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회 친목단체 수준에서 벗어나야
“나의 죽음을 왜군에게 알리지 말라” 이순신 장군이 노량 해전에서 쓰러지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장군의 죽음이 알려지면 왜군의 사기가 되살아나 조선이 다시 위험해 질것을 우려한 나머지 그는 죽음을 눈 앞에 놓고도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의 유언을 남겼다.
1598년 11월 19일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위해 이런 유언을 남겼다면 2011년 10월 디트로이트 한인회장 보궐 선거 선거관리위원회는 마치 “회장 보궐선거가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내린다.
제 33대 디트로이트 한인회장 보궐 선거 출마를 위한 신청 공고를 문화회관에서 처음으로 발행하는 미시간 저널에만 실은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시간 유일의 미디어인 주간미시간에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인지도가 없는 다른 매체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14일 신청 마감은 조용히 끝났다.
디트로이트 한인사회의 지도자를 뽑는 중대사를 보다 많은 한인들에게 알려서 좋은 후보가 출마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하는 것이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임무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명도도 없는 매체에만 공고를 내면서 소식이 널리 퍼져 나가는 것을 오히려 막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사고 있다.
왜 그랬을까? 광고비가 아까워서 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No’다. 한인회와 주간미시간은 이미 연간 광고 계약을 맺은 상태라서 광고비를 따로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다. 또 주간미시간도 광고비 몇푼 챙기고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공고는 한인 사회 전체에게 알리는 글이다. 선관위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데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두려워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을 두려워 한 것일까? 공고는 단순히 요식행위로써 낸 것이고 가장 적게 알려서 소문이 널리 퍼지지 않기를 원했던 것은 아닐까? 이미 내정된 후보가 있어 밀어주기식 음모였던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들도 있다. 체육관 대통령을 만들었던 5공화국이 생각난다.
선관위와 이사진들이 왜 이런 오해가 나올 빌미를 제공하는지가 의문이다. 이번에도 일부만 대변하는 지도자를 뽑아 놓고 전체 한인 사회를 대표한다고 인정해 버리려는 것인가?
고훈석 선관위원장은 전화상으로 “잘못된 것을 시인하며 아무것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시인했다. 위원장은 주간미시간에도 공고를 낼 것을 주장했지만 박원민 선거관리위원이 자신이 만드는 미시간저널에만 낼 것을 종용했다는 후문이다. 중립에서 공정을 기해야 하는 선거관리위원이 형평성을 잃고 내린 결정이 디트로이트 한인회가 어떤 모습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잘못되고 편파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람을 미워하고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적인 일을 처리할 때는 남이 보더라도 납득이 되는 방향으로 일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소수의 사견에 의해 움직이는 한인회는 하루 속히 친목단체 수준에서 탈피하여 이름 그대로 한인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주간미시간 김택용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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