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도 바울은 사랑하는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겨울 전에 너는 어서 오라”(딤후4:21절) 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홀로 차가운 감옥에서 지내야 하며, 풀려날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죽음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그 시점에 디모데를 찾는 노(老)사도의 간절함이 배어 있는 말씀입니다. 복음을 위해서 한 평생을 걸어온 길, 수없이 많은 고난과 고통 가운데서도 오직 그리스도 예수의 복음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던(행전 20:24절) 사도 바울.
그런 사도 바울이었지만 의원 누가만 사도와 함께 읽을 뿐 자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세상을 사랑해서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너는 어서 속히 오라”(딤후 4:9절) 고 한 것을 보면 사랑하는 믿음의 아들인 디모데가 몹시 보고 싶었을 뿐 아니라 차가운 감방에서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하는 것이 몹시 쓸쓸하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불굴의 투지와 감당할 수 없는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한 평생을 수많은 위협과 유혹과 도전과 싸워온 그의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강인함과는 달리 디모데를 찾는 노사도의 마음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부드럽고 따뜻한 인간적인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언급하고 있는 “겨울”은 물리적인 겨울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치는 겨울, 그 시절은 우리를 안으로 움츠리게 만들고, 밖으로 향하는 우리의 마음과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만듭니다. 하여 따뜻한 곳만을 찾아서 안으로, 안으로 숨어들어가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움직이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게을러지기 쉬운 때입니다. “겨울”은 물리적인 겨울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의 겨울도 있고, 영혼의 겨울도 있습니다. 무겁게 내리 누르고 있는 희뿌연 하늘과 휘몰아치는 겨울 바람, 쏟아지는 눈으로 인해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그런 때도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기에 답답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너는 나에게 속히 오라”고 디모데를 부르고 있는 사도 바울처럼, 우리들의 외롭고 힘든 시절을 함께 위로하며, 함께 기도하며, 서로 같이 있음으로 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큰 기쁨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하나님의 귀한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날씨만 추울 뿐 아니라 이런 저런 일로 해서 이전보다 더욱 추위를 느끼는 겨울이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주께서 나를 모든 악한 일에서 건져내시고 또 그의 천국에 들어가도록 구원하시는”(딤후 4:18절) 우리의 생명의 구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더욱 단단해지고, 더욱 강인해지는 이번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곳을 향해서 안으로, 안으로 움츠려 드는 것이 아니라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를 펴고 추운 겨울을 희롱하듯 뜨겁게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시인 안도현의 일갈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을 나누어주고, 서로 함께 있음으로 해서 위로를 얻고 세움을 입을 수 있는 그런 시절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우리들 마음까지 얼어붙지 않도록 그리스도 예수로 말미암아 뜨거움을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