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머리가 좋아지는 팁(32)

– 부제: 문학과 영화 속의 수학

수학과 문학은 절대 같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한국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 지는데, 학생들이 장래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보다는 고1 때 적성시험이란 것을 치른 후, 그 결과에 따라 문과 또는 이과를 선택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 또는 자라면서, 아니면 학교를 다니면서 어떤 영향을 받아 자기자신의 재능을 판단하고 결정하여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부모님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은 오직 대학교의 간판이나 앞으로 유망할 것이라며 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막연히 돈 벌이가 잘되는 학과를 선택하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과 다르게 미국의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재능을 잘 살펴서 그 아이가 앞으로 쭉쭉 뻗어나갈 수 있도록 counseling 만을 할 뿐, 더 이상 참견(?)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많은 문학 책을 권하는데 수학자나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도 과학이나 수학이 들어있는 문학 책을 많이 읽는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수학과 문학은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느끼는데, 문학 작품에 수학이 들어 있으면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숫자(number)가 들어 있는 문학 작품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신경숙의 소설 <<아름다운 그늘>>에는 … ‘우리들의 권태도 51%를 향해 나귀걸음을 걷고 있었다’는 표현이 나오며, 또 35살에 요절한 일본의 단편 소설가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나생문>>에는 … ‘하인은 60%의 두려움과 40%의 호기심에 이끌려 한동안은 숨쉬는 것도 잊고 있었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런 작품에서는 숫자가 문학적인 표현을 강조하려는 보조적인 장치이나 이에 비해 수학이 보다 본격적으로 반영된 문학 작품들도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방랑 시인 김삿갓의 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름다운 명사십리 강포를 보라. 모래알을 한 개씩 세어 보니 그 수가 부모님의 연세와 같구나’ 라는 내용이다. 위의 시에는 부모님의 연세가 모래알 수와 대응이 될 만큼 오래 사시라는 ‘만수무강’의 바람이 담겨 있다. 좀 어려운 이야기지만 20세기 초 수학자 칸토어는 ‘전체와 부분 사이에 일대일 대응이 성립’한다면 그것을 ‘무한’으로 정의했다.’ 물론 말이 억지 일지 모르지만 김삿갓은 모래알을 부모님의 나이에 일대일로 대응시켜 무한의 수학적 개념을 구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또 칸토어는 ‘수학의 본질은 자유에 있다.’라는 유명한 말도 남겼는데, 문학 역시 자유를 본질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수학과 문학은 평행선이 아니고 자유를 추구 한다는 점에서는 crossing point(교차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에서 중요한 은유와 사고의 함축은 수학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수학자 바이에르슈트라스(Weierstrass) 는 ‘시인이 아닌 수학자는 진정한 수학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스트 셀러 작가인 조세희가 1980년대에 발표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유명한 연작 소설의 첫 번째 작품은 <뫼비우스의 띠>이다.

뫼비우스의 띠를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만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것이 뫼비우스의 띠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지만, 뫼비우스의 띠는 긴 직사각형 모양의 종이 띠를 180o 꼬아 양끝을 연결하면 보통의 고리와는 달리 안과 밖의 구분이 없어지게 된다. 뫼비우스 띠의 한 곳에 출발점을 찍은 후, 고리를 따라 선을 그리면 안과 밖 모두에 금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보통 고리는 안쪽에서 선을 긋기 시작하면 안에만 그려지고, 반대로 바깥쪽에서 선을 긋기 시작하면 밖에만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엔 안팎 양쪽의 금을 따라 한 번 가위로 오려 보자. 뫼비우스 띠가 두 조각으로 나뉘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고 하나의 얇고 커다란 뫼비우스 고리가 만들어 진다. 만일 여러분이 뫼비우스 띠를 만들어 확인해 보면 이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신기한 고리를 처음 생각해낸 사람이 독일의 수학자 뫼비우스인데 그가 1858년에 파리의 과학협회에 뫼비우스 띠에 대한 논문을 제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뫼비우스 띠는 앞면이 뒷면이 되고, 또 뒷면이 앞면이 되므로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거꾸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이중(two layers)적 의미를 나타내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사용된다. 또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 띠처럼 빈부(poor and rich)의 격차가 없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뫼비우스 띠는 또 위상수학(Topology)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촉발시킨 순수한 수학적 개념이지만, 우리들이 잘 생각해 보면 실용적인 면에서도 그 활용 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중에는 뫼비우스 띠 모양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벨트를 그대로 거는 것 보다 쉽게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위에서 설명했듯이 뫼비우스 띠에 선을 그리면 안팎이 모두 그려지듯, 한 바퀴 돌 때마다 벨트가 기계에 골고루 닿게 되므로 균일하게 마모되어 벨트의 수명이 길어진다. 그러므로 뫼비우스 띠의 원리를 이용해서 컨베이어 벨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대로 실행에 옮긴 사람은 아마도 부자가 되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이 우리가 배웠거나 알고 있는 수학적 사고나 상식을 우리의 실제 생활이나 비즈니스에 접목을 시킨다면 아주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에 다닐 때, 산수를 매우 잘하는 아이가 있었다. 계산 문제가 나오면 남들 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정답을 말했는데 그 친구는 주산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남들 보다 셈이 빨랐던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연산이지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었으므로 그 친구는 초등학교 산수에서는 매우 우수했지만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듯 한국 학생들을 보면 암기식 수학은 강하지만 이해를 요구하는 수학에는 많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과학이나 수학문제에서 특히 각 과목의 story 문제에는 매우 어려움을 나타내는데 그들이 영어는 잘하나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학적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를 키워야 하는데 그 해결 방법이 쉽지가 않다.

또한 영화 속에도 심심치 않게 수학이 등장하는데, 수학 천재가 등장하는 영화로 <<Good Will Hunting>>을 꼽을 수 있다. 주인공인 윌 헌팅은 심리적 장애를 가진 MIT 공대의 청소부이지만, MIT 학생들도 쩔쩔매는 수학 문제를 쑥쑥 풀어내는 윌 헌팅의 비상함을 소재로 한 영화고, 또 다른 영화 <<파이(π)>>는 원주율 파이에서 나온 제목으로 역시 천재 수학자를 소재로 한다. 이와 같이 수학자를 소재로 다룬 영화도 있지만, 수학이 바로 소재인 영화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Hollywood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다이 하드 3>>에서 악당은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주인공 존 맥클레인에게 문제를 내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금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 폭발을 막으려면 5분 안에 부피가 4 gallon인 물을 물통에 채워야 한다. 그런데 물통은 3 gallon과 5 gallon 짜리 물통만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조금만 생각하면 답은 그리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 5 gallon 짜리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5 gallon 짜리 물통의 물을 3 gallon 짜리 물통에 물을 채우면 5 gallon 짜리 물통에는 2 gallon이 남는다. 3 gallon 짜리 물통의 물을 버리고, 5 gallon 짜리 물통에 남은 2 gallon 물을 다시 3 gallon 짜리 물통에 물을 채우면, 3 gallon 짜리 물통엔 1 gallon 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다시 5 gallon 짜리 물통에 물을 채운 후, 3 gallon 짜리 물통에 가득하게 부으면, 5 gallon 짜리 물통에서 1 gallon이 빠지게 됨으로 결국 5 gallon 짜리 물통에는 4 gallon이 남는다.

또한 블록버스터 영화인 <<메트릭스(matrix)>>는 수학의 행렬을 말하는데, 행렬은 수나 문자를 가로와 세로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하여 괄호로 묶은 것이다. 가로줄이 m개이고, 세로줄이 n개인 행렬은 m차원과 n 차원으로 대응시킬 수 있는데, 이것은 주인공이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을 넘나드는 것에 비유가 된다.

이렇듯 문학 작품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수학 문제에 연관이 있는 상황에서는 우리의 사고력을 접목시킴으로써 우리들의 잠재적 직관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참조 문헌:
이카루스 이야기, 세스 고딘 지음
비타민, 박경미 교수 지음

김준섭 박사/SKY M.I.T.C. 248-224-3818/mitcsk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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