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트로이트 사진사 이재승의 포토에세이 – “Snap + Story, 디트로이트 네 이야기를 들려줘”
가난했지만 힙합 음악에 열정을 버리지 않았던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음악이 전부이고 돌파구라고 생각해던 청년. 훗날 이 청년은 미국 최고의 래퍼 가수가 되었습니다. 그의 애절한 과거가 담긴 랩 음악은 전세계 많은 곳에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디트로이트를 대표하는 미국 랩 가수 ‘에미넴’의 이야기 입니다. 에미넴의 사연은 2002년 개봉한 영화 <8마일>을 통해 잘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8마일’이 과연 무엇이길래 그의 영화 제목이 될 정도였을까 궁금해 합니다.
디트로이트 시가지에는 남과 북을 잇는 수십 개의 길이 있고, 남과 북 1마일 선상마다 동과 서를 잇는 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7마일 길에서 북쪽으로 1마일을 가면 8마일 길이 나오는 식입니다. 8마일 길은 디트로이트 시의 동과 서를 잇는 길 중 하나입니다.
단순한 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8마일 길에는 과거 디트로이트의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 1920년대 디트로이트는 그야말로 기회의 도시였습니다. 미남부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많은 흑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그 당시, 디트로이트에 거주하던 많은 백인들은 8마일 길을 중심으로 북쪽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 가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경제적, 사회적 약자였던 흑인들만이 남은 디트로이트 시가지는 점점 쇠퇴하였습니다. 심지어 북쪽으로 거주지를 옮긴 백인들은 이 8마일 길 선상에 높은 장벽을 쌓기도 했습니다.
많은 미국의 도시들이 디트로이트 처럼 흑과 백의 도시 인종 구획화가 되어 있지만, 디트로이트는 8마일 길에 놓였던 ‘인종 차별 벽’ 처럼 인종 구획화 정도가 좀 더 심한 편입니다. 8마일 길에 놓였던 그 벽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아직도 그 흔적은 디트로이트 이곳 저곳에 남아 있습니다.
하루는 학교의 한 흑인 친구가 집에 놀러와 디트로이트 동부와 ‘그로스포인테’라는 백인 부유층 동네의 경계에 놓인 앨터 길 (Alter Rd.)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제이슨, 앨터 길에 한 번 가봐. 거기에 가면 디트로이트가 흑인들과 백인들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직접 가본 앨터 길은 조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치 한국의 남과 북 분단선의 한 중심에 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길 가운데를 중심으로 전쟁이라도 난 듯 서쪽 디트로이트 시에는 낙후 된 흑인 중심의 마을과 동쪽 그로스포인테에는 아기자기한 상점을과 깨끗이 정비 된 백인 중심의 마을이 있었습니다. 간간히 길 위로 보이는 ‘인종 차별 벽’의 흔적들도 보였습니다.
이번 스냅은 디트로이트 중심부를 관통하는 우드워드 애비뉴 (Woodward Ave.)를 타고 가다 찍은 8마일 길 입니다. 디트로이트에서 우드워드 애비뉴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8마일 길 위에 놓여진 큰 고가를 보게됩니다. 그리고 그 고가를 넘으면 바로 백인 동네인 ‘펀데일’이 나옵니다. 7마일 길이나 9마일 길에는 고가가 없습니다. 이 길을 지나다니며 생각합니다. “예전에 놓여졌던 그 차별의 벽을 이제는 고가가 대신하고 있구나.”라며.
백인이지만 흑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랩 음악을 통해 자신을 이야기 하던 가수 에미넴. 흑백 구분선의 중심에서 그가 보고 느꼈던 그 절실한 이야기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을 이제 과거로 묻고 8마일 길이 수많은 인종간의 화합과 희망의 노래를 간직하는 길로 탈바꿈 하길 바라봅니다.
이재승의 디트로이트 사진이야기
http://www.facebook.com/jsl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