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 인생(人生)에 지우개가 있다면”

– I wish Life came with an Eraser-

우리는 일상에서 시간(時間)은 한없이 반복(反復) 할 것처럼 느껴져 오다가, 문득 우리의 삶이 무한이 계속되는 것이 아님을 느낄 때 우리는 당황하게 된다.

가벼운 교통사고로 찾은 병원에서 불치(不治)의 청천병력(靑天霹靂)의 병력(病歷)을 발견 하는 경우와, 감기증상으로 병원에 들렸다가 돌연 말기 암(癌) 진단이 내려 졌을 때의 비통함, 인생의 중요한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무의미해지며 무너지는 경우일 것이다.

수 년 동안의 수술과 투병생활을 반복해오며 인생에 대한 눈을 뜨고 새로운 삶을 사는 이들이 우리 주위엔 있다.

이런 특별한 경우에 병은 고통이지만, 그것을 통해 그들은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돌아 보게 되는 축복이라고 말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은 지난 한 해의 삶을 돌아 보며, 과연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내게 마치 시간이 끝나는 것처럼 다가 오기 때문이다.

사실 한 해의 시작과 끝이라는 관념은 인간의 작위적인 구분이지만, 일 년이란 지구가 원 운동을 하면서 지구가 한 바뀌를 돌고 그 자리에 다시 왔을 때까지의 시간을 말하며, 끝나는 점이 연말(年末)이고 점의 시작이 연시(年始)라 하고, 삶도 인생(人生)도 시작(始)과 끝(末) 사이의 선(線)이 같은 것 을 깨닫고 이를 돌아볼 때가 바로 삶의 의미를 성찰(省察)하게 되는 순간이다.

“나의 인생에 지우개가 있다면” 위 제목은 구랍 2009년 마지막 주일(12월27일) 디트로이트 한빛교회 (오용주목사)의 설교 제목 이었다.

주보(週報)를 받자 문학적… 철학적…신앙적… 다윗 임금이 자기 죄(罪)를 도말(塗抹)해주시고 죄과를 씻어 달라는 통회(痛悔)며 호소(呼訴)의 간절(懇切)한 말씀을 부흥 회 에서 또 다른 목사님 설교 에서도 여러 번 들은 기억 이 있지만 절기가 연말인 만큼 지난 한해 동안 알고 모르고 지은 죄, 아니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 할 수 없는 지은 수 많은 죄악들!! 가슴속 깊이 죄여오는 참회와 호소의 기도, 삶의 성찰이 사정 없이 가슴을 후비고 몰아쳐 들어왔다.

기독교인중 아들을 다윗(David)으로 작명하는 분이 많다. 다윗은 이스라엘 자기민족을 괴롭히는 거구의 골리앗을 눕힌 씩씩하고 용감한 장군이지만, 그러나 눈물로 회개 하는 왕, 노래와 춤으로 여호와을 찬양하며 영광을 드리는 예인(藝人)이며 시인(詩人)이었음을 시편에서 읽을 수가 있다.

예술가(藝術家)는 인생의 포도주를 만드는 사람이다 “포도주 없는 빵”은 가미(加味)가 덜하듯 예술이 없는 인생은 삭막하다. 예술이란 인생의 맛과 생활의 향기와 비슷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을 여행하면 사람마다 조금은 느낌이 다르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두 가지로 벅찬 감격의 느낌을 말한다.

알프스의 영봉(靈峯)에 올라가서 자연미(自然美)의 극치인 3천 4백 56미터의 만고의 설산(雪山)들을 눈 아래 굽어보면서 즐거운 감격을 느끼며 우주가 창조되는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녹지 않는 백설의 선의(仙衣)을 입고 침묵 속에 의연히 서 있는 순백의 처녀봉 융프라우(處女峯), 하나님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자기의 손을 보고 스스로 도취 하였을 것이라고 말하며, 시성(詩聖)인 괴테는 젊어서 이 설봉(雪峯)을 보고 감격해서 모자를 벗고 몇 번이고 절을 하였다고 한 알프스, 동양의 시성(詩聖) 이태백(李太白)의 시(詩)에서도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인간의 세계가 아니고 별천지”라고 읇었다.

알프스가 장엄(莊嚴)한 자연미(自然美)의 극치(極致)라면, 미켈렌젤로의 거작(巨作) 다윗 상(像)은 인간이 창조(創造)한 예술미(藝術美)의 최고봉(最高峯)일 것이다.

프랑스의 휴머니스트 로맹 롤랑은 <천재(天才)를 믿지 않는 사람이나 예술의 숭고성(崇高性)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태리 플로렌스 아카데미 미술관 한 방에 가서 길이 5 미터 50 센티의 대리석으로 아로새겨진 이 거대한 작품(巨大作品) 미켈란젤로의 다윗 상(像)을 바라보라고 했다. “생각하는 사람” 로댕, 피아디스도 이런 신품(神品)을 창조하지 못했다.

나는 지난 연말 마지막 주일 “내 인생의 지우개가 있다면” 예배시간 천재작가 미켈란젤로가 26세 때의 작품인 하얀 대리석 <다윗>상을 생각하며 은혜의 시간으로 몰입(沒入)해 갔다.

힘과 용기와 지혜(智慧)의 청년 이스라엘의 용사 다윗! 민중의적 골리앗을 정의와 분노의 눈초리로 노려보는 다윗! 왼손엔 돌팔매의 망태를 메고 오른손에는 돌을 쥐고 두 발로 대지(大地)를 힘차게 디디고 서있는 다윗! 높고 우뚝 솟은 코 굳게 다문 입술!
젊음과 힘과 기백이 약동하는 억센 생명의 맥박!
다윗은 지금 이스라엘 민중을 괴롭히는 거인 골리앗을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노려보고 있다.
그것은 엄숙한 순간이요 숭고한 장면이다. <다윗>의 눈에는 분노가 있고, 그의 가슴에는 기원(祈願)이 있다.

그런 그에게도 실수가 있었지만 그러나 그는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지도자였다. “서울시(市)를 온통 헌신(獻身) 한다”는 허튼 말보다, 용산사태와 춥고 가난한 서민들의 한숨을 보듬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그런 지도자가 더 보고 싶고 그립다.

온몸이 땀과 먼지투성이가 되어 대리석을 다듬는 조각가와 강단 위의 설교자 순백의 대리석 다윗 상(像) 이 같이 함께 겹쳐 내게로 다가온다. <예술가 가 예술을 창조하고 있는 동안은 일개의 종교가 다>라고 말한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이 에누리 없는 말이었다.

최고의 은혜와 감격은 침묵으로 표현 되며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예배가 끝나고도 자리를 곧 바로 뜨지 을 못했고 얼마 후 밖으로 나와 운전석에서 다시 진지하게 지난해에 <지워 버릴 것과 붙잡아야 할 것>을 물어보고 또 물어보았다. “내 인생에 지우개가 있다면!!” – I wish Life came with an Eraser. –

ㅡ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되다.ㅡ

2010년 원 단
황 연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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