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믿고 얼마 되지 않았던 청소년 시절에 달란트의 비유를 읽거나 들으면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주인이 종들에게 맡긴 돈의 액수 때문이었다.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맡기는 행위가 왠지 아이들에게 동전 몇 개를 쥐어주는 것처럼 들려 현실감 없는 소꿉장난 같고 어색하기 그지없었다(마 25:14-30). 동전 몇 개를 가지고 무슨 장사를 하라고… 하지만 내가 했던 오해와는 달리, ‘달란트’(헬라어 발음으로는 ‘탈란톤’)는 상당한 가치를 표시하는 화폐 단위였다. 이것이 어느 정도의 액수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확정된 결론이 유보되고 있다. 본래 달란트는 메소포타미아, 가나안, 이스라엘 등지에서 무게를 가늠하는 큰 단위였다. 어떤 이는 대략 75 파운드 정도로 짐작하는데 그 경우 한 달란트는 34 kg이 된다. 혹자는 40 kg을 약간 못 미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지역에 따라 다르기도 했다.
통화(通貨)의 가치를 의도할 때, 달란트는 대개 이 정도의 무게를 지닌 금이나 은이었다. 우리 개역성경에서 “금 다섯 달란트”(마 25:15)라고 번역을 해 놓았지만 이것은 짐작에 의한 것이고 헬라 원문에는 그냥 ‘다섯 달란트’이다. 금으로 보았던 개역성경의 추정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금 35-40 kg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요즘의 젊고 날씬한 여성 한 명의 무게에 버금가는 금덩어리를 상상해 보라. 금 40 kg이면 요즘에 얼마나 갈까?
당시 금의 가치가 오늘날의 금 가치와 꼭 같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한 달란트를 오늘날의 화폐가치로 직접 환산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당시의 화폐 단위로 계산을 할 경우 한 달란트는 자주 6000 데나리온 또는 6000 드라크마와 비교된다. 예수님의 비유를 통해 보건대 한 데나리온은 당시 일용근로자의 하루 품삯 정도였을 것이다(마 20:2). 일주일에 6일을 쉬지 않고 일하면서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하면 1년에 312 데나리온 정도를 모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볼 때 당시의 일용근로자가 한 달란트를 모으는데 19-20년이나 걸려야 했다. 물론 한 푼도 쓰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의 계산이다. 그러니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리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일생을 가도 모을 수 없는 돈이 한 달란트였다.
내가 한 달란트 밖에 못 받았다고 불평할 수 있는 것인가? 역사에서 다섯 달란트나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들이 ‘천재’라는 이름으로 가끔 등장한다. 그러나 압도적 다수를 구성하는 보통 사람들인 우리는 모두 한 달란트 정도 받은 사람들이다. 하나님께서 그것으로 일하라고 우리에게 맡기시며 준 한 달란트는 결코 무시할만한 가치의 은사가 아니다. 그래도 땅에 묻어둘 것인가? 더구나 마태복음 18:21-35의 비유에 따르면 우리는 천문학적 수치인 일만 달란트의 죄를 탕감 받은 사람들이다. 달란트는 이래저래 놀라운 하나님 은혜의 상징이다.
유승원 목사의 목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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