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이민사회에서 언론의 역할

– 커뮤니티 화합의 산파 vs 커뮤니티 성장 저해 요인

2017년이 저물어 간다. 올해도 미시간 한인 사회는 다사나난했다. 가장 큰 뉴스로 꼽을만한 것은 아무래도 디트로이트 한인회의 분규다. 36대 디트로이트 한인회 회장으로 정식 선출된 차진영 회장이 이사회로부터 탄핵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차진영 회장측은 당시 박영아 부회장이 공금을 임의대로 오용하는 점과 한인회를 장악하고 있는 ‘미시간 오늘 신문사’의 횡포를 바로잡기 위해 의로운 싸움을 하던 차에 졸속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의해 부당하게 탄핵되었다고 반발했다.

이런 주장은 차진영 회장뿐 아니라 35대 한인회 일부 이사들과 조영화 이사장도 동일하게 역설했다. 한인회장에게 신문 배달까지 강요할 정도로 신문사의 힘은 막강했다고 한다. 한인들이 낸 회비나 성금으로 모여진 공금이 각종 명목으로 신문사에게 고스란히 흡수되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35대 공금 사용 내역서를 공개하고 있지못하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는 주장이다. 언론사의 영향력이 한인회의 공공성을 해치는 상태까지 갔다는 주장들이 속출했다.

박영아 회장 권한대행이하 당사자들은 급기야 8월 13일에 워렌 홀미시 파크에서 열렸던 72주년 광복절 기념식 및 교민체육대회에 경찰까지 불러 학생들을 포함한 700여명의 교민들을 쫓아 내면서 심심치 않은 실망과 불편함을 끼치기도 했다. 하지만 36대 차진영 회장측이 개최한 기념식에는 당시 파크에 있던 교민 전체가 참가해 성원을 보낸 반면 반대편에는 교민을 쫓아낸 그 자리에서 고작 7명이 모여 조촐한 기념식을 가졌다. 이 모습을 본 교민들은 경찰을 부른 한인회(현재 37대) 인사들에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항의를 쏟아 붓기도 했다.

광복절 이후 미시간 지역사회는 어용 언론의 패악이 도를 넘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마치 한인회를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처럼 여기며 사익을 위해 이용하는 적폐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공공성을 생명으로 여겨야 하는 한인회는 일부 개인을 위해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한인회는 사익이나 명예욕 또는 정치적인 입지를 추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단체가 아니다. 한인회라는 듣기 좋은 타이틀을 자신들의 방패막이처럼 오용하는 것은 더욱 안될 일이다. 한인회는 한인들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한인들에게 무슨 혜택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야한다. 한인회라는 이름을 이용해 각종 사욕을 채워서는 안 된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이민사회의 언론사는 특히 지역 한인 사회와 그 운명을 같이한다. 커뮤니티 내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것은 물론 미국 사회와 네트워킹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한인 커뮤니티안으로 가져 들어오는 역할도 해야 한다. 언론의 사회 감시적인 기능도 있지만 이민사회에서는 감시보다는 보호의 개념에 더 강하다. 불법적인 점을 문제 삼기보다는 계몽이 우선이며 커뮤니티 일원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하는 완충 역할도 해야 한다. 막말로 한인들이 경영하는 식당들 중에 노동법과 관련하여 불법적인 요소가 없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런 점을 일일이 고발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설령 잘못이 있더라도 미국 사회이다 보니 우리끼리 이해하는 편이 합당해 보인다.

이민사회에서 언론사는 미국 주요 미디어들의 책임보다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진정한 언론사라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커뮤니티에 있는 언론사라고 하더라도 언론의 기능을 충실히 해야 한다. 즉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견제기능을 상실하고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짓은 삼가야 한다. 한인회의 권력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한인회가 가지고 있는 일말의 공신력을 이용해 사적이득을 취하려고 한다면 매우 잘못된 것이다. 한인회는 디트로이트 커뮤니티에 있는 한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일부 개인이나 업체의 입신양명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시간 사회의 지도자들은 언론의 비판을 받을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언론’이 바로서려면 ‘어른’들이 먼저 바로서야 한다. 즉 언론을 통해 자신의 치적을 과장해서 드러내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 물론 그런 지나친 바람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뉴스다운 뉴스만 다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릇된 욕망과 어용 언론이 야합하면 커뮤니티를 혼란스럽게 하는 자가발전식의 가짜뉴스가 생성된다. 가짜 뉴스는 긍적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진리가 아닌 부정은 잠시 득세할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사그라지게 마련이다. 커뮤니티의 수준이 높으면 자정작용의 속도는 빠를 것이며 그렇지 못하다면 혼란은 오랫동안 지속된다. 미시간 한인사회가 오랫동안 갈피를 못잡고 혼돈한 것이 2017 우리의 자화상이다.

 

MBC 정상화가 주는 교훈

한국의 MBC 방송국의 김장겸 사장이 해임되면서 지난 정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9월 4일부터 71일 간 계속돼 온 총파업을 중단했지만 “김장겸 사장은 물론 보도국장 등 MBC를 망친 사람들이 모두 징계 받고 사죄할 때까지 시사교양국은 제작거부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권을 위한 비판 보도를 차단하고 친정권적인 편향적인 보도를 유지하기 위해 김재철, 김장겸 사장등이 임명되면서 MBC는 최고의 방송국에서 시청률 최저의 방송국으로 추락했고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었다. 정권을 비호하는 나팔수와 같은 방송은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의식이 있는 기자들과 방송인들로 구성된 노조들이 파업이라는 강수로 대항했지만 보직변경과 해임조치 등으로 난항을 겪어 왔다.

그래도 MBC와 같은 대형 방송국은 노조가 있어서 잘못된 결정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미국 이민사회의 영세한 언론사들은 그렇지 못하다. 언론사 사주가 그릇된 판단이 야기하는 사회적인 악영향은 막을 수 없는 봇물과도 같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 더 점검하고 더 숙고해서 뉴스다운 뉴스를 실어야 한다. 자기감정이나 사욕에 눈이 멀어 숭고한 펜대를 잘못 놀리면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된다. 만약에 내 신문사에 노조가 있었다면 나의 잘못된 판단에 어떤 제동을 걸지를 미리 생각한다면 좀 더 바른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 화합의 산파 vs 커뮤니티 성장 저해 요인

따라서 언론사 사주가 어느 수준인지 또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언론사는 사회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매체는 개인이 쓰는 일기나 회의록과는 다르다.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고의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범죄행위보다 나을 것이 없다. 한국과 같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있어서 매체의 수준을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자질이 없는 매체는 이민사회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고의적인 거짓 및 과장 보도, 사익을 조장하는 보도는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새해에는 독자들의 눈살을 찡그리게 하는 언론의 적폐가 없어지기를 소원해 본다.

 

어떤 개인가?

흔히 언론은 언론학자들 사이에서 개에 비유된다. 4가지의 형태가 있는데 워치독(Watchdog), 랩독(Lapdog), 가드독(Guard dog), 슬리핑독(Sleeping dog)이다. 다음은 2016년 4월 27일 방송된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내용인데 언론의 형태가 잘 설명되어 인용한다.

워치독은 ‘감시견’을 뜻한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며 자유주의 체제의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건강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위해선 언론의 역할이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던 토머스 제퍼슨의 유명한 말은 이 워치독 신봉론의 금과옥조가 되었고,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던 워싱턴포스트지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는 언론의 워치독 역할이 현실세계에서 구현된 가장 좋은 예로 꼽히곤 한다.

반면 랩독은 말 그대로 권력의 애완견 같은 언론을 뜻한다. 주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달콤한 간식을 받아먹는 그 안락함에 취해버린 언론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랩독은 결코 권력구조에 비판적일 수 없다. 다만 거기에 동화되고 기생할 뿐이다. 권위주의 시대의 언론은 이런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감시견이나 애완견 같은 단순한 논리로 설명하기 힘든 또 하나의 유형을 학자들은 내놓았다. 그것은 가드독(Guard dog) 즉 경비견이다. 가드독의 역할은 좀 복잡하다. 언론 그 자신이 기득권 구조에 편입돼서 권력화 됐고 그래서 권력을 지키려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그들이 지키려 했던 대상을 향해서도 공격적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지키려 했던 대상의 권력이 약해졌을 때, 혹은 지키려 했던 대상이 자신의 이익과 반하게 될 때의 이야기다.

마지막 유형은 슬리핑독(Sleeping dog)이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하면서 잠만 자는 독이다. 지역사회에서 아무런 기능도 안하면서 광고만 받는 광고지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미시간에 있는 자칭 언론들은 어떤 언론인가. 우리 동포들은 지금 어떤 언론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는가. 우리를 언론이라고 할 수는 있는가. 언론이라고 불릴 자격은 있는가. 언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유혹과 맞서는 치열하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가. 알량한 펜대를 이용해 내 편, 네 편을 나누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

2018년 황금개의 해를 기다리면서 본인이 발행하는 주간미시간을 포함해서 미시간 지역에서 자칭 언론이라고 주장하는 매체들이 어떤 유형의 개가 될지 고민해 볼만하다.

커뮤니티 화합을 위한 산파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커뮤니티 성장을 방해하는 저해 요인이 될 것인가. 올바른 판단과 처신을 하는 한 해가 되기를 고민하며 다짐해 본다.

김택용 주간미시간 / 마이코리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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