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장기화·물가 불만 직격탄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가장 깊은 정치적 압박 국면에 들어섰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 장기화 우려가 미국 사회 전반에 피로감을 키우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민심이 급격히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과 경제, 두 축에서 동시에 흔들리는 백악관의 현실이 여론조사 수치로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NBC방송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서베이몽키가 실시한 최신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7%를 기록했다. 이는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63%에 달했고, 이 가운데 절반인 50%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단순한 지지율 하락을 넘어, 핵심 정책 전반에 대한 강한 피로와 반감이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유권자들의 불만이 단순히 외교안보 이슈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대응과 인플레이션 대처를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전쟁이 국제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가계 부담과 소비 심리 위축, 유가 상승과 같은 일상경제 문제로 이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확산한 셈이다.
특히 물가 문제는 백악관에 가장 직접적인 정치적 타격을 주는 변수로 떠올랐다.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대응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린 응답자는 32%에 그쳤고, 68%는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 가운데 52%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식료품·주유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경제 현실은 정부의 메시지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전쟁 여론도 백악관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응답자의 54%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전 대응을 “매우 부정적”이라고 평가했고, 13%는 “어느 정도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매우 긍정적” 평가는 19%,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는 14%에 그쳤다. 격화되는 중동 정세 속에서 미국이 어디까지 개입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회의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의 추가 군사행동에 대한 반대 여론은 더욱 분명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61%는 미국이 이란에 대해 더 이상의 군사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지상군 투입 등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에 머물렀다. 이는 미국 유권자 다수가 확전보다 자제와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안보 지도자 이미지를 앞세우더라도, 유권자들의 정서는 이미 “끝이 보이지 않는 전선”에 경계심을 품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전쟁의 충격은 기름값을 통해 곧바로 가계로 번지고 있다. 응답자의 3분의 2가량은 휘발유 가격이 자신과 가족에게 실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정치에서 휘발유 가격은 추상적인 경제지표보다 훨씬 강력한 체감 변수다. 주유소 가격표가 오를 때마다 유권자들은 외교안보 위기의 대가를 자신의 지갑으로 계산하게 되고, 그 부담은 곧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으로 연결된다.
이 같은 흐름은 오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NBC는 이번 조사 결과가 집권 공화당이 직면한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짚었다. 실제로 공화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83%로, 올해 초보다 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 지지 기반 안에서도 미세한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버팀목인 강성 지지층,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결속은 여전히 단단했다. 자신을 마가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87%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대응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여론과 핵심 지지층의 인식이 크게 갈라져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강력한 충성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지지의 외연을 넓히는 데는 점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는 하나의 장면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전쟁은 대통령에게 결단력을 부여할 수도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국민에게는 피로와 불안을 남긴다. 경제 역시 수치보다 체감이 중요하다. 미국 유권자들은 지금 국제질서의 명분보다 생활비 고통을 더 선명하게 느끼고 있으며, 그 불만은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을 직접 끌어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반전을 노린다면, 외부의 적과 싸우는 강경함보다 내부의 물가와 불안을 다스리는 능력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경고가 이번 조사에 담겨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3일까지 미국 성인 3만2천43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오차범위는 ±1.8%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