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우 KDI 국제정책대학원장 남센터 3주년 축하 강연에서
[앤아버=주간미시간] 김택용 기자 = 미시간 대학교 남 한국학연구소(소장:곽노진) 주최 남상용 추모 강연회 3주년 행사에 특별 강사로 초대된 남상우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이 ‘재벌은 영웅인가 악당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국 재벌의 탄생 배경과 정경유착의 득실, 재벌의 순환 출자 구조 그리고 경제 민주화에 대한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남 원장은 “1940~60년대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한국의 재벌은 해방이 되면서 일본 소유의 산업들을 저가로 취득할 수 있었고 미국의 원조나 생산 설비를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매입하면서 탄탄한 기초를 닦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 56~57년사이 군소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대대적인 합병이 이루어 졌고 그로인해 몸집을 불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로 부터 저리 대출 및 세제 혜택을 받았고 채무불이행 기업들을 흡수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한 기업들은 중동 건설 붐과 종합상사라는 개념의 국제무역 신장 및 부동산 가치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급성장을 할 수 있었다.
성장 중심의 한국 경제가 관주도의 기간사업을 발전시키면서 재벌이 탄생했다. 정부가 주도해서 계획, 조직, 감시, 자원 할당 등을 총괄하고 기업들은 정부 중점 사업을 실행하는 업무를 맡았으며 은행은 사업 자금을 대주는 역할을 하게된 것이다. 정부가 기업과 은행의 위험(risk)를 보장해 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없는 최선의 조건이었다.
이런 유착관계가 초기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정부의 높은 개발 의지와 비교적 청렴한 관료 감시 체제가 가동되었고 저리 대출, 세제 혜택, 차관, 보호무역 등의 장려 정책이 존재하면서 수출 성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후 감시체계가 약화되었고 세계화와 시장 경쟁원리가 대두되면서 정부의 간섭이 약화되는 등 경제 환경이 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재벌들은 가족의 이익을 우선하게 되었고 정계와 재계가 서로 돕고 결탁하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게 되었다. 1997년에는 정계의 지원만 믿고 방만하게 경영된 일부 대기업들이 도산하게 되고 이것이 확산되어 IMF 시대를 맞게된다.
남 원장은 “가족 중심의 기업 경영에도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간의 헌신도, 열정이나 용이한 소통등은 장점중에 하나이다. 신속한 결정과 강력한 감시체계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불공정한 내부 거래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으며 줄도산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주주들의 이익보다는 재벌 가족의 이익을 중시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가족중심 경영은 경영자의 승계과정에서 잘 나타나 있다. 한국 대부분의 재벌들이 자식들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있으며 그룹내 거래와 계열사 과대 확장등으로 수익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내 10대 재벌들이 평균 63개의 계열 회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중 9.4개의 회사는 상장되어 있다. 10대 재벌 기업들의 대부분은 2세 및 3세들이 회장직을 승계했고 롯데만 1세 창업주가 경영에 남아 있는 상태다.
남 원장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순환출자에 대한 제재 조치와 코머스와 파이낸스를 분리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며 앞으로 그룹내 불공정 거래는 가중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경영 구조 개선에 대한 감시가 배가되어 민주적인 방법으로 경영진이 선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제 민주화는 박근혜 후보의 핵심공약이었으나 당선이 된 후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실종되었다는 비판이 있다. 남 원장은 “경기가 안좋을때 기업을 통솔한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부담일지는 모르지만 이런 변화를 이끄는 것은 국민들의 압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경유착은 이미 80년대에 막을 내렸지만 아직까지도 그 잔재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경제민주화는 기업정신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사회에 책임감을 가지는 기업으로 만드는 작업일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과 상생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히는 동시에 사회에는 맡은바 책임을 감수하는 믿음직한 기업으로 변화시키려는 국민적인 염원을 기업들은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후 청중으로부터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본 강연은 미시간 대학 미국 학생들을 포함해 지역 주민들도 참석해 경청했으며 스트림 미디어를 통해 미시간 주립대 학생들에게도 직접 송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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