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투자 정보] 우려되는 트럼프 진용

트럼프 당선인이 내놓은 새 정부 진용의 면면은 내외의 큰 쟁점거리가 되었다.

논란의 중심에 백악관 수석 전략가로 임명된 배넌이 있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극우 성향의 ‘대안-우파’를 대변하고 민족주의 시각과 종교 인종 성차별적 발언으로 비판 받은 바 있다. 물론 그는 자신이 세계화에 반대하는 경제 민족주의자로서 국익을 중시할 뿐이라고 해명하였다.

이어 세션스 검찰총장,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폼페오 CIA국장이 지명되자 논란은 증폭되었다. 세션스는 극우 성향으로 테러 전을 위해서는 감청 물고문 해외 감옥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슬람과 불법 이민에 대한 강한 소신으로도 유명하다. 플린도 이슬람 관련 문제 발언을 한 적이 있고 테러 전을 위해 러시아를 비롯한 누구와도 협력해야한다는 생각을 피력해 왔다.

폼페오 역시 테러 전을 중시하며 이슬람 테러리스트와 이란에 대한 강한 대응을 주장한다. 모두 강성 우익으로서 충성도 높은 선거 유공자다. 공화당 주류는 아니다.

한편 당선인이 인선을 발표하는 방식도 관심을 끌었다. 그는 우익과 온건 인사를 섞거나 우익 인선으로 초래된 반발을 온건 인사를 면접함으로써 중화시키려하였다. 배넌을 주류 온건파인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발표하거나 세션스, 플린, 폼페오를 지명한 후 온건파를 만나 국무와 국방 장관 기용을 타진하는 식이다.

이러한 균형 행보를 보면서 정작 그의 선호는 어느 쪽인지가 궁금해지는데 아무래도 강성 우익 편에 있어 보인다.

인물 선택이 우익 위주라면, 또 다른 관찰점은 백악관과 국무부 등 외교 관련 조직 중 어느 조직이 더 주도권을 갖도록 운영되느냐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CEO출신이고 선호하는 참모가 주변에 있으니 백악관 주도가 될 공산이 크다. 부시 때 네오 콘에 둘러싸여 있던 파월 국무부를 떠올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 동력이 이렇다면 여기에 영향을 줄 외부 동력은 어떤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유례없는 분열과 반목 끝에 당선되었으므로 정부 밖의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당과 공화당 온건파, 재계, 언론 등 주류 엘리트들이 견제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러한 내외의 동력이 어우러져 대외 정책이 나올 터인데 사안별 역학 관계가 불가측이므로 전망은 이르다.

다만 분석 편의상 몇 가지 방향을 그려 볼 수는 있겠다.

우선 그동안 국제사회를 앞장서 기여하면서 리드하던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주로 행보를 바꿀 경우 긍정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 긍정적 측면은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과 벌여오던 지역적 주도권 경쟁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필요하지 않는 개입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의 미·러 대립이나 남지나해의 미·중 갈등이 완화 될 수 있다.

부정적 측면은 미국이 개입을 줄이더라도 중·러가 주변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려할 것이므로, 인근 국가는 미국이라는 공공재가 적어진 상황에서 세력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리아 반군을 비롯한 중동의 친미 세력과 우크라이나, 조지아, 발트3국 등 구 소련권, 중동부 유럽 등 러시아의 압력을 의식하던 나라들의 처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대테러 전 양상이 달라지면서 중동의 세력 판도가 요동칠 수 있는데 그 여파는 유럽과 러시아에 미칠 것이다. 미국과 유럽 간에 국제적 책임과 방위 분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전통적인 미국과 유럽 간의 대서양 동맹이 이완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미·중 간 역학 구도가 바뀔 경우 이에 적응하여 새 균형을 잡으려는 역내 국가들의 치열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미국은 무역 이민 등에서 여타국과 마찰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 주변을 보면, 신행정부가 테러전의 관점에서 중동 러시아 중국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므로 한반도는 그 다음일 것이다. 일본과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 피봇이 동력을 잃은 후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균형점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에서 트럼프의 우선적 관심은 통상일 수 있다.

중국과의 무역 환율 지적재산권 사이버를 둘러싼 논란을 주목해야한다. 미·중 정치안보적 분위기 완화는 통상 마찰로 상쇄될 수 있다.

북핵과 관련하여 미국과 중·러의 공조는 개선될 수 있다. 미국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중국의 더 큰 역할을 주문하면서 탐색적 대화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도발이 일정 선을 넘었다고 볼 경우 국익 차원에서 강한 대응을 할 소지도 있다. 테러 전에 강한 대처를 주창하는 인물들이 요직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자 간에는 방위책임을 한국이 더 진다는 기본 접근 하에 방위비 증액, 전작권 전환 등이 제기 될 수 있다. 한미 FTA도 재론되겠으나 미.중 무역 마찰이 한국에 미칠 영향도 클 것이다. 다수 불법 체류 한인의 추방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목전의 국익 위주로 한국을 대하게 되면 반미 감정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한국의 대선 그리고 차기 정부와 맞물려 가변성이 있다.

이처럼 인물의 면면과 정책의 작동 환경을 기초로 밑그림을 그려보면 한미관계가 쉽지 않아 보이나 그래도 몇 가지 여지는 남아있다. 우선 지금껏 나온 인선에는 아시아 배경을 가진 인물이 없다.

아시아 전문가는 앞으로 차(차)하위급에 임명될 것이다. 고위급의 주관심이 여타지역이라면 우리 문제에 관하여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들을 주목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책에 영향을 줄 의회나 재계 언론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외교를 강화하는 일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트럼프의 등장은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다가오는 상황은 우리에게 정확한 상황 판단과 실효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국립외교원 겸임교수/駐러시아 대사,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6자회담 한국측수석대표), 駐美정무공사, 외교부 미주국장 역임</div>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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