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시민권 박탈 우선순위 확대
테러·전쟁범죄뿐 아니라 PPP 대출·메디케어/메디케이드 사기, N-400 허위기재까지 조사 대상에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미국 법무부가 귀화 시민권자의 시민권 박탈, 즉 ‘디내추럴라이제이션’ 사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이민사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전쟁범죄, 테러, 중대한 인권침해 등 극히 제한적인 사건에서 주로 논의되던 시민권 박탈 문제가 이제는 금융사기, 정부 보조금 사기,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관련 허위 청구, PPP 대출 사기, 귀화 신청서 허위기재 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미 법무부 민사국은 2025년 6월 11일 발표한 내부 지침에서 “법이 허용하고 증거가 뒷받침 되는 모든 사건에서 시민권 박탈 절차를 우선적으로, 최대한 추진하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귀화 시민권이 불법적으로 취득됐거나, 중요한 사실을 숨기거나 고의로 허위 진술해 취득된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시민권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거 조항은 연방법 8 U.S.C. §1451(a)다.

이번 지침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법무부가 제시한 10개 우선순위다. 대상에는 국가안보 위협, 테러·간첩·민감 기술 불법 수출 관련자, 고문·전쟁범죄·인권침해 가담자, 갱단·초국가 범죄조직·마약 카르텔 관련자, 귀화 과정에서 공개하지 않은 중범죄자, 인신매매·성범죄·폭력범죄 관련자가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PPP 대출 사기,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사기 등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금융사기, 개인·펀드·기업을 상대로 한 사기, 정부 부패나 허위진술을 통해 귀화한 사례, 연방검찰이 의뢰한 사건, 법무부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기타 사건까지 폭넓게 포함됐다.
이 때문에 이민 변호사들은 “핵심은 단순한 범죄 여부가 아니라, 그 사실이 시민권 신청 당시 숨겨졌는지, 또는 신청서 답변과 충돌하는지 여부”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N-400 시민권 신청서에서 체포·기소· 범죄행위·거짓 진술·정부 혜택 관련 허위정보 여부를 묻는 항목에 잘못 답했거나, 인터뷰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누락했다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지침 역시 ‘불법 취득’뿐 아니라 ‘중요 사실 은폐’와 ‘고의적 허위 진술’을 시민권 박탈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한인사회가 주의해야 할 부분은 메디 케어, 메디케이드, PPP 대출, 세금보고, 사업체 보조금, 정부지원금 관련 기록이다. 단순 실수와 고의적 사기는 구분되어야 하지만, 정부가 허위 청구나 허위 진술로 판단할 경우 시민권 취득 과정의 ‘도덕성’ 또는 ‘중요 사실 은폐’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귀화 후 시민권자가 됐다고 모든 과거 기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시민권 신청 당시 답변과 실제 기록이 다를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시민권 박탈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절차가 아니다. 정부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시민권자가 방어할 기회도 있다. 이민법 단체 ILRC는 법무부 지침이 우선순위를 넓혔지만, 실제 박탈에는 법적 절차와 증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민사 시민권 박탈 사건에서는 형사사건과 달리 정부가 변호인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민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이민변호사협회(AILA)는 2025년 6월 법무부 지침이 시민권 박탈을 민사국의 주요 집행 우선순위로 포함했다며, 귀화 시민권 자를 겨냥한 정책 확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도 법무부의 새 지침이 과거보다 훨씬 넓은 범주의 사건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며, 시민권 박탈 절차가 정치적·선별적으로 활용될 위험을 우려하는 이민 변호사들의 반응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민권자들이 불필요하게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과거 신청서와 실제 기록을 점검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N-400 신청서 사본, 인터뷰 당시 제출 서류, 체포·기소·유죄 기록, 세금보고, 정부지원금 신청 기록, 사업체 대출 관련 자료 등을 보관하고, 문제가 의심될 경우 반드시 이민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법무부 방침은 “시민권은 절대 취소될 수 없다”는 일반적 인식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귀화 시민권은 미국 시민으로서 강력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지만, 그 취득 과정에 중대한 허위진술이나 은폐가 있었다고 정부가 입증할 경우 박탈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귀화 시민권자 들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시민권 신청 과정에서의 진실성, 서류의 정확성, 그리고 과거 기록의 일관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