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름없이 빛도없이

저는 종종 탁구를 치고 집에 돌아와서 제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오늘 새로운 상대와 탁구 시합을 했는데, 그 사람 굉장히 잘 치더라구. 자기 말로는 아마추어라고 하는데 틀림없이 예전에는 프로였을거야. 들리는 말에 의하면 국가대표였다고 하더라구. 서브도 잘 넣고, 스매싱은 폭풍같아. 정말 굉장하더라구.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탁구를 잘 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휴우… 간신히 이겼네…”

한 사람의 자랑거리가 무엇인가를 보면,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자랑하십니까? 한 주간을 지나며, 사랑하는 여러분을 생각하면서 편지를 쓰는 이 순간, 제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 한가지를 고백합니다. 제가 참으로 사랑하는 한 형제와 늘 가까이 지내는데 언제부터인지 그가 저를 기뻐하기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그 형제와 참으로 진실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형제는 저의 결점에 대해서 애써가며 하기 힘든 충고를 겸손하게 해주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자기 자랑>에 대해서 하나님 앞에서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 안에 있는 자랑의 욕구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제서야 깨달은 저의 부족한 모습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보아주었겠지요. 저는 심지어 하나님 앞에서 제 자신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백하는 중에도, 그렇게 고백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대견스러워 하는 자기 자랑의 마음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울은 “너희의 자랑하는 것이 옳지 아니하도다 적은 누룩이 온 덩어리에 퍼지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5:6)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들을 사용해서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기억하게 해주고, 예수님을 바라보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아 내 자신을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 옳지 않다고 성경은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세례 요한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습니까? 요한은 세례 요한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하나님께로서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 났으니 이름은 요한이라 저가 증거하러 왔으니 곧 빛에 대하여 증거하고 모든 사람으로 자기를 인하여 믿게 하여 함이라” (요 1:6-7) 세례 요한은 하나님께로부터 막중한 임무를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늘 자각하고 있었던 것은 자기자신이 빛이 아니고, 그 빛에 대하여 증거하는 자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빛이 아니요 이 빛에 대하여 증거하러 온 자라” (요 1:8) 그래서 세례 요한은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3:30) 라고 말했던 것! 입니다. 그의 삶은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님을 주목하도록 만드는 손가락 같은 삶이었습니다. 손가락으로 어떤 대상을 가리킬 때 손가락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주시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세례 요한이 그랬습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오직 주님만을 드러낸 것입니다.

어느 주일, 성도들이 다 돌아가고 난 후, 텅 빈 교회 마당 한 복판에서 마음이 찢어지는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손님처럼 교회에 다니고 있구나… 주님은 우리를 섬기러 이 땅에 오셨는데, 우리는 섬김을 받고만 있구나…’ 저는 그 자리에서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바로 그 마음이 주님의 마음이었습니다.

<목양실에서 손경구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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