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승원 목사의 재미있는 성경상식 (13) : 생일보다 제삿날?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가장 대표적인 절기가 무엇인가 물으면 대개는 크리스마스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굳이 기독교를 대표하는 절기 하나를 집어내 고르라면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성탄절이라기보다 그분이 죽고 다시 살아난 때인 부활절이다. 실제적으로 처음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탄생일에 대해 그다지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의 생일이 현재의 양력 12월 25일인지를 성서적으로 정확하게 고증할 방법도 없다. 그러나 예수님이 죽고 부활한 날은 확실하게 기록이 되어 있다. 예수님은 유대의 명절인 유월절 절기가 시작된 주 안식일 전날(금요일)에 죽었고 안식일 이후 첫째 날(일요일)에 다시 살아난 것으로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부활절의 경우 정확한 고증이 가능하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의 부활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일상적 개념에 빗대어 말하자면 예수님께는 생일보다 제삿날이 더 중요했던 셈이다.

초기 사도들의 행적을 기록하고 있는 사도행전의 헬라어 원전을 읽다 보면 한 곳에서 영어나 한글 번역본에서는 감지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내용이 이 부활 신앙과 관계된 기사(記事)로 발견된다. 사도 바울이 아테네의 에피큐로스 학파와 스토아주의 철학자들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행 17:18). 이 철학자들은 바울이 “타지(他地)의 신들”(zenon daimonion)을 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유대교와 기독교는 철저한 유일신교인데 이들이 바울의 전도 내용에 “신들”이라는 복수를 붙인 것이 의아하다. 그 이유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헬라어 원문을 그대로 직역하면, “이는 그가 예수와 아나스타시스(부활)를 전했기 때문이었다.” 부활이라는 단어인 “아나스타시스”는 여성 명사이기 때문에, 이 철학자들은 바울이 예수라는 남성 신과 그의 아내인 여신 “아나스타시스”를 전하는 것으로 오해를 했던 것 같다. 희랍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가 헤라라는 여신을 거느리고 있었던 것처럼 바울이 전하는 예수도 그 아내 된 여신 아나스타시스를 동반했던 것으로 지레짐작한데서 발생한 실수였다.

그리스도인들이 볼 때는 어처구니없고 불경스러운 오해이지만 이 해프닝이야말로 전도자 바울이 선포했던 복음의 중심이 철저하게 ‘예수의 부활’과 ‘신자들의 부활’이었음을 반증(反證)해 주는 역사적 사실(史實)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그저 다시 사신 예수님을 만난 목격자들로서 그의 부활(復活)을 증언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예수 부활의 목격이 너무도 확실하여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갖고 전투적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에 당시 반대자들이 그를 막을 별다른 길도 없었다. 예수의 처형 후 뿔뿔이 흩어졌던 제자들이 공포 분위기 속의 예루살렘에 다시 모이게 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역사적 해석도 예수님의 부활뿐이다.

유승원 목사의 목회 칼럼

http://www.kpcmd.org/KPCMD2.0/bbs/board.php?bo_table=Pastor_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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