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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입양아 수출국 오명 종지부” NY타임스

한국이 국내입양을 늘리면서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9일 A섹션 6면에 한 입양가정의 사진을 크게 싣고 “입양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던 한국인들의 사고가 바뀌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해외입양을 줄이고 국내입양을 위한 재정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그러나 장애아동에 대한 기피와 남아선호사상으로 이같은 정책의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입양아들에 대한 편견으로 사실을 숨기는 입양가정들의 애환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타임스는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은 혈연을 중시하고 입양을 꺼려 한국전쟁이후 수십만명이 해외로 입양됐고 대부분은 미국으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 입양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입양이 1388명으로 1264명의 해외 입양을 앞질렀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한국은 여전히 미국인이 가장 많이 입양하는 나라중의 하나이지만 한국 정부는 2012년까지 해외 입양을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리는 “한국은 세계 12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나라다. 아기 수출이라는 국제적인 불명예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정부는 지난해부터 국내입양을 장려하기 위해 입양아동이 12세가 될 때까지 매달 9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각종 건강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장애아동에게는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입양절차나 심사도 간편하게 만들어 독신자와 만 60세이하의 고령자도 입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와 함께 해외입양은 대기기간을 5개월로 하는 등 더 까다롭게 규정을 손질했다.

한국정부의 이같은 계획은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입양기관과 입양아 가족들은 대외 이미지 관리보다는 아이들의 복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입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미라 씨는 “한국 정부는 해외입양 숫자와 한국의 이미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아기들을 수출하는 나라라고 조롱해서 한국의 자부심에 상처를 준 것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58년부터 입양을 시작, 지금까지 23만635명이 남의 가정에 입양됐다. 이 중 70%는 외국으로 보내졌고 30%는 국내 입양이 됐다. 해외 입양의 3분의 2는 미국이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주로 고아들이 입양 대상이었지만 지난 20년간은 미혼모의 아기들이 대부분이었다.

타임스는 국내입양 가족들은 아이와 외부에 입양 사실을 숨기는 경향이 많지만 최근들어 일부 유명인 입양가정과 입양기관들이 입양사실을 떳떳하게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입양 부모들은 입양자녀를 그들의 친 자녀처럼 믿도록 하고 있다.

조 모씨 부부는 6년전 아이을 입양하면서 부모에게 임신해서 낳은 것으로 말했다. 이들 부부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아이를 친 손주로 알고 계셨다”고 털어놓았다.

족보를 소중히 여기는 유교의 전통에 따라 한국에서는 혈연을 중시, 입양자녀들이 취업과 결혼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서울 외곽에 사는 한 중년부부는 한국에서의 입양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이들 부부는 3년전 입양을 결심한 후 대부분의 입양가족들이 그러하듯 임신한 것처럼 주위를 속였다. 살던 동네에서 이사를 했고 남편은 부동산 브로커로 직업도 바꿨다. 통신회사에 근무하던 부인은 입양 신청을 한 후 특수베개를 배에 둘러 임신부로 보이게 했다.

모든게 순조롭게 잘 됐지만 비밀을 알고 있는 동료가 직장 상사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는 바람에 사실이 알려지고 말았다. 이 여성은 “그때 너무 상처를 받았다”면서 “둘째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데 이번에는 비밀이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입양사실을 알린 가정의 경우 자녀들이 커가면서 좀더 세심한 주의를 하게 된다. 네 살짜리와 18개월된 입양자녀를 둔 유해연(48) 씨는 친척과 이웃에 이 사실을 말했다. 그러나 이따금 TV를 통해 입양아들이 부정적으로 다뤄지는 것을 보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그는 “지금은 괜찮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면 놀림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입양됐다는 얘기를 하지말라고 할 작정이다. 중학교 이후에는 아이들의 결정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미국입양을 주선한 홀트아동복지기관은 한국정부의 정책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해외입양을 막는 것이 초래할 문제점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아동이나 장애아동들이 국내에서는 입양이 어렵고 딸보다는 아들을 선호하는 문제도 있기때문이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허남순 교수는 “국내입양 기준의 변화가 심각한 문제들을 만들 수 있다. 입양이 좌절돼 고아원에서 지내야 하는 아동들이 얼마나 많아질지 생각해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들의 사례들을 연구한 결과 대부분은 좋은 가정에서 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미국가정 입양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한국인 가정에 입양되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라며 4년안에 해외입양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입양기관과 입양부모들은 장애아동들의 입양기록을 볼 때 이같은 정부의 목표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해 국내 입양된 장애아동은 40명인 반면 해외입양은 12배가 넘는 500명이었다.

아들 하나가 있지만 4년전 딸을 입양한 김창식 윤여림 부부는 “우리가 한국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도 입양가정을 찾을 수 없는 아이들을 입양하는 외국인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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