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위에 권진영, 3위에 이충훈
[앤아버=마이코리안] 김택용 기자 = 미시간 한인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골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4년 전통의 미시간 한인 매스터즈 골프대회가 5일 입실런티에 위치한 이글 크레스트 리조트 골프장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2011년 한 해동안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했거나 골프협회장의 추천을 받은 싱글 핸디 캐퍼들이 출전 자격을 갖는다. 매스터즈는 아무나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초청 자체를 영광으로 받아 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한 해의 마무리하며 당년도의 챔피언을 뽑는 의미를 갖는 매스터즈는 미시간 골프대회 중 최고의 영예라고 볼 수 있다. 매스터즈 대회에서 매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하루에 2라운드 36 홀을 플레이하며 닥쳐오는 수많은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 첫 라운드를 잘 쳤다고 방심할 수 없다. 육신은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두번째 라운드가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하다. 첫번째 라운드 리더가 두번째에서 뒤집어 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였다. 첫번째 라운드에서는 장동조 씨가 77타로 선두를 달렸다. 김태규, 이충훈, 윤광식 씨가 79타로 뒤를 바짝 따랐다. 그 다음으로 권진영 군이 80타, 윤두원씨와 김병기 씨가 각각 82, 83타로 우승 가능 범위에 포함되었었다. 하지만 챔피언은 2라운드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은 김태규씨에게 돌아갔다. 두번째 라운드에서 70대를 친 것은 김태규 씨가 유일했다. 전반 라운드에서 79타, 후반 라운드에서 78타를 쳐 놀라운 실력과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작년 매스터인 김병기 씨도 대단했다. 올해로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체력과 정신력은 후배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히 두 달전 허리를 다쳐 주위를 걱정하게 했으나 꾸준한 재활 치료로 부활에 성공했다. 체력관리에 있어서 후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글 크레스트 골프장의 그린은 평소 보다 빨랐다. 퍼팅에 귀재라고 자칭하는 선수들인데도 4퍼팅이 자주 나올 정도였다. 지난 토요일 까지만 해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으나 이날의 날씨는 60도를 못미치며 쌀쌀해 골퍼들에게 또 다른 챌린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시간 한인 사회 최고의 선수들 다웠다. 36홀에서 27개의 버디가 나왔다. 매스터즈 초대 커미셔너였던 여운석씨는 6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130야드를 9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그린 앞쪽에 맞더니 홀로 빨려 들어갔다. 경사가 심한 곳에 홀이 있었으나 굴러 들어오는 볼엔 속수무책이었다. 미시간 최고 실력의 골퍼들이 벌이는 경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다.
매스터즈는 골프를 골프 자체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잔치다. 매스터즈에서 만큼은 타수나 경기룰을 속이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플레이해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매스터즈에서 속임수를 벌이다가는 미시간에서 골프 생명은 끝난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서로를 믿는다고 보아야 한다.
행사 커미셔너가 참여를 당부하거나 독려하지 않는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가 여부를 알려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참가를 부탁하고 아쉬운 소리를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참가 시킬 수 있지만 일부러 그렇게 운영하지 않는다. 매스터즈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보통 골프대회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 참가해 주는 것을 가지고 유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많지 않은 미시간에서는 더욱 그렇다. 골프 대회에 몇명이 참석했느냐를 놓고 행사의 성패를 판단하다보니 어떻게 해서라도 많은 사람을 유치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매스터즈 만큼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매스터즈는 숫자보다는 컬리티를 더욱 중요시한다. 물론 연락을 해서 참가 여부를 확인하기는 하지만 절대 참가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미시간에서 최고의 명예를 지켜야 하는 최고 실력자들의 향연인 매스터즈는 그에 걸맞는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이 참가자들 가운데 흐르고 있다.
매스터즈에는 우승을 하기 힘들지만 도전하는데 의미를 두고 출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시간 최고 골퍼들과 함께 플레이 하며 더 배우겠다는 겸손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한 둘이 아니다. 순수한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대회 운영도 깨끗하게 젊잖다. 출전한 사람들끼리 마음을 터놓고 사귈 수 있는 분위기도 형성된다. 매스터즈만큼은 그런 순수성을 지키며 좋은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는 자리로 지켜나갈 있기를 바란다.
사진: 주간미시간/마이코리안 김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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