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1주년 경축사…친일재산 환수·남북 평화공존·미래지향적 한일관계·국민통합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 81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다음 80년을 향한 국가 비전으로 ‘새로운 광복’과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8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기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성장과 지역균형, 청년 기회 확대, 한반도 평화, 한일관계, 국민통합까지 아우르는 국정 방향을 밝혔다.

“지난 81년은 불가능을 하나씩 지워온 역사”
이 대통령은 먼저 광복 이후 대한민국이 이룬 변화를 강조했다.
식민지배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성장했으며, 군부독재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또한 제조업과 방위산업, 정보통신, 문화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국가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지난 81년을 “불가능을 하나씩 지우며 우리가 되찾은 빛을 더 크게 키워온 꿈과 희망의 역사”라고 규정했다. 이어 광복과 산업화, 민주화를 이룬 대한민국이 이제 또 하나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목표는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이다. 단순히 경제 규모가 큰 나라를 넘어 세계가 필요로 하고 다른 국가들이 협력하고 싶어 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독립유공자 예우 강화…친일재산 조사·환수
이번 경축사에서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독립운동 역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생존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아직 서훈을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포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독립운동 기념시설을 확충하고 독립운동 역사를 미래세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특히 지난 6월 2일 공포된 ‘친일재산귀속법’을 언급하면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부당하게 축적한 재산을 조사·환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환수된 재산은 국가가 책임 있게 관리해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의 예우와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역사적 과오에 대한 책임 문제를 과거의 논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 분야에서는 ‘성장 지도 다시 그리기’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전통적인 역사·외교 메시지뿐 아니라 경제성장 전략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자원과 역량을 재배치하고 “대한민국의 성장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고 밝혔다. 성장 거점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미래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강조했다. 과거 부모 세대가 논밭을 팔아서라도 자녀 교육에 투자하며 대한민국의 성장 기반을 만들었던 것처럼, 국가도 미래에 과감하게 투자해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경제성장의 결과가 일부 기업이나 지역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혁신의 성과와 성장의 기회가 전국의 국민에게 고르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대통령이 말한 ‘새로운 광복’의 중요한 축이다.
“청년들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청년 문제도 주요 화두였다. 이 대통령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지 않도록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두터운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과거 독립과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청년들이 시대를 바꾸는 주역이 되었듯이 현재의 청년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년 일자리뿐 아니라 교육과 창업, 주거, 자산 형성 등 보다 폭넓은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 “오래된 전쟁 끝낼 논의 시작하자”
대북정책에서는 한층 구체적인 평화구상이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는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평화 공존’ 구상을 내놓았다.
첫째는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 공존, 둘째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안정적 평화 공존, 셋째는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 공존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북한을 향해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 간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를 멈추기 위한 실효적 방안 역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관계의 목표를 단순한 긴장 완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일본에는 “과거 직시하면서 미래 협력”
한일관계에서는 역사 문제와 미래 협력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동시에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간 한일 양국이 셔틀외교를 이어가며 공급망과 에너지, 첨단산업 등에서 협력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국익에 기반한 실용외교를 통해 공동의 이익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래 협력이 과거사를 외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진정성이 미래지향적 관계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식민지배와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이 양국 국민 간 신뢰 형성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이 “가깝고도 먼 이웃이 아니라 가깝고도 또 가까운 이웃”이 되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60년을 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 역시 이번 경축사가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차이가 적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축사의 마지막 메시지는 국민통합이었다. 이 대통령은 물가 부담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 청년의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언급하면서 ‘대체 불가 대한민국’이 단순한 국가적 구호가 아니라 국민의 현실적인 삶을 개선하기 위한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치·사회적 갈등을 겨냥해 “차이가 적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민, 중앙과 지방, 기업과 노동자가 세계적인 경제·산업 경쟁 속에서 결국 하나의 팀이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서로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르더라도 미래세대에게 더 나은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목표만큼은 같아야 한다며 정부부터 타협과 공존의 정치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광복의 의미를 ‘과거의 해방’에서 ‘미래의 도약’으로
이번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의 가장 큰 특징은 광복을 단순히 1945년의 역사적 사건으로만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광복의 의미를 현재 대한민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와 연결했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광복’은 크게 네 가지다.
성장의 좌절과 미래 불안에서 벗어나는 ‘희망의 광복’, 불균형과 불평등을 넘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광복’,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넘어 전국에서 가능성이 피어나는 ‘균형의 광복’, 그리고 전쟁과 대결의 위협을 걷어내는 ‘평화의 광복’이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는 독립운동의 희생을 기억하는 동시에 “우리가 되찾은 나라를 앞으로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춘 연설이었다.
81년 전의 광복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일이었다면, 이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광복은 성장과 기회, 균형과 평화를 통해 국민의 삶을 바꾸고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면 이제 그 유산을 물려받은 세대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번 광복절 경축사를 관통한 핵심 메시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