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 사람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유승원목사

얼마 전 세상에서 존경 받던 어느 한 분이 국무총리 후보로 올라왔다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심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새삼 깨닫는 바가 있어 조금은 거친 말로 단상(斷想)을 지면에 옮겼던 적이 있습니다. 다 아는 사람의 이야기지만 예의상 실명을 피했습니다.

우습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인간은 까발리면 다 석고대죄(席藁待罪)할 죄인일 뿐이다. 그가 주로 남 이야기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직장에 있었을 때는 그처럼 청렴하고 깨끗한 사람이 또 없으리라 여겨졌다. 예전의 한 정치인도 그의 직업이 남을 심판하는 법관이었던 시절에는 소위 그 별명이 Mr. Clean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작정하고 까뒤집어놓으니 아주 심하게 만신창이 되었다.

더 우스운 것은 한 때 자기네 진영의 대통령후보로 넘보면서 그를 띄워놓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적이 되었다고 판단하면서 보인 행태였다. 온갖 비리로 구속이 된 적이 있던 사람이, 또 곧 구속이 될 처지에 있던 또 다른 양반이 금방 자기들이 최고의 의인이라도 되는 듯이 그를 검증하겠다고 나서서 입에 거품을 물었다. 남의 얘기를 할 때는 다들 의인이 된다. 도둑님과 양아치도 남의 얘기 하는 위치에서는 다 의인이고 정의의 투사이다.

하늘이 웃는다. 한때 의인이었다가 졸지에 망가진 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소위 학자라 해서 남 비판하는 일을 전문으로 할 때 사람들은 그가 깨끗한 선비인 줄 알았다. 편하게 남 얘기를 할 때는 그렇게 깨끗하고 청렴한 의인처럼 보이는 것이 인간의 자기기만이다. 그러나 정작 손발로 일하는 먼지 가득한 세계에 발을 디뎌 심판대 위에 올려놓으니 그 꼴이 말이 아니다. 표면 밖에는 보지 못하는 인간이 들쳐 내니까 그 정도인줄 알아야 할 것이다. 중심을 보시고 마음속까지 다 살피시는 하나님 앞에서는 훨씬 더 형편없을 것이다. 옛날의 그와 지금의 그의 차이가 무엇일까? 똑같이 죄인이었다. 그러나 옛날에는 들키지 않았을 뿐이고 지금은 약간 노출되어 들켰을 뿐이다. 들키지 않은 죄인과 들킨 죄인의 차이일 뿐이다.

지금도 남 비판하는 말과 글 놀음을 하면서 입만 살아 그것으로 배 채우고 사시는 자칭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이 어쩌면 이처럼 아마 가장 더러운 분들이리라. 일만 달란트 탕감 받은 것은 모르고 남의 백 데나리온에 흥분하는 꼴들이다. 사람은 자고로 겸손해야 된다. 겸손하지 않으면 자기가 한 비판의 화살이 남을 죽이고 사회를 망가뜨리고 결국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와서는 자기를 죽인다.

사람은 죄인이다. 죄인의식이 없으면 죽는다. 그래서 시편 기자는 이런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시편 139: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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