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발행인 칼럼] 빛, 그 적당함의 묘미

새해를 맞이 한다는 것은 전세계 사람들을 설레이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뉴욕의 타임 스퀘어에는 수백만의 인파가 몰려 2016년을 맞는 볼 드랍 카운트 다운에 환성을 질렀고 이 장면이 전세계로 방송되면서 수십억의 인구에게 전달되었다. 한국에서도 해돋이를 즐기기 위한 인파들이 전국 명소에 모여 새롭게 떠오르는 햇빛을 맞이하며 소원을 빌었다.

빛은 우리에게 어떤 것인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빛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받아드려 진다.

1990년 2월 11일 28년간의 옥살이를 마치고 출소하던 넬슨 만델라가 눈이 부셔 실눈을 뜨고 만났던 빛은 자유를 의미했다.

거센 바닷 바람과 암석으로 둘러쌓여 있던 희망봉 근처 로벤 아일랜드에 수감된 그는 1964년 동료 재소자들과 함께 쇠사슬에 묶인채 석회석 채석장에서 부역을 했다. 석회 가루에 반사된 빛이 너무 강해 눈을 제대로 뜰 수 가 없었고 이 때문에 눈이 먼 사람들도 많았다.

썬글래스를 착용하고 작업하게 해달라는 요청은 묵살당했다. 만델라가 석방이 될 때 눈물을 흘리지 못했던 것은 이때 빛을 너무 쬐었기 때문에 눈물이 말라서 였다. 만델라에게조차도 1964년의 빛은 1990년의 빛과 달랐다. 전자는 억압을 후자는 자유를 의미했다.

사진 작가들에게 빛은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중에 하나다. 빛이 없으면 사진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1년 4월 15일 이상한 보도로 세상이 들썩인다. 1,700만 장의 사진이 어둠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때문이었다.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 사 빌 게이츠 회장이 소유한 Corbis 사가 The Bettmann and United Press Interna-tional이 소유했던 이 사진들을 전량 구매해 펜실베니아 서부 220피트 지하에 보관한다는 소식이었다. 게이츠는 이 이미지들을 대중으로부터 완전히 격리시켜 보관한 후 스캔해서 판매할 계획이었다. 지난 6년간 225,000장을 스캔했는데 전량을 스캔하려면 453년이나 걸린단다. 이 중에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 사진, JFK Jr.가 아버지의 관을 향해 경례하는 사진, 베트남 전쟁 당시 사진들, 넬슨 만델라의 복역 당시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다. 게이츠는 이외에도 두개의 영상 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세계적인 아트 박물관 내에 있는 작품들의 디지털 재생 권한을 가지고 있다. 현재 게이츠는 6,500만 장의 이미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대중에게 공개할지 사장할지 그의 손에 달려있다.

2001년 10월 7일, 아프카니스탄 카불의 칠흙같은 하늘에 섬광이 번쩍였다. 미국이 B-52 폭격기를 이용해 공습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시민들의 희생을 막기위해 ‘세심하게 조준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습이 있기 전 미 국방성은 Spacing Imaging Inc.라는 회사를 내세워 아프카니스탄과 주변 국가에 떠 있는 모든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의 소유권을 구입했다. 국방성이 보유하고 있는 스파이 인공위성이 민간 위성보다 성능면에서 10배나 월등한데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무엇때문일까? 이 결과 서방 미디어들은 미국 공습의 피해 상황을 보도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를 얻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의 미디어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 사진만 가지고 보도할 수 밖에 없었다. 미 정부는 자신들의 실수가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빛을 가려 세상을 어둡게 만들었다.

빛은 어두움과 대조적인 의미를 갖는다. 빛이 희망이라면 어두움은 절망으로 받아드려진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는 희망을 꿈꾼다. 빛은 또 파워를 상징한다. 사회적인 부조리나 부당한 것을 물리치는 정의로운 파워를 상징한다. 그래서 나라의 위정자들을 떠오르는 스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빛은 너무 강해도, 너무 약해도 소용이 없다. 적당해야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정부의 파워도 마찬가지다. 너무 강해도 너무 약해도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고마운 빛이 되기 위해서는 적당함의 묘미가 있어야 한다.

2016년이 밝았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 또 전세계에 어떤 빛이 비쳐질까?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피하고 싶은 빛보다는 따사로운 온기를 주는 고마운 빛이었으면 좋겠다.

김택용

주간미시간 / 마이코리안 발행인

mkweekl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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