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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정출산·트럼프 위협’ 등 외국인 17만5천여 명 비자 취소

트럼프 2기 들어 비자 취소 역대 최대 수준
범죄·체류조건 위반·이민사기부터 정치적 발언까지 심사 강화
‘원정출산’ 관련 비자도 100건 이상 취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 이후 지금까지 외국인에게 발급된 미국 비자 17만5천 건 이상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무부는 8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취임한 이후 17만5천 건이 넘는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마지막 해의 비자 취소 속도와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준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이민·입국 심사 정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국무부에 따르면 비자 취소 대상에는 폭행, 음주운전(DUI), 절도, 마약 관련 범죄 등 형사법 위반자와 미국 비자의 체류 조건을 위반한 외국인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밖에도 성폭행, 납치, 인신매매, 아동 음란물 관련 혐의 등 중범죄와 연관된 외국인의 비자도 취소됐다. 국무부는 범죄행위뿐 아니라 국가안보상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이민사기 또는 비자사기에 연루된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비자를 취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정출산’도 집중 단속

이번 발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이른바 ‘원정출산(Birth Tourism)’이다. 국무부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미국 원정출산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 사례 가운데 100건 이상의 비자가 취소됐다. 미국 정부는 이미 2020년부터 관광비자(B비자)를 이용해 미국에 입국한 뒤 출산함으로써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제한해 왔다.

현행 국무부 지침에 따르면 영사관 직원이 비자 신청자의 미국 방문 주된 목적이 미국에서 출산해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관광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출생시민권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원정출산 단속을 한층 확대하고 있다.

정치적 발언도 비자 취소 논란

비자 취소는 범죄나 이민사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국무부는 보수 정치활동가 찰리 커크(Charlie Kirk)의 암살을 축하하거나 이를 정당화하는 내용의 발언을 한 외국인들의 비자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에 입국하거나 체류하는 외국인의 정치적 발언과 소셜미디어 활동까지 비자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권·이민단체들은 정부가 국가안보와 비자심사 권한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어떤 발언이나 행동이 실제로 비자 취소로 이어지는지 명확한 기준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비자는 외국인이 당연히 누리는 권리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부여하는 입국 허가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안전과 이익에 위협이 되는 외국인의 비자를 취소하는 것은 정부의 정당한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발급된 비자도 계속 재심사

이번 조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비자를 한번 발급받았다고 해서 심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약 5천500만 명에 달하는 유효 미국 비자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지속적 심사(continuous vetting)’를 실시하고 있다. 범죄 기록이나 체포 기록, 이민법 위반 여부뿐 아니라 국가안보 관련 정보와 각종 데이터가 새롭게 확인될 경우 이미 발급된 비자도 다시 검토될 수 있다.

국무부 지침상 비자 소지자가 해당 비자 자격요건을 더 이상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기존 비자를 취소할 수 있다. 음주운전이나 이에 준하는 체포·유죄 판결도 일정 조건에서는 비자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보다 취소 속도 크게 증가

비자 취소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2025년에는 월평균 약 8천 건의 비자가 취소됐지만 2026년에는 월평균 1만 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현재까지 누적 취소 건수는 17만5천 건을 넘어섰다. 이는 단순히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합법적으로 미국 비자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까지 지속적으로 재심사하는 방향으로 이민정책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국가안보와 범죄 예방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민 옹호단체들은 정상적으로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에게까지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인 비자 소지자도 주의해야

이번 정책은 한국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한국인 가운데는 관광·상용 B1/B2 비자를 비롯해 F-1 학생비자, H-1B 취업비자, J-1 교환방문비자 등 다양한 비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비자 소지자는 비자의 유효기간이 남아 있다고 해서 미국 입국이나 체류가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범죄 또는 체포 기록, 허위 정보 제출, 비자 목적과 다른 활동, 체류기간 위반 등이 확인될 경우 기존 비자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활동까지 심사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비자 신청자와 소지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다만 ‘비자 취소’와 ‘추방’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비자는 기본적으로 미국에 입국을 요청할 수 있는 여행 서류이고, 이미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의 신분과 추방 여부는 별도의 이민법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비자가 취소됐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즉시 미국에서 추방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미국 밖에 있는 사람이 비자를 취소당하면 해당 비자를 이용한 미국 입국은 원칙적으로 어려워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불법이민 단속과 함께 합법 비자 소지자에 대한 심사까지 확대하면서 미국의 이민정책은 이제 “불법으로 입국했느냐”뿐 아니라 “미국에 입국하거나 계속 체류할 자격이 있느냐”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17만5천 건을 넘어선 비자 취소 규모는 이러한 트럼프 2기 이민정책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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