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머리가 좋아지는 팁(33)

– 부제: 건축 속의 수학(1)

버스나 기차와 같은 육상 운송 수단과 달리 물 위를 항해하는 배나, 하늘을 날아야 하는 비행기는 적당한 지점에 화물과 사람을 배치해야만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배나 비행기의 운행은 취소된다.

물체가 적당한 균형을 이루었는지는 무게 중심의 위치를 통해 점검할 수 있는데 무게 중심은 물체의 기준이 되는 선, 기준선으로부터 떨어진 거리와 각 위치에 작용하는 힘의 합을 통해 구할 수 있다.

무게 중심과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것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피라미드이다. 미이라(Mummy)가 수천 년이 지나도 썩지 않은 원인은 방부(antiseptic) 기술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무게 중심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의 무게 중심이 우주의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는데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1. 피라미드는 지구를 담고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밑면이 정사각형이고 옆면에 네 개의 삼각형이 모이는 사각뿔 모양이다. 그리고 밑면과 옆면이 이루는 각은 51도 52’인데, 이렇게 복잡한 각이 나온 이유는 피라미드의 높이와 밑면을 이루는 정사각형의 한 변을 미리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어떤 피라미드는 높이가 146m이고, 밑변은 한 변의 길이가 230m인 정사각형이라면, 정사각형의 둘레(4 x 230m)를 높이(146m)로 나누면 원주율인 π의 2배에 가까운 값(6.3)이 된다. 이는 적도에서 지구 둘레(2πr)를 반지름(r)으로 나눈 값과 거의 일치한다.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에 지구 전체를 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그렇게 길이를 정했다는 해석도 있다.

실은 이보다 더 사실적인 해석이 있다. 당시에는 길이를 재기 위하여 종려나무나 마에서 뽑아낸 섬유로 밧줄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세게 당기면 밧줄이 늘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정확한 길이를 재기 어려웠다. 그래서 반지름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원판을 이용해 피라미드의 높이와 밑변의 한 변을 정했다는 것이다. 즉 원판의 지름의 두 배를 피라미드의 높이로, 또 원판의 둘레를 피라미드 밑면의 한 변으로 정하면 항상 일정한 비(ratio)를 얻게 된다.

피라미드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있는데, 우리들이 어렸을 때 모래장난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마른 모래를 손으로 탑을 쌓으면 어느 정도 높이 이상 쌓이지 않는다. 그 때의 각도가 바로 51도 52’정도라고 하니 피라미드의 밑면과 옆면이 이루는 각은 자연의 섭리를 따른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것을 볼 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몰라도 자연의 섭리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살았었는지도 모른다. 즉 우리 어린이들 모두가 숨겨진 천재성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2. 비트루비우스의 균제비례를 가진 석굴암

필자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불국사와 석굴암, 그리고 첨성대를 방문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석굴암(원래의 이름은 석불사[石佛寺]였으나 일제시대에 이름이 바뀜)과 첨성대에 상당히 정교한 수학적 비율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고 난 후, 우리 선조님들의 그 지혜에 대해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석굴암 본존 불상의 얼굴 너비(width)는 당시 사용한 척도로 2.2척, 가슴 폭은 4.4척, 어깨 폭은 6.6척, 그리고 양 무릎의 너비는 8.8척으로 얼굴 : 가슴 : 어깨 : 무릎의 비가 1 : 2 : 3 : 4가 된다. 여기서 기준이 된 1.1척은 본존 불상 높이의 10분의 1인데, 그 비율은 헬레니즘 시대의 사상가이자 BC 1세기 경에 활약한 고대 로마의 기술자, 건축가인 비트루비우스가 그의 저서 <<건축술에 대하여>>에서 말한 균제비례(symmetry)와 같다.

우주의 원리를 응용하여 아름다운 비례의 극치를 이루는 석굴암은 우리나라 불교 미술을 대표한다. 자연 암벽을 직접 뚫지 않고 크고 작은 돌을 쌓아 만든 석굴암의 독특한 건축법은 세계의 자랑거리다. 인도나 중국의 석굴은 모두 자연의 암벽을 뚫어서 내부 공간을 만들었고, 또 긴 세월에 걸쳐 같은 장소에 여러 개의 석굴을 완성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석굴암은 크고 작은 화강암을 차례차례 쌓아 올려 인공적으로 석굴을 조립하였다. 바로 이 점이 석굴암 건축사의 특색이다.

석굴암은 네모꼴의 전실과 둥근 후실로 이루어졌는데, 특히 후실의 천정은 돔형으로 돌을 쌓아올려 만든 것으로 당시의 발달된 건축 기술을 엿볼 수 있다. 후실 중앙에는 본존 불상을 앉히고 둘레의 벽에 관음상과 보살상ㆍ나한상을 배치하였다. 전실에는 금강 역사와 인왕산을 배치하여 불교 세계의 이상을 표현하였고 그 조각 솜씨의 뛰어남과 전체적인 조화의 미는 신라 미술의 극치를 보여 준다.

그런데 신라인들이 당시 비트루비우스의 균제비례를 알았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신라인들은 비트루비우스가 알아낸 안정감과 아름다움의 비율을 그 보다 먼저 알고 있었고 석굴암의 공간마다 이상적인 비례배분을 적용했다. 그리고 석굴암 전체의 구조를 기하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모든 공간이 가로:세로 또는 세로:가로의 비율이 1:2인 직사각형으로 이뤄져 있다고 하니 신라시대의 과학기술 수준에 놀랄 뿐이다.

또한 후실 돔형 천정 반지름은 하루 12시를 나타내고, 돔의 둘레 360도는 태음력의 1년을, 돔의 지름 24척은 하루의 24시간을 나타내는 우주 공간의 축소 구조이다.

돔의 중심과 전실 중심으로 이어지는 직선 방향(동남 30도)은 동짓날 해 뜨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기록하고 있으니, 후실의 돔 천정은 당시 천문도가 응용된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석굴암의 건축물에 적용된 응용 수학은 통일 신라 시대를 대표하는 기초적 수학을 총망라했을 정도로 완벽하다. 석굴암은 8세기 중엽에 착공되어 금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약 1200년을 지탱해 오고 있는데, 이는 석굴암이 평면 기하학을 기초로 하는 입체 기하학의 지식도 발휘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하학, 천문학, 종교, 물리학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진리를 모두 담고 있는 석굴암의 예술은 그래서 더욱 위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석굴암은 1995년 12월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록되었다. 그러나 신라시대에 만들어져 모진 세월을 버틴 석굴암에 일제 때부터 보수공사를 해오면서 오히려 누수현상, 습기, 이끼 등이 생겨났고, 이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풀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의 첨단과학기술도 1,200년 전의 신라인들의 과학기술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할까. 석굴암은 그 신비함을 모두 감춘 채 지금은 곳곳에 시멘트만을 뒤집어쓰고 그 운명을 우리 후손들의 손에 맡기고 있다.

3. 첨성대의 비

첨성대의 각 부분에서도 일정한 비를 찾을 수 있는데, 천장석의 대각선의 길이 : 기단석의 대각선의 길이 : 첨성대의 높이의 비가 3 : 4 : 5이다. 이는 고대 중국의 수학책인 <<주비산경(周髀算經)>>의 비를 반영한 것으로 첨성대에서의 3 : 4 : 5는 32 + 42 = 52으로 직각 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의 비가 된다. 이 이론은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인데, 이미 그 보다 500년전에 <<주비산경(周髀算經)>>의 ‘구고현(勾股弦)의 정리’로 소개되어 있다. *.구는 밑변, 고는 높이, 현은 빗변.

우리 선조인 신라인들은 어떻게 이 이론을 첨성대를 짓는데 이용했을까? 아마도 우리 한민족은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임이 확실하므로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아이들의 천재성을 맘껏 발휘하도록 부모님이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준섭 박사/SKY M.I.T.C. 248-224-3818/mitcsky@gmail.com

Print Friendly, PDF & Email

Leave a Reply

Discover more from Michigan Korean Weekly

Subscribe now to keep reading and get access to the full archive.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