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혼하는 사회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잘 살아달라’는 주례사의 단골 메뉴가 슬그머니 사라진 것은 이혼이 늘어난 세태의 반영이다. 가끔 주례를 설 때마다 “행복하게 잘 살아 달라”는 당부와 함께 효도와 나눔의 삶을 실천해달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분수를 지키며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때 행복의 잔은 넘치게 마련이다. 마음의 유리창을 맑게 닦으면 세상이 밝게 보이듯이, 행복이란 행복한 마음속에서만 싹튼다.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과 행동이 가정의 행복을 깨뜨리는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만큼 늘 언행을 조심하면서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 어쩌면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부부싸움은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하여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흔히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격하면 폭력으로 이어지고 이혼의 빌미가 된다. 고추당초보다 맵다는 시집살이를 하던 시절에는 여성들이 이혼하고 살 자신이 없어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소박맞았다는 주위의 따가운 눈총도 두렵고, 자식들도 걸림돌이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경제적 독립이 가능해졌고, 재산분할청구가 쉬워지면서 쉽게 헤어진다. 무엇 보다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분위기가 많이 변한 영향도 있다.
우리나라 이혼율은 세계 3위로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루 평균 370쌍의 부부가 헤어진다는 것이 통계청의 발표다. ‘청년이혼’ ‘황혼이혼’에 이어 자녀 때문에 참고 살던 부부들이 자녀대학입학과 함께 이혼을 결정하는 ‘중년이혼’이 신드롬처럼 확산되고 있다니 씁쓸하다.
이른 나이에 결혼한 젊은 세대들은 배우자에 대한 이해력 부족과 자제력이 약한 탓이다. 남은 인생이 많다고 여겨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아예 혼인신고도 없이 사는 세태도 이혼을 가볍게 여기는 풍토가 확산되는 요인이다.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로 20여 년을 보낸 여성들은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이 커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 이혼하는 경향이 많다. 황혼이혼은 오랜 세월동안 쌓인 서로간의 불신과 분노가 터져 나오면서 더 늦기 전에 자신의 행복을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혼은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식은 물론 주변사람의 마음까지 아프게 한다. 부부가 깨지면 가정이 취약하게 되고 가족이 무너지면 사회가 피폐해진다. 부부는 자녀 등 가족에 대한 무한 책무와 의무가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지난 21일은 부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나가기 위해 제정한 부부의 날이었다.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 되자’는 뜻으로 민간단체가 국회에 청원하여 법정기념일로 정한 뜻깊은 날이다. 부부가 화목해야 청소년 문제나 고령화 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를 줄일 수 있다. 이혼이 과연 행복에 이르는 최선의 선택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대화와 인내가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열쇠다.
이규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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