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A, 2027년 가을부터 첫 학기 ‘Pass/No Credit’ 제도 도입…성적 경쟁 완화 기대와 학업 동기 저하 우려 교차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가 신입생들의 대학 첫 학기 성적을 기존의 A, B, C와 같은 문자등급 대신 ‘Pass’ 또는 ‘No Credit’으로 표시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미국 명문대 가운데서도 학업 경쟁이 치열한 미시간대가 신입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파격적인 실험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 제도는 미시간대 전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대상은 미시간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과대학인 College of Literature, Science, and the Arts(LSA) 신입생이며, 2027년 가을학기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새 제도의 핵심은 성적을 아예 없애는 것이 아니라 ‘Grade Covering’, 즉 실제 성적을 외부 성적표에서 가리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교수들로부터 A+, A, B+, B, C 등의 실제 성적을 받는다. 교수 역시 학생들의 시험과 과제, 수업 참여 등을 기존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그러나 학생이 외부에 제출하는 공식 성적표에는 첫 학기의 세부 문자성적 대신 **P(Pass) 또는 NC(No Credit)**만 표시된다.
예를 들어 한 신입생이 영어에서 A, 경제학에서 B+, 생물학에서 B를 받았다 하더라도 공식 성적표에서는 해당 과목들이 모두 ‘P’로 표시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첫 학기 실제 성적이 학생의 누적 GPA 계산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대학 첫 학기는 적응하는 시간”
미시간대가 이 같은 제도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입생들이 대학 입학 직후 겪는 심리적 압박을 줄이기 위해서다.
고등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받고 미시간대에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학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강한 경쟁에 직면한다.
특히 의대, 법대,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GPA는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기 때문에 입학 첫 학기부터 성적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미시간대 LSA는 첫 학기만큼은 학생들이 GPA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고 대학의 학습 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제도의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적이 떨어질까 두려워 어려운 과목을 피하기보다는 평소 관심이 있었던 학문에 보다 자유롭게 도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생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 아니냐” 비판도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대학 교육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경쟁과 실패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는 능력을 배우는 것인데, 성적을 가려주는 제도가 오히려 학생들의 책임감과 학업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시간대학교처럼 입학 자체가 어려운 명문 공립대학에서 첫 학기 GPA를 제외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Pass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확산될 경우 일부 학생들이 학업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제도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첫 학기의 성적 부담을 덜어준다고 해서 학업 수준 자체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교수는 여전히 학생을 기존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실제 성적 역시 대학 내부에는 기록되기 때문이다.
공대·비즈니스스쿨 등은 대상 아니다
이번 제도와 관련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미시간대 전체 학생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LSA는 미시간대 학부생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College of Engineering, Ross School of Business 등 다른 단과대학 학생들에게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시간대가 모든 신입생의 A·B·C 성적을 폐지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미국 대학 교육의 새로운 실험
미국 대학가에서는 최근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과도한 성적 경쟁을 둘러싼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명문대 학생들조차 높은 GPA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어려운 과목이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수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시간대의 이번 실험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이 학생들을 경쟁에서 보호해야 하는지, 아니면 경쟁을 통해 성장하도록 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제도의 성패는 단순히 학생들의 첫 학기 GPA가 사라지는 데 있지 않다.
성적에 대한 부담을 줄였을 때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배우고 도전하게 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학업 동기가 약해지는지가 앞으로 미시간대의 실험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