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담긴 서비스 문화의 부재가 아쉽다
식당에서 말하는 ‘서비스’란 대체 무엇일까?
기분좋게 주는 Tip과 뺏기는 느낌의 Tip의 차이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고 나면 항상 고민이 되는 점이 있다. 팁을 얼마나 놓고 나가야 욕을 먹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그 고민이다.
미시간에 살면서 처음 가는 미국 식당은 다시 올 일도 없고 안보면 그만이라 별 신경이 안쓰이지만 한국 식당을 가면 더 고민이 된다.
미국의 팁문화는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착되었다. 이 관습은 귀족들 때문에 유럽에서 전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팁이 문화의 일부였던 유럽을 방문한 후 그들은 동료들보다 더 교양 있고 잘난체를 하기 위해 팁을 주기 시작했다는 말도 있다.
미국에서 팁은 보통 15%에서 시작하는데 특별한 서비스를 받으면 20~25%가 관례다.
여기서 정말로 궁금한 것은 ‘좋은 서비스’란 과연 무엇일까? 이것이 무엇이길래 누구는 15%를 주는 것도 아까워하고 누구는 25%를 주어도 기분이 좋아하는 것일까?
서비스에 대한 개념을 미시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이나 서버들은 어떻게 알고 있을까? 또한 손님들은 어떤 서비스를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가 한국 식당을 가서 서비스라고 하면 보통 공짜 음식을 얻어 먹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음식은 사실 공짜가 아니다. 먹은 만큼 더 많은 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사실 사 먹는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손님이 원하는 서비스는 그런게 아닐 수 있다. 어떤 손님들은 물이나 떨어진 반찬을 제때 빨리빨리 갈아 주고 음식을 다 먹은 다음에 빨리 나가고 싶은데 돈을 내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서비스가 나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도 서비스의 한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미국의 고급 식당과 달리 한국 식당에 가서 전혀 느낄 수 없는 서비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식당은 hospitality 비지니스에 포함된다. hos·pi·tal·i·ty의 사전적 의미는 손님, 방문객 또는 낯선 사람을 친절하고 관대하게 환영하고 접대하는 것(the friendly and generous reception and entertainment of guests, visitors, or strangers)이다.
손님이 식당을 들어 설 때 환영하며 인사하고 마치 익숙한 곳에 온 것 같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일단 첫 관문은 성공적이다. 그런데 그 첫 인사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손님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 할 수 있으려면 먼저 손님의 방문을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건성으로 하는 인사는 표시가 나기 때문이다. 손님이 식당을 들어설 때 하는 첫 인사에서 손님의 마음은 이미 정해진다고 한다. 미시간 한인 식당을 방문하는 우리는 보통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 인사에 익숙해져 있다.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냥 건성으로 하는 인사다. 하지만 이 첫 인사는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주인이나, 매니저 또는 리셉셔니스트가 자주 오던 손님을 알아 본다거나 손님의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 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여기서 호스피탈리티 바지니스에서 중요한 recognition, 즉 손님을 알아봐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인이나 리셉셔니스트가 손님을 알아봐 주면 손님은 서비스가 좋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호스피탈리티 비지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냥 음식만 먹고 돈 내고 나가고, 거기다가 두둑한 팁이라도 주면 된다는 생각을 호스트쪽에서 갖고 있다면 그런 마음은 어떤 방법으로든 손님들에게 들어 난다. 그래서 그다지 대접받았다는 생각도 안들고 환영을 받았다는 기억도 없다.
식당은 음식을 파는 곳만이 아니다. 호스피탈리티 비지니스는 손님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면 결국에는 망할 수 밖에 없다. 손님들에게 음식뿐만 아니라 마음을 쏟을 자신이 없다면 식당, 호텔등과 같은 호스피탈리티 비지니스는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서비스는 ‘active kindness’다. 서버나 리셉셔니스트가 수줍고 소극적인 성격이라도 이 일을 하는 동안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친절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으면 안된다.
나를 알아봐 주는 식당에서 나에게 최선을 다해 마음을 쓰는 서버가 있다면 나는 그런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설령 그 음식이 천하 일미는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25% 또는 30%의 팁을 주는데 인색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만약에 리셉셔니스트나 서버가 정말로 프로였다면 그 팁을 벌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한마디라도 더 친절하게 건네고 밝은 미소로 손님을 대하면서 편안하게 해주는 이런 노력도 없이 팁을 기대하는 것은 어찌보면 갈취나 다름없다.
또 요즘 식당 비지니스가 어려워지다 보니 손님에게 팁을 강제적으로 촤지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나 어려우면 이럴까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팁을 주는 것은 손님의 고유 권한이고 먹은 음식과 받은 서비스에 대해 마지막으로 내릴 수 있는 평가 점수와 같은 것인데 그 권한을 뺏긴것 같아 당황스럽다.
손님이 음식을 오더하기 전에 팁이 강제적으로 촤지된다는 것을 밝혔다면 불법은 아니지만 팁은 제안 항목이었지 강제 항목이 아니었다.
팁이 강제적으로 촤지된 빌을 본 사람은 돈을 강제로 뺏긴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18%를 뺏어가는 것이 만연해지면 그 식당의 서비스는 더욱 안좋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버들은 팁이 강제적으로 부과되기에 특별한 서비스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내 식당을 찾아 온 손님에게서 최대한으로 뽑아내려는 속내가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언잖다.
공짜 음식을 기대하지도 않지만 친절한 말씨나 따스한 미소와 같은 기본적인 케어도 없이 18%를 떡하니 촤지한 빌을 내미는 것을 보면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손님의 마음을 사야하는 호스피탈리티 비지니스에서 18%를 벌기 위해 손님의 마음에 어색함을 주었다면 분명 실패한 비지니스다. 손님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비지니스에는 리터닝 손님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또한 한인 손님들을 무시하는 한인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근거없는 루머였으면 좋겠다.
음식 맛 투정하고 까다롭게 구는 한인 손님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미국 손님을 받는게 더 좋다고 표현하는 주인들도 있다는 말을 듣는다. 미시간 한인 사회의 규모가 적다보니 손님 분포가 한인보다는 미국인이 많아야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고 나무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한인을 무시하는 한국 식당의 장래 또한 밝을 리 없다.
한인들이 미국인들을 만나면 “어느 한국 식당을 추천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 딱히 추천할 만한 한국 식당이 떠오르지 않는 다면 그것을 누구의 책임일까?
미시간에 진출한 비지니스들이 미시간에서 가장 소중한 손님들을 모시고 가도 될만한 한인 식당이 딱히 없다고 말하는 것은 시설이 낙후하거나 음식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손님을 맞이하고 서브하는 호스피탈리티 비지니스의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하는 지적들이 있다.
미시간에서 유명한 미국 레스토랑엘 가면 특별히 음식이 대단해서라기 보다는 친절하고 따뜻한 ambience(분위기)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거기에다 항상 미소를 지으며 나를 케어하는 서버가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이 품격있어지는 것이고 나를 소중하게 대했다는 그 노력의 댓가로 흔쾌히 팁을 주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팁이 당연한 것이 되었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했으니 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너무 폭력적이다.
팁을 받을만한 일을 하지 않았으면 팁을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당하고 바람직한 것이라고 강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그 직업에 대해 창피하거나 불만족스럽게 생각해서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쭈뼛댄다면 그것을 프로정신이 결여된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수록 더 적극적으로 친절을 베푼다면 손님들은 그런 모습에 감명을 받는 것이다. 자신의 직업에 소명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손님을 대하면 손님들을 그 모습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소극적이고 도망가는 정신으로 손님을 대하면서 팁의 양에 대해서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주인이나 서버들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 왔다.
미시간 한인 사회가 품격있는 식당 문화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것은 최근들어 K-Food에 대한 열풍으로 한국 식당을 찾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미시간에 있는 한국 식당은 우리 모두의 얼굴이다.
치솟는 물가와 인건비로 하루 종일 일하고도 만족할 만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식당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손님들이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개선할 수 있다면 불경기를 돌파하는 묘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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