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십계명 들여다보기 (5)

제5계명: 네 부모를 공경하라

유교는 오랜 세월을 통해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유교의 대가인 공자(孔子)에 따르면 인간답게 살려면 반드시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합니다. 공자는 부모에게 단지 음식, 옷, 잠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논어, 위정편) 부모에 대한 예절을 지키되 생존해 계실 때나 돌아가셨을 때나 한결같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인편). 한문의 효(孝)자가 보여주듯이, 젊은 자식(子)은 노인(老人)이 된 부모님을 떠받들어야 합니다. 우리들이 5계명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이런 유교적인 효 개념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십계명에서 말하는 부모공경은 유교에서 의미하는 효 개념 보다 훨씬 풍요롭습니다.

먼저, 5계명은 “공경”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공경하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카베드”는 하나님의 시내산 강림을 묘사할 때, “무거운, 중한, 심각한” 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며 (출19:16, “빽빽한” 구름), 십계명에서는 “존경하라”(to honor)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출20:12). 이것은 부모님을 무게 있는 분으로, 영예가 있는 분으로 대하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십계명은 부모(parents)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아버지” 와 “어머니”를 각각 따로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곧 아버지와 어머니를 동등하게 존경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언약 공동체 안에서의 부모의 역할이란 단지 자녀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돌볼 뿐 아니라 가르치고 훈련을 시킵니다. 가르치고 훈련을 시키되 이웃과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 보다 하나님과 그들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교육해야 합니다. 쉐마(“들으라”)라고 알려진 신명기 6:4-9을 보면, 유일하신 여호와 하나님을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사랑하라고 한 뒤, 하나님의 말씀을 자녀들에게 부지런히 가르치고 강론하라고 합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법도를 가르치는 것은 자녀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것입니다.

자녀가 부모에 대하여 갖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경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생명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관계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의 일부입니다. 때로는 부모가 실수를 하더라도 자녀들은 부모의 권위를 업신여기지 말고 인내하면서 계속 공경할 것을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노아가 포도주에 취해서 하체를 드러내었을 때, 셈과 야벳은 뒷걸음질 쳐 다가가서 아버지의 하체를 가려줌으로써 복을 받고, 둘째 아들 함은 노아의 하체를 가리기는커녕 이 사실을 형제들에게 떠벌리다가 저주를 받았습니다.

자녀가 특히 순종해야 할 부분은 부모의 신앙적 가르침입니다. 잠언 1:8-9은 이렇게 말합니다: “네 아비의 훈계를 들으며 네 어미의 법을 떠나지 말라 이는 네 머리의 아름다운 관이요 네 목의 금 사슬이니라.” 여기서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것을 명령합니다. 그러면 부모에게 불순종하는 자녀는 어떻게 될까요? 잠언 13:1은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의 훈계를 들으나 거만한 자는 꾸지람을 즐겨 듣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부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자에게는 훈계와 꾸지람이 따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훈계와 꾸지람을 듣기 싫어하다가 도가 지나쳐서 부모를 “저주”하게 되면, 그 자녀는 신성모독 죄와 동일한 형벌인 사형에 처해집니다 (출21:17; 레20:9). 부모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은 곧 부모-자식의 관계를 세우신 하나님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구약에서는 이런 중벌이 내려집니다.

십계명에서 부모의 관계는 또한 하나님께서 세워 놓으신 모든 권위적 질서의 모범이며, 다양한 이웃관계에 적용됩니다. 법정의 재판관 직무를 담당했던 장로들은 비록 직접적인 혈육관계에 있지 않지만 모든 자들의 아버지입니다 (출12:21, 신5:23). 사울 왕은 다윗에게 아들이라고 부릅니다 (삼상24:12-16). 나아만 장군의 하인들은 나아만 장군을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왕하5:13). 젊은 선지자 엘리사는 자신의 스승 엘리야를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왕하2:12).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하나님의 권위로 세워진 국가에도 순종해야 합니다 (롬13:1-7, 딛3:1, 벧전2:13-17). 가족, 법정, 국가에까지 적용되는 부모공경은 궁극적으로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궁극적인 아버지가 되신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잠언 3:1-10은 부모에 대한 공경을 하나님에 대한 공경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부모에 대한 공경이 곧 하나님에 대한 공경이고, 하나님을 부모 공경하듯이 하라고 당부합니다. 3:9에서는 실제로 여호와를 “공경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볼 때 부모에 대한 공경은 부모의 권위를 세우신 하나님에 대한 공경을 표현하는 것이고, 하나님에 대한 공경은 부모의 권위에 순종하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요컨데, 주기도문이 표현하듯이 “하나님 아버지”께 순종하고, 육신의 부모를 공경하며, 나아가 하나님이 세우신 모든 권위에 순종할 때 우리는 제5계명을 잘 지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성준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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