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뷰

[파워 인터뷰]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다가온 종전선언, 거대한 전환의 시기 시작됐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요즘 전국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다. 보좌진에 따르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써야할만큼 바쁘다. 지난 8월21일 기자가 정 대표와의 인터뷰를 위해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을 때도 의원실은 북새통이었다. 여기저기서 찾아온 민원인, 정 대표와의 미팅을 기다리는 손님, 급한 용무로 정 대표를 찾는 A 의원. 서너팀이 이미 대기 상태였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여를 더 기다린 끝에 정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오랜 정치 경험을 통한 경륜 탓일까. 매일 이어지는 강행군에 지칠법도 하지만 그는 더욱 더 고삐를 죈다. 올드보이의 귀환. 우려보다는 더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다.


대북관계 거대한 전환의 시기 직면…올바른 현 외교 방향
필수사항 된 북미관계의 개선…트럼프 적극적으로 도와야
문재인 정부, 경제 어려움 해결 위한 근본적 노력 부족해
선거제도의 개혁 이뤄내면 민주평화당 ‘존재감’ 부각될 것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상문 기자> © 주간현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대북문제와 관련 “현미경처럼 들여다 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남북이 분단된 채 70년을 살아왔다. 대결과 적대의 70년을 보냈다면, 이제는 해결과 평화로의 거대한 역사적 전환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 봐선 안된다. 우주에서 거대한 전체 망원경으로 내려다 봐야만 크게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거대한 전환의 대북관계

그는 최근 찾아온 일련의 대북관계 변화는 역사적인 기회라면서도 길게는 25년 전, 짧게는 10년 전에 이뤄졌어야 하는 변화라고 했다. 지금까지 바뀌지 못한 이유는 나쁜 정치가 이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25년을 지각했다. 그 원인은 우리가 ‘나쁜 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다. 나쁜 정치의 폐해를 우리 국민들이 떠안고 살아왔다. 요즘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 ‘공작’은 대결과 분단의 구조를 끊임없이 선거에 이용해온 사례를 폭로한 영화다. 겉으로는 반북과 냉전, 대결주의 구도로 끌고 가면서 물밑으로는 북한과 손잡고 거래하는 나쁜 정치를 한 것이다. 물밑협상을 통해 국민을 속이고, 독재정권을 연장하고 선거 승리를 절취해갔다. 이런 불행한 역사, 나쁜정치가 대북문제 해결을 가로막아 왔다. 그러나 이제서야 변화가 시작됐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길이 됐다.”

정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방향도 맞고, 잘하고 있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잘 될 것이라 본다. 물론 그럼에도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북한이 진짜 핵을 포기할까. 핵 포기가 아니라 깊숙히 숨겨놓고 쇼를 있는 게 아닐까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 새 남북정상회담 2번, 북미정상회담 1번, 북중정상회담 3번 등 총 6번이나 정상회담이 오갔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 미국, 러시아 특사 등이 오간 것까지 따지면 10차례가 넘는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거대한 사기칠 필요가 있겠나. 어떤 조직이든 목표를 가지고 움직인다. 북한은 핵 포기를 선언하면서 내부적으론 경제 총력집중노선을 선포했다. 이런 점을 보면 김정은 체제의 첫째 목표는 ‘생존’이고, 둘째는 보다 잘 사는 ‘번영’이다.”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상문 기자> © 주간현대

 

트럼프를 도와라

하지만 최근 비핵화 논의 및 북미관계 개선의 속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 입장에선 핵 포기까지 외쳤음에도 여전한 대북제재에 불만이 계속 쌓이고 있고, 미국 내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높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북설 등 민감한 변수까지 도사리고 있어 좀 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동영 대표는 우리 정부가 트럼프를 적극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도와야 한다. 미국이란 나라는 여론이 주도하는 사회다. 미국의 언론, 국회, 전문가집단은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을 미국 외교의 실패작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성공외교라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트럼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보면 싱가폴 합의는 성공한 외교이지 않나. 한반도 안보 불안이 최고조로 올라가던 와중에 평화의 길목으로 완전히 돌아서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으로 가는 다시금 속도를 올리려면 문재인 정부가 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의회를 상대로, 언론을 상대로, 씽크탱크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긴장분위기 해소를 위해 종전선언을 해줘야 한다는 점, 6·25전쟁이 끝난지 68년이나 지났는데 이제는 뒤처리를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계속해서 설득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정 대표는 또한 미국의 11·6 중간선거 결과에 트럼프 뿐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시대가 2년 뒤 막을 내릴지, 아니면 재선에 성공해 6년간 이어질지를 가를 중요한 선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든 북한 문제에 가시화된 성과를 내 중간선거 전 여론을 우호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인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23개 이상의 하원 의석을 공화당으로부터 뺏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유지해온 대북 기조를 180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정 대표는 9~10월 내에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논의와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김정은에게도 협상 파트너 트럼프의 흔들림은 불안한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선거를 앞둔 9~10월 내에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내비칠 수 있고, 그럼 미국 역시 종전선언을 해줘야 한다.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이 있는 게 아닌, 말로 하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싱가폴 합의에서 제일 중요한 단어는 ‘새로운 관계’였다. 이전까지 북미는 적이었다면 싱가폴 합의 이후에는 ‘친구’가 되기로 한 것이다. 때문에 적이 아님은 선포하는 종전선언은 새로운 관계로 가는 징검다리와 같다. 이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미국 내의 비핵화 불신 여론을 설득해 해소시키는 방법으로 트럼프 정부를 도와줘야 한다.”

정부의 경제 실책

정동영 대표는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려운 데 대해선,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핵심성장’이라는 3가지 큰 방향은 맞게 잡았지만, 소득주도 성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헛바퀴만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인데, 일자리 문제의 근본대책은 ‘9988’에서 나와야 한다. (9988은 국내 기업 중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고, 중소기업 종사자가 전체 노동자의 88%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썩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문제 아닌가.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만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70~80%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50%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사교육비가 급증한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부모들이 우리 자식은 공부 열심히 해서 중소기업 가지 말고 대기업 들어가라는 의지가 담긴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 일자리를 좋게 만들어 주는 게 경제 발전의 근본 해법이다”

정 대표는 특히 이같은 문제는 재벌 중심체제의 경제발전이 가져온 비극이라며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노예가 됐다고 꼬집었다.

“최근 국내 모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단가를 후려치고, 못살겠다 아우성치니 핵심부품 설계도면을 받아 다른업체에 건네주고 거래단절을 통보한 사건이 있었다. 이것이 비단 특정기업의 문제인가. 재벌중심의 기업문화가 일반화된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돈을 벌겠나. 간신히 생존만 하고 있는 것이지.”

그는 이를 올바로 바로잡는 게 바로 ‘경제민주화’이자 ‘재벌 개혁’이라고 했다. 또 이것이 공정경제이자 현 정부와 국회가 해야할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등 OECD 주요 가입국은 대기업의 이윤율보다 중소기업 이윤율이 높은데, 우리나라는 완전히 거꾸로 돼 있다. 중소기업의 이윤율이 높아야 직원들 월급을 올려주고 복지도 좋아질 수 있다. 이 역시 제도를 바꾸는 게 근본 해법이다. 이것이 바로 공정경제이고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공회전만 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경우에도 최저임금 인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이 세가지 바퀴를 모두 함께 돌려야 한다.”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상문 기자>

 

선거제도 개편 필수

민주평화당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다. 당의 존재감이 부각되지 못하면서 일각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 대표가 최근 연일 선거제도 개혁을 주창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평화당이 주도해서 선거 개혁을 해낸다면, 한국 정치 발전은 물론 국민들에게 확실한 당의 존재감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평화당을 지지해야만 하는 확실한 이유를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 우리 당이 무엇을 하는지,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지, 믿고 의지해도 되겠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게 당이 사는 길이다. 제가 최근 계속해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판을 바꾸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30년 전 대통령 선거를 직선제로 바꾸었기 때문에 박정희, 전두환 체제가 청산됐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70년이나 됐다. 지금 국회의원들은 지난 총선에서 평균 48%의 지지를 받고 국회에 입성했다. 나머지 52%의 국민 목소리는 낙선자를 찍어 결국 사(死)표가 됐다. 기존의 제도는 승자 독식 구조로, 이는 거대양당을 떠받치는 제도였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정 대표는 최근 염소 산지가격 폭락으로 울상을 지은 채 국회를 찾아온 사육농가들을 예로 들며 선거제도 개혁 필요성을 계속해서 역설했다.

“정부가 귀농 귀촌을 장려하며 키우기 쉬운 염소 사육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너도 나도 염소를 키웠고 결국 공급이 넘쳐 산지가격이 폭락해버렸다. 그러자 농가들은 국회도 찾아와 정부가 염소를 수매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문제는 농민들이 농민당을 만든 뒤, 농민을 위한 입법자를 국회로 보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국민이 특정 정당에 준 표만큼 의석을 배정하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일자리 문제로 고통받는 청년들은 청년당을 만들고, 직장 갑질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도 노동당을 만들어 국회로 입법자를 보내는 게 현실 문제 해결에 가장 빠르다. 그게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국민이 준 표만큼 해당 정당에 할당하면, 지역구 당선은 어려울지 몰라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선거 제도로는 불가능하다.”

현재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문희상 국회의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일부 야당에서도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만 마음먹으면 되는 문제라며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거듭 이야기 하지만 선거제도가 개편되면 그 혜택은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농민만을 생각하는, 청년만을 생각하는 입법자를 국회로 많이 보내는 게 결국 국민들이 처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저는 그간 가라앉아 있던 선거제도 개혁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문제를 끝까지 관철시켜내면 당의 존재감도 더욱 부각될 것이다. 당도 살고 국민도 살 수 있는 일이다. 끝까지 힘 닿는데까지 노력하겠다.”

kissbreak@naver.com

주간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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