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계명은 죽이지 말라는 명령입니다. 그런데 이 계명은 죽이지 말아야 할 대상, 즉 무엇을 죽이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6계명을 히브리어 원문에 좀더 가깝게 번역하려면 그냥 “죽이지 말라”로 번역해야 할 것입니다. 한글 성경은 “살인”(殺人)하지 말라고 번역을 해 놓았는데, “살인”이라는 말은 죽이다(殺)라는 동사와 사람(人)이라는 목적어가 합쳐 있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한글 번역은 “사람”이라는 대상을 명시적으로 덧붙여 놓았습니다.
그런데 죽이지 말라는 계명을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계명으로 이해하는 것은 몇 가지 이유에서 바람직합니다. 첫째, 5계명과 7-10계명들은 모두 분명히 이웃과의 관계에서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계명들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6계명도 이웃과의 관계에 관한 명령으로 이해한다면, 당연히 6계명은 무엇 보다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명령으로 이해됩니다.
둘째, 6계명이 말하는 살인은 그냥 죽이는 것, 즉 to kill이 아니라 고의적이면서 부당하게 죽이는 것, 즉 to murder입니다. 이것이 고의적이면서 부당하게 죽이는 행위로 이해되어야 하는 이유는 실수로 사람을 죽이게 되거나(예: 민35:9-29; 신19:1-12), 율법이 정한 바에 따라 일부 죄인들을 처형해야 되는 경우(예: 출21:12-17)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의적이고 부당하게 죽이는 행위는 식물이나 동물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6계명은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명령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죽이지 말라고 하실까요? 우리가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하나님께서 모든 피조물들 가운데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이 특수성을 성경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 the image of God)이라고 합니다. 창세기 1:27은 하나님께서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다고 합니다. 창세기 9:6에서는 사람의 피를 흘리는 자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약3:9-10 참고).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오직 인간의 생명만 소중하게 생각하실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생명체들을 사랑하시며 당신의 섭리 아래 모든 생명체들을 돌보십니다. 시편 104:11-30은 짐승, 새, 식물, 물고기 등이 하나님의 돌보심에 의해 하늘과 바다와 땅 위에서 살아가는 것을 묘사합니다. 산상설교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와 솔로몬의 영광스러운 옷들 보다 더욱 아름다운 들의 백합화가 하나님의 돌보심을 입고 자란다고 하십니다 (마6:26-30).
제6계명은 인간을 죽이지 않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다 폭넓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는 6계명을 따라 이웃을 죽이거나 해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마음 속으로 미워하고 분노하고 저주하지 말아야 합니다. 분노는 마음 속으로 살인을 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요한일서 3:15은 “형제를 미워하는 자 마다 살인하는 자”라고 합니다. 산상설교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6계명을 재해석하시면서 형제에게 분노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마5:21-22). 창세기 4장의 가인의 예에서 보듯이 분노는 실제 살인으로 이어집니다 (창4:5, 8).
둘째, 예수님의 구원사건과 복음의 메시지가 모든 이웃 사람들과 국가들에 적용되어야 하는 것처럼 (마28:19), 6계명은 한 개인에게 적용될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 다른 사업 공동체, 다른 국가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가족, 다른 사업체, 다른 국가를 소멸시켜야 할 권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6계명 안에는 다른 사람, 다른 집단, 다른 국가의 번영을 위해 도와 주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만물을 지으시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생명체들이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을 원하십니다. 하나님의 창조 안에서 특히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자들로서 존귀하게 여겨져야 합니다. 6계명은 고의적이고 분노나 복수심에 불타서 사람을 해치는 것을 금합니다. 이 계명은 단지 사람을 죽이지 말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다른 공동체, 다른 국가의 번영을 위해 도와주라는 가르침을 포함하는데,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는 모든 생명과 피조물의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