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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터키와 쿠르드족의 갈등

터키와 쿠르드족의 오랜 갈등이 다시 중동 정세의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최근 시리아 북동부 주둔군 철수를 단행하고, 터키가 이 지역 쿠르드족을 대상으로 군사작전을 개시한 데 따른 것인데 터키와 쿠르드족의 분쟁을 자세히 짚어보겠다.

– 편집자 주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쿠르드족에 관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쿠르드족은 우리와 같이 싸웠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엄청난 돈과 장비를 받아 갔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족을 공격하려는 터키를 미국이 거의 3년 동안 막아줬다”며 “이제 말도 안 되는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북동부 지역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이날 실제로 철군 움직임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현지 온건 반군조직인 ‘시리아민주군(SDF)’은 미군이 의무를 저버리고 터키의 침공 길을 열어줬다고 비난했다.

SDF는 현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병력이 중심이 된 조직인데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웠을 뿐 아니라, 이슬람 수니파 무장 단체인 ‘IS’ 대항전에도 미군을 도와 많은 공을 세웠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미군이 빠져나간 곳에서 터키군의 침공을 맞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통화”

이 같은 상황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한 지난 6일이었다. 통화 이후 백악관은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곧 추진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미군은 그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가 볼 때, SDF를 비롯한 시리아 내 쿠르드 병력은 안보 불안 요인이다. 시리아 북부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국경을 접한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함께 독립 투쟁을 벌일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시리아 국경 너머로 지상군을 보내 쿠르드족 병력을 멀리 몰아내는 작전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시리아 북부 주둔 미군이 형성한 ‘완충지대’가 걸림돌이었다. 미군이 이 지역에서 빠져나오고, 양측의 격돌을 막을 장치가 사라진 것이다.

“나라 없는 민족 쿠르드”

쿠르드족은 ‘세계 최대 소수민족’으로 불린다. 이란과 이라크, 터키, 시리아의 접경지대에 흩어져 살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추산에 따르면 터키에 약 1천500만 명, 이란에 800만 명, 이라크에 500만 명, 시리아에 200만 명 정도가 있다. 하지만, 한 번도 독립 국가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각기 소속된 나라의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자치지역을 넓혀왔다.

쿠르드족은 자치지역에서 세속주의를 지켜왔다. 중동에서 널리 퍼진 종교적 극단주의에 맞선 것인데 따라서 아랍권과 달리, 쿠르드족 사회에서는 여성차별도 적다. 쿠르드족은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진전시켰고, 아시리아계와 투르크멘계를 비롯한 영역 내 소수민족의 다양성도 인정한다.

“쿠르드 자치정부 확대”

쿠르드족의 위상은 최근 이라크 전쟁과 시리아 내전을 거치면서 크게 높아졌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을 결정하면서,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의혹과 함께, 쿠르드족에 대한 탄압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이라크 북부에 미국과 유엔의 보호 속에 만들어진 쿠르드 자치정부는 석유 수입을 챙기면서, 바그다드의 중앙정부보다 효율적으로 지역을 통치하고 군대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리아에서도 아사드 정권이 위기를 맞으면서, 2011년 내전이 시작되자 쿠르드족이 결집했다. 쿠르드 여성 지도자 일함 에흐메드와 아랍계인 만수르 셀룸이 ‘로자바(Rojava)’라고 부르는, 사실상의 자치정부를 꾸려 공동수반을 맡고 있다. 하지만 터키에서만큼은, 에르도안 정부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제 때문에, 쿠르드족이 자치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터키 정부는 자국 내 쿠르드족이 이라크나 시리아의 쿠르드족 세력과 손잡고 들고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터키 정부의 탄압”

터키는 2016년 8월, 시리아 북부에 탱크와 지상군을 보냈다. 이슬람 테러조직 ‘IS’와 싸우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한다는 명분이었는데 이를 통해 알밥과 자라불루스를 점령했다.

하지만 터키군의 실제 목적은,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시리아민주군(SDF)의 활동 영역 확대를 막는 것이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군사행동을 자제하라는 주변 국가들의 권고를 듣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제 미군의 부재 상황에서, 터키는 시리아의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군 철수 결정에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군이 도를 넘어설 경우 터키 경제를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터키의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쿠르드족을 외면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시리아에서 철수하는 과정에 있을 수 있지만, 쿠르드족을 버린 것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터키와의 관계도 매우 좋은 상태라며, 터키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자 교역 상대국임을 환기시켰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처럼, 터키와 쿠르드족 사이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앞으로 쿠르드족과 터키 양 측이 스스로 어떻게 갈등을 풀어나가는지에 따라, 지역 정세의 흐름이 달라질 전망이다.

 

V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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