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미시간 창간 15주년 기념 칼럼
[주간미시간] 김택용 기자 = 15년이 흘렀다. 미시간 한인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되는 매체가 되겠다고 주간미시간을 창간한지 벌써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변했나? 좋아진게 있나 되돌아 보면 오히려 통렬한 반성뿐이다. 15년전보다 커뮤니티는 더 갈라지고 약해졌다. 당시만해도 제대로 된 한인회 조직이 있었고 상공회의소, 뷰티협, 세탁협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연말 파티를 하면 3~400명은 쉽게 모였고 사회적인 문제를 고쳐보려는 의식이 살아 있었다. 주간미시간과 같이 시작했던 문화회관도 새로운 기치를 들고 꿈틀거렸고 세탁협이나 뷰티협도 나름대로의 어젠다를 놓고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각 단체들이 협력해서 한마음 파티를 열고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한인회를 돕기도 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다 사라졌다. 한인회도 유명무실해져서 사익을 위한 허물좋은 단체로 전락해 버렸고 뷰티협도 회장단은 있지만 회원들의 관심이 떠난 상태고 세탁협은 공중분해된지 오래다. 미시간 한인 상공회의소가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근근히 명분을 지켜가고 있지만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칠만한 힘은 없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타 커뮤니티와는 달리 한인 사회는 왜 이렇게 퇴보하는 것일까? 여기서 살아가는 미시간 한인들의 시대 정신과 가치는 무엇일까? 미시간 한인사회에 ‘커뮤니티’라는 개념은 아직도 존재하는 것일까?
흩어지기를 좋아한다는 한국인들은 미시간에 와서도 결국 협력하지 못하고 이렇게 뿔뿔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미국인들보다 더 이기적인 한국인들은 실로 전체를 보는 눈이 없는 것일까? 미국에 살면서 우리에게 불리한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오피니언 개진의 노력도 없이 이렇게 수동적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리더십 부재, 팔로워십 부재, 연속성 부재, 오피니언 리더 부재 등 여러가지의 원인과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그렇다면 언론의 책임은 다 해 왔는가?
주간미시간이 15년간 무엇을 했을까? 했다고 한 것이 옳은 일이었나? 생존에 눈이 멀어 타협이 지나쳤던 것은 아닌가? 커뮤니티의 힘을 빼는 악역을 담당한 것은 아닐까? 지나친 갈등을 조장하지는 않았나? 무작정 비호한 세력은 없었나? 선의의 피해자는 없었나? 주간미시간이 존재함으로써 이 사회에 득이 되었을까 아니면 실이되었을까?
곰곰이 복기해보면 아쉬운 순간들이 보인다. 가장 아쉬운 것은 점점 사람들의 마음을 잃어 간다는 점이다. 창간 초기에 받았던 독자들로부터의 칭찬과 기대가 사라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 당시에는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여겼고 언론으로서 마땅히 지적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지만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아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나고 보면 아무일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날을 세웠어야 했던가 반성도 된다. 내가 점점 날카로운 바늘이 있는 고슴도치로 변해가면서 불편한 상대가 되었다는 것도 느낀다.
이런 것을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딜레마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언론인의 길이라는 것이다. 신문을 하면서 만인에게 칭찬을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기자는 전투병이다. 때론 수사관이다. 사회적인 현상을 놓고 분석하고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버거운 위치에 있어야 하는 언론인들은 어느 곳에서든 껄끄러운 상대다.
수많은 비굴한 기자들 속에서도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싸워 준 선배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나 감시자의 눈을 뜨고 있는 기자들의 수고가 있었기 때문에 미국도 이만큼 이나마 굴러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편 네편 가르지 않고 정의를 위해 사감을 버릴 수 있다면 진정한 기자일 것이다. 쉽게 흥분하지 않고 냉철한 논조를 펴낼 수 있다면 진정한 기자일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지역 사회 일원들을 사랑하는 애민의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어용일 것이다. 언론의 사회적인 책임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용과 배려도 동시에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단체보다는 회원 위주로
단체들이 쇠퇴해가고 있는 이유를 탐문해 보면 단체들이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듣는다. “단체가 소수 몇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 또는 “의견 수렴의 과정이 불공정하고 독단적이다” 라는 비판을 가장 많이 듣는다.
그래서 주간미시간은 그동안 단체를 위주로한 취재에서 개별 회원에 대한 포커스를 높힐 방침이다. 회원 개개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수렴할 기회를 더 갖고 싶다. 뷰티협회나 세탁협 등의 단체가 있지만 회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성이 약한 단체들이 소수의 의견을 모아 전체를 호도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회원 개개인들이 단체에 무관심하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리더를 자청하며 회장직을 상습하면서 개인적인 만족과 혜택을 누리겠지만 뒤에 숨겨진 회원들의 마음은 닫혀지기 때문이다.
국가보다 국민이 중요하듯이 단체보다는 회원이 중요하다는 뜻을 받아 현장에서 일하시는 일반인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는 언론사로 탈바꿈해야 겠다.
미시간 한인 행복 스토리 발굴하기
미시간에는 4만여명이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중 소중하지 않은 가정은 없다. 중요하지 않은 인물은 없다. 매일 매일 열심히 일하며 어메리칸 드림을 성취해 가는 이들 모두가 영웅이다.
주간미시간의 앞으로 15년은 미시간에서 행복한 삶을 꿈꾸며 열심을 다하는 한인들의 성공 스토리를 담아내는 매체로 변모하고 싶다.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누구에게나 희망을 주는 긍정적인 우리들의 스토리를 엮여 내고 싶다. 부정적이고 사익적인 리더십에 함락당한 단체들을 비판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기 보다는 희망적인 개인들의 삶을 조명하여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역할로 전환하는 것이다.
결국 이민 사회의 역사는 단체나 협회의 역사가 아닌 개개인들이 살아가는 시간과 의미들의 묶음이기 때문이다. 또 때가 무르익으면 이런 긍적적인 에너지가 결합하여 정상적인 단체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신문사의 성장보다는 지역 사회의 성장이 꿈이었고 그것을 위해 신문이라는 도구를 잠깐 빌렸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지나 15년이 되는 동안, 부정적인 것에 먼저 시선을 뺏겼던 것을 시인하고 반성하며 긍정 에너지를 찾아 헤매는 기자가 되고 싶다.
언론인 신뢰도 1위인 손석희 선배가 지금 바꾸어 나가고 있는 한국을 보며 오늘도 그의 클로징 멘트가 더욱 새롭다.
“내일도 저희는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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