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 0.4%P 차 석패…위스콘신 ‘진보 돌풍’ 멈췄다

여론조사 22%P 우세 뒤집힌 초접전…민주당 내 진보·중도 노선 경쟁 계속

 

한국계 미국인 정치인 프란체스카 홍(Francesca Hong·홍윤정) 위스콘신주 하원의원이 민주당 주지사 후보 경선에서 불과 0.4%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선거 직전 일부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의 우세를 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던 홍 의원은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였지만, 데이비드 크롤리(David Crowley) 밀워키카운티 행정책임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한국계 미국인 사회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홍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고 11월 본선까지 승리할 경우 미국 최초의 한국계 주지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위스콘신 역사상 최초의 여성 주지사라는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개표가 98% 이상 진행된 시점에서 크롤리는 31만3,321표를 얻었고 홍 의원은 31만110표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약 3,200표에 불과했다. 수십만 명이 참여한 주 전체 선거에서 불과 몇 천 표가 승부를 가른 셈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선거 직전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 사이의 큰 차이다. 홍 의원은 일부 조사에서 크롤리를 무려 2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이는 여론조사상의 지지율과 실제 투표 참여율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특히 경선에서는 일반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각 후보 지지층의 실제 투표 참여가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젊은층과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는 후보라 하더라도 이들이 실제 투표장에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홍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 위스콘신 민주당 내 가장 뚜렷한 진보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의료보험 개혁, 노동자 권익 확대, 주거비 부담 완화, 환경 보호 등 진보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문제에서도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인공지능 산업의 급성장으로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력 소비와 물 사용량, 환경 문제, 지역사회 비용 부담 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홍 의원은 무분별한 개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이 같은 정책은 젊은 유권자와 진보 성향 민주당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대기업과 정치권의 기존 관계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에게도 홍 의원의 메시지는 상당한 호소력을 발휘했다.

반면 크롤리는 상대적으로 중도적이고 실용적인 정치 노선을 강조했다. 밀워키카운티 행정책임자로서 쌓은 행정 경험을 앞세워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물론 중도 성향 유권자까지 폭넓게 공략했다.

결국 민주당 유권자들은 초접전 끝에 크롤리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결과는 최근 미국 민주당 내부에서 이어지고 있는 ‘진보 대 중도’의 노선 경쟁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어떤 후보와 메시지가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진보 진영은 의료비, 주거비, 소득 불평등 등 생활과 직접 연관된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젊은층과 노동계층을 다시 끌어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도 진영에서는 위스콘신과 같은 경합주에서 지나치게 진보적인 후보를 내세울 경우 중도층과 무당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번 위스콘신 경선 결과는 최근 다른 중서부 지역에서 나타난 정치 흐름과 비교해 볼 때 더욱 흥미롭다.

미시간에서는 진보 성향의 압둘 엘사예드(Abdul El-Sayed)가 민주당 연방상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미네소타에서도 진보 성향 정치인들이 강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위스콘신에서는 중도 성향의 크롤리가 홍 의원을 가까스로 누르면서 중서부 민주당의 정치적 방향이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지는 않았음을 보여줬다.

위스콘신은 미국 정치에서 특히 중요한 주다. 대통령 선거와 연방선거 때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 즉 경합주로 꼽힌다.

최근 여러 차례 주요 선거에서도 두 당의 격차가 1%포인트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정치 성향이 팽팽하게 갈려왔다. 따라서 위스콘신 주지사 선거 결과는 단순한 지역 선거를 넘어 2026년 미국 중간선거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민주당 후보가 된 크롤리는 오는 11월 본선에서 공화당의 톰 티퍼니(Tom Tiffany) 연방하원의원과 맞붙게 된다. 본선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도층과 무당파 유권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홍 의원에게 이번 패배는 아쉬운 결과지만 정치적으로 반드시 실패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주 하원의원 출신의 한국계 여성 정치인이 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선거에서 유력 후보와 거의 대등한 득표를 기록했다는 점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약 3,200표 차이라는 결과는 홍 의원에게 이미 주 전역에서 통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향후 연방하원이나 연방상원, 또는 다시 주지사 선거에 도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거론될 수 있다.

한인 사회의 입장에서도 이번 선거는 의미가 적지 않다. 과거 한인 정치인들의 활동이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등 한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미시간과 위스콘신 등 중서부에서도 한국계 정치인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카 홍의 이번 도전은 비록 0.4%포인트 차이로 멈췄지만 미국 정치에서 한국계 정치인의 활동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동시에 이번 경선은 또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이 진보적 변화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경합주 승리를 위해 보다 중도적인 노선을 택할 것인지다.

위스콘신 유권자들은 이번에는 크롤리를 선택했다. 그러나 불과 0.4%포인트 차이까지 추격한 프란체스카 홍의 선전은 미국 민주당 내부의 진보 움직임이 결코 약화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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