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레사 프랭클린이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의 축가를 부를 때 썼던 모자가 한인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주문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취임식에서 프랭클린이 축가를 부를 때 TV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그녀가 쓰고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였다. 큐빅이 박힌 커다란 리본장식의 회색 모자는 단연 이채로웠다.
이 모자는 ‘미스터송 밀러네리(www.Mr SongMillinery.com)’에서 제작한 것으로 한인 1.5세인 송 욱(36 미국명 루크 송)씨가 디자인한 것이다. 송 씨의 23일 뉴시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프랭클린은 20년 단골이다. 취임식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하길래 입을 옷과 매치되는 색상의 모자를 특별히 디자인했다”면서 “취임식 때문에 이 모자가 유명해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인터뷰한 이날 그는 뉴욕타임스를 비롯, 월스트리트저널, LA타임스, CNN, 그래머 매거진 등 수십개 신문 방송과 릴레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며 언론의 폭발적 관심에 혀를 내둘렀다. 디트로이트 뉴센터에 ‘미스터송 밀러네리’ 쇼룸을 갖추고 있는 그는 미 전역의 500개 뷰티크에 다양한 디자인의 모자를 공급하고 있다.
취임식 이후 AP 등 일부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미 전역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프랭클린의 리본 모자는 특별히 제작한 것이어서 당장 공급하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들은 이날 하루만 1500개가 나갔다고 귀띔했다. 프랭클린의 모자는 소매가로 500달러 상당이지만 비슷한 디자인의 모자는 179달러라고 덧붙였다.
송 씨는 서울 태생으로 9살 때인 1982년 부모님(송한근 김진설)과 함께 미국 디트로이트로 이민을 왔다. 부모님이 이민직후 모자를 주 아이템으로 하는 악세사리 숍을 열었고 그는 뉴욕의 유명한 패션스쿨인 파슨스를 졸업하고 9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업을 이어받았다.
미스터송 밀러네리가 유명세를 얻은 것은 송 씨가 CEO 겸 수석디자이너로 취임한 2001년이었다. 그 해 라스베가스 매직쇼에 선을 보인 제품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국 매장에 공급을 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디트로이트에서 미스터송 밀러네리는 아레사 프랭클린을 비롯, 유명 여성 가스펠 가수들이 오래전부터 단골로 드나들고 있다. 단골 중에는 전 복싱 세계챔피언 토마스 헌스가 있다. 디트로이트에 사는 헌스는 아내를 위해 송 씨의 쇼룸을 자주 드나들만큼 애처가로 알려졌다.
미스터송 밀러네리의 법인 명은 ‘모자(Moza Incorporated)’다. 모자라는 한국 이름을 회사명으로 내세울 만큼 송 씨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강하다. 모자의 의미는 특별한 한가지가 더 있다. ‘엄마와 아들’이라는 뜻의 ‘모자(母子)’다. 그는 “미스터송이 아버지라면 모자(母子)는 어머니와 나를 말하니까 가족을 말한다”며 웃었다.
아직 미혼인 그는 “올 라스베가스 매직쇼에서도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제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고 세계 최고의 여성모자업체가 될 부푼 꿈을 펼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