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에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주 정부들이 재정 적자로 주립대학들에 대한 주 정부 지원금을 삭감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주립, 공립 대학교 학생, 교수 단체와 교직원 노조는 지난 4일을 ‘공교육 수호를 위한 행동의 날’로 선포하고 행동에 나섰는데, 이날 미국 내 32개 주 1백여 개 주립대학에서 학생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는 특히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내 대학들에서 가장 격렬하게 벌어졌다.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는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해서 차량 통행을 막았으며, 경찰이 1백 50명을 체포했다. 또 캘리포니아대학 (UC) 데이비스 캠퍼스에서는 캠퍼스 진입 도로를 막는 학생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경찰관 75명이 동원돼 학생들에게 최루가스를 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대학 산타크루즈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대학 정문을 봉쇄하고 인근 자동차의 유리창을 부쉈으며, 버클리 캠퍼스에서는 수십 명의 대학생들이 인간사슬을 만들어 정문을 봉쇄했다.
이 밖에도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는 대학 행정관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충돌해 15명이 연행됐고, 일리노이 대학에서는 2백 여명이 가두행진을 벌이는 등 전국 대학가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학생들이 이렇게 분노한 이유는 주 정부의 재정지원 삭감과 등록금 인상 때문이다. 2008년 하반기에 시작된 금융 위기로 주 정부의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주 정부들이 공교육 지원금을 대폭 삭감했다. 그러자 대학들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크게 인상하고, 교직원 감축, 강의과목 축소, 도서관 운영시간 단축 등의 조치를 실시했고, 학생들은 이런 조치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뉴욕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학생은 국가의 공교육에 사용될 수 있는 국민의 세금이 전쟁, 부실기업 구제, 말도 안 되는 정부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 플로리다 주, 워싱턴 주 대학들은 각각 올해 등록금을 14~31% 인상했다. 특히 캘리포니아대학(UC)은 지난 해 등록금을 32% 인상해 처음 학생 시위를 촉발시켰었는데, 올 봄학기에도 등록금을 32% 올리기로 결정했다. 또 조지아 주 주립대학이 올 가을학기부터 등록금을 35%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워싱턴 디씨 인근 버지니아 주의 주립대학도 지난 2년 사이 등록금이 12% 인상됐다.
학생 시위가 지난 해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시작됐고, 반발이 가장 거셌다. 캘리포니아 주 공교육 시스템은 미국에서 가장 크고 뛰어난 시스템으로 인식돼 왔다. 또 지난 60년대까지 주립과 공립대학의 등록금을 면제하면서까지 공교육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했던 아주 진보적인 전통도 갖고 있는데, 그런데 지난 해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4백2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하자 UC에 대한 지원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이에 따라 UC 대학들은 지난 해 7천7백 달러였던 가을 등록금을 올해 가을 1만 3백 달러로 크게 인상했다. 또 입학 학생 수도 줄이고, 역사상 처음으로 대기 입학자 제도도 도입했으며, 학교 직원들의 임금도 임시휴직 등으로 4~10% 삭감하는 등 전례없는 조치를 취하면서 큰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정작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교육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온 오바마 행정부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산층 가정이 감당할 수 있는 고등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이 공염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까지 은행들을 통해 대출되던 학자금 융자를 연방정부가 직접 저리로 대출해 주는 법안을 지난해 말 하원에서 통과시키는 등 교육 지원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교육 문제는 현재 다른 현안들에 우선순위가 밀려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미정 기자 = VO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