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1주년, 이제는 ‘기념하는 역사’에서 ‘가르치고 이어가는 역사’로 바꿔야 한다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해마다 8월 15일이 되면 전국 곳곳과 해외 한인사회에서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다.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독립유공자들의 희생을 기리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사가 이어진다. 올해로 광복 81주년을 맞은 지금, 이러한 행사는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광복절, 언제까지 기념만 할 것인가?
기념식이 끝난 뒤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우리의 자녀와 손주들은 왜 8월 15일이 중요한 날인지 알고 있는가. 35년간의 일제 식민지배가 무엇을 의미했는지, 독립을 위해 누가 어떤 희생을 했는지, 그리고 미주 한인 선조들이 독립운동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배우고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다면 광복절의 모습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기념은 하지만, 역사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광복절 행사는 대부분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국민의례, 기념사, 축사, 독립유공자 소개, 만세삼창이 이어진다. 행사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것이 광복절의 거의 전부가 되어버렸다는 데 있다.
특히 해외 한인사회에서는 한인 1세와 원로세대가 중심이 되어 기념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정작 역사를 이어받아야 할 2세와 3세, 청소년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적다.
아이들이 행사장 맨 뒤에 앉아 어른들의 긴 기념사를 듣는 것만으로 역사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설명이 필요하다.
왜 한국은 나라를 빼앗겼는가.
왜 수많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에 나섰는가.
왜 3·1운동이 중요했는가.
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는가.
그리고 왜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의 한인 이민자들이 어렵게 번 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놓았는가.
이러한 이야기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광복절은 결국 어른들만의 기념일이 될 수밖에 없다.
미주 한인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
미주 한인사회는 광복의 역사에서 결코 주변인이 아니었다.
초기 한인 이민자들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과 미국 서부의 농장, 철도 현장에서 힘겹게 일했다.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았다. 대한인국민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를 조직하고 미국 사회에 한국의 독립 필요성을 알렸다.
그들은 자신들이 독립된 조국을 직접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음 세대를 위해 돈을 내고, 조직을 만들고, 목소리를 냈다.
오늘날 미주 한인들이 누리는 공동체의 기반에는 이러한 선조들의 정신이 깔려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미국에서 자라는 한인 청소년들에게 미주 독립운동사를 얼마나 가르치고 있는가.
광복절 기념식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한 번 호명하고 끝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을 다음 세대가 기억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역사교육은 일본을 미워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과거사를 계속 가르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올바른 역사교육은 특정 국민에 대한 적대감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식민지배가 왜 잘못된 것인지, 국가의 주권과 개인의 자유가 왜 중요한지, 인권을 빼앗긴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배우는 것이다.
과거를 정확히 알아야 미래의 화해도 가능하다. 역사를 잊는 것과 용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배우고 기억하면서도 미래의 일본과 협력할 수 있다. 오히려 사실을 외면한 화해는 오래가기 어렵다.
광복절의 중심을 다음 세대로 옮겨야 한다
이제 한인사회의 광복절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기념식 참석 인원을 늘리는 것보다 학생들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 한 시간의 기념사보다 한 시간의 역사교육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독립운동 역사 퀴즈대회, 청소년 에세이 대회, 미주 독립운동가 발표회, 역사 다큐멘터리 상영,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 한국 근현대사 강좌 등을 광복절과 연계할 수 있다. 한글을 잘 읽지 못하는 2세와 3세를 위해 영어 교육자료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교회와 한인회, 한글학교와 한국학교, 언론과 각종 단체들이 함께 나서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광복절 기념식의 가장 좋은 자리는 기관장과 단체장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학생들이 직접 독립운동가를 조사하고 발표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광복의 의미를 이야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광복절이 살아 있는 역사가 된다.
기념사진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의 계승이다
매년 광복절이 되면 많은 사진이 남는다. 단체장들이 태극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행사 참석자들이 함께 만세를 외친다. 그러나 사진은 남아도 역사가 남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자녀들이 10년, 20년 뒤 광복절의 의미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수십 년간 이어온 기념행사는 무엇을 남긴 것일까.
기억은 저절로 계승되지 않는다.
가르쳐야 이어진다. 광복 81주년을 맞는 지금 한인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은 행사를 얼마나 성대하게 개최하느냐가 아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얼마나 정확한 역사를 전하고 있느냐이다.
81년 전 독립운동가들은 후손들에게 자유로운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 그렇다면 오늘의 우리는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좋은 집과 재산, 교육의 기회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뿌리와 역사를 아는 것 역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중요한 유산이다.
광복절은 과거를 돌아보는 날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날이어야 한다. 이제 광복절을 ‘기념하는 날’에서 ‘가르치는 날’로 바꿀 때가 됐다. 기념식이 끝나는 순간 광복절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날부터 아이들에게 역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한다.
광복절, 언제까지 기념만 할 것인가.
이제는 기억하고, 가르치고, 다음 세대가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81년 전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선조들에게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광복절 기념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