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알려지지 않은 비사 공개

“김정은, 문 대통령 손 꼭 잡고 고마움 표시했다”

지난 6월30일 정전 66년 만에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북한 땅을 밟았고, 남북미 정상도 이날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회담 이후 122일 만에 다시 만나 자유의 집에서 53분간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는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 사흘 만인 7월3일 알려지지 않은 3자 회동의 비사를 공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귀띔하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은 것.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트럼프, “저 선 넘어도 되나?”…문재인 “손 잡고 넘는 건 괜찮다” 
트럼프 “내가 이 선 넘어도 되나” 김정은 “한 발짝 넘으면 북한땅”
세 정상 자유의집 갈 때 김정은, 문 대통령 손 꼭 잡고 고마움 표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가 이 선을 넘어도 되나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 발자국만 넘으면 이쪽(북측) 땅을 밟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십니다.”

6월3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DMZ로 향하던 시각. 김창선 북한 노동당 서기실장 등 북측 관계자들이 남측 자유의집과 평화의 집을 살펴보고 있었다. 사라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 등 미국 측 관계자와 군 관계자들도 분주히 오가며 현장을 준비했다.

▲ 지난 6월30일 정전 66년 만에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만났다.

 

“이 선 넘어도 됩니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3시44분쯤 문을 열고 모습을 나타냈고 계단을 내려와 군사분계선으로 걸어 내려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타나자 북측 판문각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걸어나왔다.

김 위원장보다 먼저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 도착했고, 김 위원장이 천천히 다가가며 손을 내밀었다. 곧 두 사람은 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악수를 나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내가 이 선을 넘어도 되느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한 발자국만 넘으면 이쪽(북측) 땅을 밟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신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두 팔을 크게 한 번 벌렸다.

경계석을 밟고 분계선을 넘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렸고 나란히 북측으로 몇 발자국 걸어갔다. 판문각 앞에서 멈춘 두 정상은 마주본 뒤 다시 한 번 악수를 나눴다.

두 정상은 오후 3시47분쯤 판문각에서 남측으로 건너왔다. 분계선을 넘기 직전에도 잠시 멈춰 서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리 굿”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분계선을 넘은 두 정상은 또다시 10미터 가량을 걸어 오후 3시51분쯤 남측 자유의집 앞에 도착했고 이때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의집 문을 열고 내려오면서 세 정상이 만났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만 자유의집 2층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별도 대기실에서 두 정상을 기다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한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오지 않았으면 민망할 뻔했다”고 답했다.

북·미 두 정상의 회담 모두발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어떤 사람들은 일부에서는 대통령님께서 보내신 친서를 내가 보면서 미리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이런 말들도 하던데, 사실 나는 어제 아침에 대통령님께서 그런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고, 정식으로 오늘 여기서 만날 것을 제안하신 말씀을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도 각하를 다시 만나고 싶고, 또 이 만남 자체가 특히나 이런 장소에서 만난 건 우리 북과 남 사이에는 분단의 상징이고, 또 이렇게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게 되는 이런 자리에서 오랜 적대적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이렇게 여기서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고, 앞으로 더 좋게 우리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만남이라고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또 앞으로 우리가 하는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각하와 나와의 사이에 존재하는 그런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아마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각하와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하는 그런 계속 좋은 일들을 계속 만들면서 우리가 앞으로 해야 될 일들에 맞닥뜨리는 그런 난관과 장애를 견인하는 극복하는 그런 신비로운 그런 힘으로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저도 마찬가지로 위원장님께 감사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목소리의 힘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목소리도 예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죠, 기자회견을 해보신 적이 없으니까요. 어쨌든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고, 또 문 대통령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우리가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인 순간이고요.

사실 저는 김 위원장님께 또 다른 이유에서 감사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SNS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 사실 이 자리까지 오시지 않았으면 제가 굉장히 좀 민망한 모습이 됐었을 텐데, 이렇게 나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 둘은 굉장히 좋은 관계를 지금까지 만들어왔습니다.

제가 대통령 당선이 되기 전, 2년 반 전의 상황을 돌아본다면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었었죠.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한국, 북한, 전 세계에게도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그 후로 우리가 이루어낸 관계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의미를 가져다준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시 한 번 제가 또 그 선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큰 영광이라고 생각을 하며 거기에 대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저를 그렇게 초대를 해주신 것인데, 사실 제가 할 수 있을지 생각을 못했지만 정말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론에서도 이야기를 했듯이 역사적인 순간인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과 함께하게 돼서 매우 기쁩니다.”

북·미 두 정상은 이날 오후 3시54분부터 회담을 시작해 오후 4시51분까지 약 한 시간가량 회담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남·북·미 세 정상은 함께 자유의집을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남북 두 정상은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4시52분경 세 정상은 포옹으로 작별인사를 나눴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배웅했다.

“저 선 넘어가도 됩니까?” 

청와대 관계자는 7월3일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당시 분계선을 넘기 직전까지 “백악관 어느 누구와도 의논하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던 뒷얘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의집 안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기다리던 순간의 일”이라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저 선을 넘어가도 됩니까’라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통역은 ‘넘어가면 안 됩니까’라고 통역을 했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수하고 손을 잡고 넘어가시는 건 괜찮습니다’라고 얘기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의전책임자와 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변에 아무와도 의논하지 않았고, 미국 의전팀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문 대통령은 그때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겠구나’라고 판단했다”며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 머릿속에는 선을 넘는 것을 마음먹고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을 만나러 내려가기 직전 미국 대통령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경험이 있는 문 대통령에게 자문을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 문 대통령이 나란히 자유의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오를 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을 표시했고, (남북 정상 간) 대화도 잠시 있었다”고 귀띔했다.

주간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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