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티 선교 여행 ”
2011년 11월 10일
선교지에서 마지막 여정입니다. 오늘은 지진 피해 현장을 직접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아직도 복구할 여력이 없어서 그대로 방치돼있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대통령궁과 대통령궁 앞에 있는 대주교 성당이 파손된 채 그대로 있다고 합니다. 도로 시설이 안 좋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피해 현장을 먼저 본 후에 역사박물관과 수도가 한눈에 보이는 섬의 정상으로 가기로 계획을 짰습니다.
먼저 대통령궁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철창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놨지만 예전에는 아름다우면서 위용을 뽐냈을 건물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습니다. 그 당시의 상황을 단편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대통령궁 앞에 현존하고 있는 텐트촌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대통령궁 바로 마주 보는 곳에 있는 텐트촌! 아이티 공화국의 현실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까운 곳에 대주교 성당이 있어서 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당시 대주교께서 지진으로 인하여 희생당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기둥만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기둥과 남아있는 잔해를 보니지진이 나기 전에는 정말로 아름다움을 아이티 땅에서 뽐냈을 것 같습니다. 선교사님의 안내로 역사박물관도 방문하였습니다. 그동안의 궁금증이 선교사님의 상세한 설명으로 풀리게 되었습니다. 이곳의 인디오는 철저한 말살정책으로 지금은 그 자손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곳의 흑인들은 옛날 노예상인들에 의해 아프리카에서 수입되다가 미국과 영국을 가기 전에 몸이 약하거나 상품가치가 없는 흑인들을 이곳에 싼값으로 넘기고 갔다고 합니다. 그들의 후예가 바로 현재 아이티인들 입니다. 원래 원주민들은 백인들에 의해서 철저하게 말살되고 원주민들의 후예가 아닌 노예의 후예들이 이곳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그림을 보니 백인들이 인디오들을 남녀노소 구별 없이 손을 자르고 목을 자르고 코를 자르고,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온갖 만행을 죄책감 없이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무엇을 위하여 철저하게 그러한 악행을 저질렀는지… 이들의 독립영웅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총독의 마부를 하던 사람이 조직적으로 투쟁을 하여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합니다.
수도 Port Au Prince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섬의 정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아이티 수도 Port Au Prince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제가 감탄을 하니 선교사님이 말씀하십니다. 위에서 볼 때는 천국이여 저 곳에 내려가면 바로 지옥이라고 그 말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4층 건물하나가 보이는데 그곳이 이곳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라고 합니다. 사택에 돌아온 후 마지막 밤을 일행들과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누며 보냈습니다. 우리들이 이 세상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일 새벽이면 이곳하고도 당분간(?) 이별이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찡합니다. 그동안 만났던 많은 정다운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내일을 위하여 잠을 청해야하는데 오늘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011년 11월 11일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일찍 사택을 떠나 비행장에서 김승돈 선교사님과 작별을 하였습니다. 공항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그렇게 쉬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는 좁고 사람은 많고 이러다가 비행기를 놓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습니다. 한 직원이 나와서 자기를 따라오라고 합니다. 일행들에게 손짓을 하며 앞에 사람을 놓치지 말라고 부탁한 후 직원을 따라가는데 거의 Express Way 였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한테는 미안했지만 그 직원을 따라가서 공항에 설치돼있는 Check Point를 지나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인당 $10 씩 요구합니다. 지금 돈이 없다고 하며 $10 만 주니 $10 만 더 달라고 합니다. $10 이면 인부 이틀 치 일당인데 하면서도 그래도 고생안하고 공항 안으로 들어왔다 생각하고 주었습니다.
공항이 복잡하여서 Express Way(?)를 이용하는 것도 이곳에서는 필요악이라고 생각됩니다. 외국인이라고 생각되면 여러 명이 달라붙고 이들은 무장을 한 공항경비대와 밀약이 되어있는지 무사통과였습니다. 특히 여자 분들과 동행할 때는 꼭 이용하라고 권장합니다. 아직 아이티 치안상태는 무정부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국정부에서는 아직까지 여행금지국가로 지정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공항에 들어와 Check In을 한 후 대합실에 들어갔는데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가끔 이용하던 고속버스 터미널정도 수준이었습니다.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을 하여서 Florida Fort Lauderdale-Hollywood International Airport에 오후 1시경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비행기를 예약을 하실 때 스케줄을 신경 써서 짜셔야 합니다. 잘못 비행기 편을 예약하면 Florida Fort Lauderdale-Hollywood International Airport에서 하루 주무시고 다음날 비행기 연결 편을 타셔야 합니다.
디트로이트 연결편이 저녁 8시에 있는지라 일행 중의 한 분이 친분이 있는 목사님에게 SOS를 요청하여 공항 Pick Up을 부탁하였습니다. 목사님의 안내로 버페 일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모두들 밥을 먹으면서 아이티 현지인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밥도 남기고, 먹던 음식이 마음에 안 들면 새 음식을 가지고 와서 먹곤 했는데 이제는 모두들 티끌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웁니다. 비행거리 1시간 30분 거리에 이렇게 다른 환경의 세상이 존재할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밤늦게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한 후 교회에 가서 목사님의 마지막 기도로 이번 여정을 마친 후 집에 오는 도중에 곰곰이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티의 불쌍한 어린이들을 위하여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그리고 이 좋은 환경에 살면서도 불평불만을 하고 살았던 저의 지나간 삶을 반성해봅니다.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면 꼭 선교여행을 다녀오시기를 권유합니다. 혹자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자기 같으면 거기 가는 비행기 값으로 주위의 불쌍한 사람들을 돕겠다고 합니다. 그 분의 말씀도 옳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선교여행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그분같이 비행기 값만 보냈으면 그 도움이 일회성으로 끝나겠지만 제가 가서 느꼈기 때문에 저의 여생을 숭고한 뜻을 가진 선교사님들을 돕는데 일조를 하겠다는 스스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현지를 방문하지 않았다면 현지인들의 고난의 생활과 선교사님들의 숭고한 뜻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다시 한 번 아프가니스탄에서 순교하신 고 이경휘 선교사님에게 이글을 바치며 부인 이진문 선교사님, 그리고 두 자제분 바다와 시원이 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저의 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