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념식 내내 웅성웅성, 뒤에선 아무 소리도 못들었다

[워렌=주간미시간] 김택용 기자 = 디트로이트 한인회 주최 70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16일 워렌시에 위치한 홀미쉬 파크에서 열렸다. 행사장에는 지역 한인 교회들을 중심으로 참석한 한인들이 예년보다 많아 보였다. 델타 항공사와 포드 딜러에서도 테이블을 설치하고 자사 제품을 홍보했으며 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젊은이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기념식장 준비도 잘되어 임원진들의 수고가 엿보였다. 기념식에서는 황규천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조영화 이사장, 훈영 합굿 미시간 상원의원, 데이비드 로든 명예영사의 축사가 있었다. 델타 항공 한인사회 담당 크리스티 김이 인사말을 전하고 항공권 1매를 경품으로 기증했다. 델타 측에서는 래플 상품으로 기탁했으나 한인회 측에서는 경매 상품으로 전환했다. 많은 인원에게 래플 티켓을 돌릴 상황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일 수 도 있지만 기부자의 의사를 따르지는 않았다.
교회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데는 이만하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미시간 체육회가 주관하는 체육대회도 젊은이들을 동원하는데 한 몫을 했다. 국가 기념일인 광복절을 맞아 교민들이 모여 체육대회를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어른들이 모여 만세 삼창을 하면서 광복절을 기념하는 것만으로도 후세들에게 주는 교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정작 가장 중요하게 전달되어야 할 광복절에 대한 메시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이 참석해 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말은 있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모인 이유를 만족시켜주는 감명 깊은 메시지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알맹이기 빠진 껍데기만 늘어놓은 격이다. 와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자 그곳에 모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시간에 사는 한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날 5백명 가까이 되는 한인들은 그곳에 왜 모였을까? 그리고 모였다가 무엇을 가지고 돌아갔을까? 함께 모여 점심 먹고 체육 대회에서 받은 메달과 트로피 그리고 쌀 한 포대를 받고 돌아가는 것이 70주년 광복절을 맞은 이날을 기념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을까? 여기에 참석한 성인들과 청소년들이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와 한국의 광복절을 미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었을까? 매년 치러지는 체육대회가 인원 동원을 위한 궁색한 방법이라면 이것이 광복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있지는 않는 것일가?
우리는 차분한 가운데 정신과 마음을 감동시키는 방법보다는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웅성대면 행사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한인회가 하는 행사에서 감동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제는 사람을 동원하는 것만으로는 식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념식이 열리는 동안 그 장소는 참석자들의 끊이지 잡담으로 잠시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 기념식은 기념식대로 한인 인파들은 인파대로 따로 놀았다. 그런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인회에서 준비한 스피커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한인들이 있는 뒷 편까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년 되풀이 되는 문제라서 몇 년 전에도 본보에서 지적했던 일이다. 들리지도 않는데 집중할 수는 없다. 최소한 사람들을 초청했으면 기념식 내용이 들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어야 했는데 간과되었다. 물론 경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행사의 알맹이가 전달될 수 있는 기본 환경을 준비해 놓는 것이 손님들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메시지도 전달되지 못했다.
자의건 타의건 광복절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한인들이 모인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광복절 70주년은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그러나 이날 디트로이트 한인회는 그 소중한 날을 제대로 기념하지 못했다. 인원만 동원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예비군 동원 훈련’에서나 통하는 얘기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였다면 먹고 뛰고 노는 것보다 더 소중한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 그것이 핵심이다. 핵심이 빠진 기념식은 민폐가 될 수 있다.
이날 최선을 다해 수고한 한인회와 체육회 임원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다들 열심히 자원으로 봉사를 했다. 동기와 열정은 높이 사지만 아쉬운 것은 아이디어의 부재와 꼼꼼한 기획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재래시장처럼 즐비하게 늘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드시 전달하려고 하는 핵심 가치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준비되어야 한다.
디트로이트 한인회도 광복절 70주년 행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으려는 것은 자기만족이다. 행사에 참가했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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