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폐허가 된 캔버스에 희망을 그리다.’ – 하이델버그 프로젝트

– 디트로이트 사진사 이재승의 포토에세이                – “Snap + Story, 디트로이트 네 이야기를 들려줘”

곱고 예쁜 드레스를 입은 숙녀들 그리고 멋진 중절모와 양복을 차려입은 신사들. 길거리에는 손님을 나르는 택시와 버스가 쉼 없이 오가고, 사람들로 넘쳐나 발 디딜 틈이 없는 곳. 디트로이트 역사박물관 벽 한구석에 있는 흑백사진 속 1920년대 디트로이트의 모습입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보여주 듯, 과거 디트로이트는 정말 ‘남 부럽지’ 않은 도시였습니다.

그 영화롭던 순간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는지 카메라를 들고 나선 디트로이트 주택가 거리의 모습은 정말 참혹합니다. 다운타운을 조금 벗어나 들어선 주택가 길은 오랫동안 관리를 안한 듯 움푹 움푹 파여있고, 이미 낡을대로 낡아버린 신호등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 위태 합니다. 집들은 마치 전쟁이라도 나 화마가 휩쓴 듯 앙상한 구조만 남아 있습니다.

이미 이렇게 폐허가 되어 버려 스산함 마저 느껴지는 디트로이트 주택가를 대부분 외면하기 일쑤지만, 수십년 전 이곳에서 예술적 아름다움과 희망을 발견한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예술가 타이리 가이튼 (Tyree Guyton)입니다.

타이리는 디트로이트 주택가에 있는 ‘하이델버그 (Heidelberg)’ 거리 양구석의 불타버린 집들과 조금 온전한 집들을 모두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하이델버그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집과 거리를 하나 하나씩 꾸며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타이리의 야심찬 계획을 들은 미국의 많은 예술가들도 하나 둘씩 이곳에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낡아버린 집들은 가지각색의 알록달록한 페인트 옷을 다시 입었습니다. 길가에 버려졌던 자동차는 땅속에 묻혀 작은 나무의 화분이 되었습니다. 길거리 여기저기 널부러진 헌신짝, 헌옷가지들은 얼핏 정리가 안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그마저도 여기선 작품이 됩니다. 버려진 집에서 나온 살림 살이는 다시 예술 작품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 살던 때를 추억합니다.

재밌고 특이한 작품들도 많습니다. 길거리 떡하니 서 있는 큰 가로수 위에 쇼핑카트들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인형들은 하루나절 태평하니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산타클로스가 타고 있는 택시에는 온갖 인형들로 채워져 당장이라도 디트로이트 주택가 여기 저기 아이들에게 달려가 선물을 나눠줄 모양입니다.

하이델버그 거리를 거의 다 구경하고 끝자락에 닿을 때 쯤이면, 노란집을 지키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구경꾼들을 부릅니다. 이곳은 바로 ‘디트로이트의 방명록’이라는 불리는 노란집 (Heidelberg Yellow House). 이 집의 주인인 벨 (Otila Bell) 아주머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 벽 사방에 디트로이트를 위한 희망 메시지를 부탁합니다. 세계 각지, 미국 전역에서 방문 했던 사람들은 노란집 벽에 “디트로이트의 회생을 기원한다”는 각종 메시지로 희망을 노래합니다. 디트로이트를 사랑한다는 많은 메시지도 보입니다.

오늘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폐허가 된 디트로이트 이곳 저곳을 바라봅니다. 가끔 한 없이 맑은 날 밝은 햇빛 마저 감춰지는 이곳에서 희망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생각 해봅니다. 하이델버그 프로젝트는 이렇게 폐허가 된 캔버스에 희망을 그려 넣고 있습니다. 예술로 다시 태어난 디트로이트 주택가에 다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예전의 모습을 되 찾아가는 디트로이트의 모습이 제 카메라 뷰파인더에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 Jae-Seung Lee Photography in Detroit
http://www.facebook.com/jsl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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