팔매를 해도 좋다. 도를 넘었다 싶은 이런 호소가 굳게 닫힌 교회의 문을 열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다.

리더들이 모이면 디트로이트를 섬기는 일부터 했으면 좋겠다. 디트로이트 흑인 교회들과 연계하여 그들과 함께하는 한인 사회를 만드는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것이다. 많은 성도들의 삶의 터전인 디트로이트를 한인 교회들이 감싸 안아야 한다. 한인들이 겪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디트로이트와 함께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미시간 한인 교회들 때문에 한인 사회가 살아나고 한인 사회 때문에 디트로이트와 미시간이 살아나는 기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발행인 김택용
주간미시간 / 마이코리안
mkweekly@gmail.com

Print Friendly, PDF & Email

Leave a Reply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