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정보

기차를 타고 칙칙폭폭~

아침 7시 48분에 앤아버를 떠났다. 미국에 온지 20년만에 처음으로 갖는 기차여행이다. 기차역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어림잡아 50여명 가량이 두꺼운 코트를 입고 대합실에 모여있다. 주말을 맞아 시카고로 가족과 함께 단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육중한 덩치의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선다. 열차가 정지하자 승무원이 재빠르게 내려 발판을 대 준다. 기차에 올라서니 한 객실이 텅 비어있다. 마음에 드는 자리로 골라잡아 앉으니 기차는 곧 다시 떠날 채비를 한다.

기차가 역을 빠져 나오자 마자 처음보는 광경들이 펼쳐진다. 늘 자동차로만 다니던 터라 보지 못했던 전경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이 미시간 토박이인 나에게도 낯설게 느껴진다.

퉁퉁하고 마음씨 좋게 생긴 승무원이 차표를 검사한다. 눌러 쓴 모자가 장난스러워 보인다.

기차를 타니 비행기와 달리 휴대전화를 쓸 수 있어 좋다. 이동중에도 전화 통화를 많이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사무를 다 보면서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자리 옆에 전기를 꽂을 데도 있어 컴퓨터도 사용할 수 있다. 와이어리스 커넥션이 안돼 인터넷 접속은 불가능하다. 운전을 할 필요가 없어 relax 할 수 있었고 비행기 여행에서 처럼 하늘에 떠 있어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도 들지 않아 기차여행만이 주는 편안한 묘미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나 비행기를 탈 때 까다롭게 구는 보안 검사가 없어 넉넉한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다. 역전에 마련된 주차장에 자동차도 공짜로 파킹할 수 있어 금상첨화다.

기차 안에는 카페도 있어 커피와 간단한 주전부리를 할 수도 있다. 기차 앞부분에 마련된 카페에는 6개 정도의 테이블이 있어 연인과 마주 앉아 커피 향기를 사이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 제격이다.

가끔씩 울리는 기적소리가 모든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고스피드 시대를 잠시 뒤로하고 추억이 있었던 옛날로 돌아가자는 응석처럼 들린다.

가끔씩 좌우로 흔들리지만 승차감도 이만하면 괜찮다. 자리도 넉넉하고 남는 곳도 많아 비좁은 비행기 코치와는 비교가 안된다. 아예 옆자리까지 다리를 쭉 펴고 누운 사람도 있다.

8시 28분 잭슨에 도착했다. 잭슨에서는 타는 사람이 별로 없어 2분만에 기차는 다시 떠난다.

다음 정거장인 Albion 시에 오니 기차가 도시 중심을 통과한다. 우리때문에 건널목에 서 있는 자동차들이 하나 둘 보인다. 타는 사람이 없는지 기차는 서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다음 정거장은 Battel Creek, 그리고 칼라마주에 도착하니 9시 55분, 칼라마주를 지나니 들판에 눈이 많이 덮혀 있다.

시카고에 도착하니 현지 시간으로 12시 48분, 총 소요시간 4시간 30분 정도(시차로 1시간을 빼고 나면). 생각보다 빨리 왔다. 고속도로가 막힐 걱정도 없이 무사 통과. 오는 동안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먼 들녘을 내다보며 여유로운 명상에 잠길 수 있어 좋았다. 또 돌아가는 밤길 컴컴하고 미끄러운 고속도로를 달리며 졸음과 씨름해야 할 걱정도 없어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시카고까지 코치 가격이 편도에 $70, 싼가격은 아니지만 자동차로 여행하기위해 써야하는 휘발유 비용과 자동차 마일리지를 따지고 보면 혼자 여행하기에는 괜찮아 보인다. 물론 동행하는 여행자나 가족 수가 많아지면 부담스러운 가격이 된다. 하지만 오랜만에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여유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마움이었다.

누군가가 깔아놓은 철로를 달리며 앞서간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본다. 우리는 이렇게 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는 혜택을 받고 살아간다. 넘어지지 말라고 누군가가 뿌려놓은 소금을 디디며 이른 아침 앤아버 역 얼어붙은 계단을 무사히 내려 올 수 있었고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기차를 타고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내게 편안한 여행을 선사해 준 그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게한 미시간 처녀 기차 여행은 참으로 근사했다.

파니액과 디어본에도 정거장이 있다. 승차권은 인테넷으로도 매입이 가능하다. http://www.amtrak.com

 

Albion, MI (ALI)
Ann Arbor, MI (ARB)
Bangor, MI (BAM)
Battle Creek, MI (BTL)
Bay City, MI (BCY)
Birmingham, MI (BMM)
Dearborn, MI (DER)
Detroit, MI (DET)
Dowagiac, MI (DOA)
Durand, MI (DRD)
East Lansing, MI (LNS)
Flint, MI (FLN)
Grand Rapids, MI (GRR)
Holland, MI (HOM)
Jackson, MI (JXN)
Kalamazoo, MI (KAL)
Lapeer, MI (LPE)
New Buffalo, MI (NBU)
Niles, MI (NLS)
Owosso, MI (OWO)
Pontiac, MI (PNT)
Port Huron, MI (PTH)
Royal Oak, MI (ROY)
Saginaw, MI (SGW)
St. Ignace, MI (STI)
St. Joseph, MI (SJM)

김택용 기자

mkweekly@gmail.com

Leave a Reply

Discover more from Michigan Korean Weekly

Subscribe now to keep reading and get access to the full archive.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