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렌즈를 통해 디트로이트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다” – 디트로이트 사진사 ‘브루스 지핀’ 이야기

– 디트로이트 사진사 이재승의 포토에세이 (5)          – “Snap + Story, 디트로이트 네 이야기를 들려줘”

디트로이트 사진을 찍는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 한 사진사가 있습니다. 25년 동안 디트로이트에서 사람들과 도시의 야경, 낙후 된 건물들을 찍어 온 사진사 브루스 지핀 (Bruce Giffin)입니다.

잠깐 브루스와 저와의 인연을 소개합니다. 처음 브루스를 알게 된 건 4년 전 입니다. 본격적으로 디트로이트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 구글에서 우연히 그의 사진 몇 장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는 디트로이트 사진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사진에서 따뜻한 도시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낙후 된 건물에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사진, 아이처럼 웃고 있는 길거리 걸인들의 해맑은 표정.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마침 학교에서 그의 특강이 열렸습니다.

한국에서 온 저를 보며, 어눌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를 연발하던 브루스는 젊은 시절 ‘주한미군’이었던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사진과 어눌한 ‘한국말’로 저와 브루스는 세대의 벽을 허물고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브루스는 원래 오하이오 주에서 번듯한 대학을 나와 평범한 판매원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같이 지루한 일상이 이어지던 때, 브루스는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야만 했고 그 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사진’이었습니다.

한 번도 사진을 배워본 적이 없지만, 무턱대고 회사를 벅차고 나와 필름 카메라를 샀습니다. 첫 촬영지는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자주 놀러가던 오하이오 주의 한 놀이동산. 수 년이 흘러 버려진 놀이동산이었지만, 브루스는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어렸을 적 부모님과의 추억을 느꼈고, 녹슬고 낡아 뼈대만 남은 롤러코스터에서 예술적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런 사진의 매력을 품고 디트로이트를 찾은 것도 이 때 입니다. <디트로이트 메트로타임즈>라는 신문사의 사진 기자 구직 광고를 보고 주저없이 지원했고, 이는 그가 디트로이트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폐허가 된 디트로이트를 외면했지만, 브루스는 여기에서 특별한 매력과 예술적 미를 찾고 있습니다. 버려진 놀이동산에서 봤던 그 추억처럼 브루스는 디트로이트에 버려진 공장과 집에서 희망과 디트로이트의 추억을 찾으며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여기에 ‘디트로이트의 얼굴 (The face of Detroit) 프로젝트’를 통해 디트로이트의 부랑자, 상인, 길거리 사람들의 인물 사진도 찍습니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촬영한 디트로이트의 얼굴은 도시 이미지와 정반대로 절망과 어둠이 아닌 희망과 웃음, 정겨움이 넘쳐납니다.

디트로이트를 사랑하고, 사진을 찍으려 하루에도 디트로이트를 몇 번씩 왔다 갔다 한다는 브루스. 만약 자신이 휴가를 얻게 되면 따뜻한 남쪽 플로리다에 가서 야자수나 해변의 사람들을 찍기 보다 디트로이트의 모습을 찍고 싶다는 브루스.

디트로이트의 ‘관찰자’로서 사진을 통해 디트로이트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계속 보여주고 싶다는 브루스. 수 년, 수 십 년 뒤 그의 렌즈에 비춰질 디트로이트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 집니다.

이번 사진은 피셔 공장 (Fisher Plant)의 옥상에 올라가 찍은 브루스와 그의 개 헨리입니다.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공장은 과거 디트로이트의 호황기 시절 자동차 페인트를 생산하던 곳입니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인부들이 페인트를 생산하기 위해 드나들던 이곳은 이제 깨진 유리창과 버려진 기계만 남아 있는 흉물이 되어 버린지 오래입니다.

– Jae-Seung Lee Photography in Detroit
http://www.facebook.com/jsl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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