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가슴이 시리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미시간의 차가운 겨울 때문이 아니다. 미시간에서의 세월을 보내면서 정을 나눠 온 지인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 사회에서 사귄 이웃 사촌들은 친형제보다 살갑다. 멀리 떨어져 있는 혈육보다 더 자주 만나 정을 나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도 영원히 내 곁에 머물러주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는 지인들과의 이별도 아쉽지만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달리하는 분들과의 이별은 더욱 가슴 시리다.
지난 27일, 또 한 분의 미시간 한인 역사가 세상을 떠났다. 미시간 한인 골프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여운석씨가 향년 68세의 나이로 우리의 곁은 떠났다. 췌장암 3기 판정을 받고도 3년 6개월간 버텨 온 그는 미시간 한인 골프의 체계를 잡은 장본인으로 유명하다.
다년간 디트로이트 한인 골프협회(DKGA)의 총무직과 회장직을 맡으면서 골프 룰을 정립, 적용했던 사람이다. 미시간 한인 사회 골프 문화가 타 지역보다 진지하고 품위로운 이유는 까다로울 만큼 룰을 적용하며 원칙을 지켜 온 여운석씨의 공로가 아닐 수 없다.
29일 열린 장례식에는 그를 아끼던 지인들이 참석해 아쉬움을 나눴다. 장녀 여명과 차녀 여원이 ‘때론 고집스러웠지만 항상 열심히 일하시고 긍정적이며 인자했던 아빠’를 기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아빠 앞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최고의 딸들이었다”고 말하고 “우리의 꿈을 만들어주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었던 아빠를 사랑한다”고 전했다.
천국환송예배를 집도한 디트로이트 한인연합감리교회의 김응용 목사는 “행위가 아닌 우리의 고백으로 구원을 허락하시는 하나님께서 여운석 성도를 평안한 천국의 삶으로 인도하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우리 동네의 큰 형님처럼 후배들에게 따스한 충고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 한인 사회 이민 초기부터 지역 사회를 뜨겁게 사랑하며 헌신했던 1세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비우고 있다. 모두 고마웠고 소중했던 사람들이다. 지금은 그런 끈끈함이 다 없어져서 인지 그들의 빈자리가 더욱 그립다. 그리고 오늘 떠난 여운석 님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허전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