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트로이트 한인회 주최 단체장 회의에서

[싸우스필드=마이코리안] 김택용 기자 = 디트로이트 한인회가 25일 주요 단체장을 초청한 가운데 상견례를 겸한 단체장 회의를 가졌다. 이 모임에는 디트로이트 한인회를 비롯해 미시간 상공회의소, 미시간 대한 체육회, 뷰티협회, 한미여성회 대표들이 참석했다. 조영화 디트로이트 한인회장은 “디트로이트 한인 사회를 위해 수고하시는 각 단체장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지역사회를 위해서 중요한 일을 하시고 계신 분들을 정식으로 만나 뵙게 되어 반갑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김진경 사무총장은 2013년 전반기 주요행사를 설명했다. 디트로이트 한인회는 시카고 문화회관 측이 제작한 고종황제, 역사의 재발견 사진 자료를 7개 지역 행사에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3월 1일 삼일절 행사 및 미대통령 봉사상 시상식을 개최하여 17명의 봉사자들에게 봉사상을 시상했다. 4월 3일에는 문화회관에서 열린 미시간 지역 영사단 모임을 후원했으며 4월 13일에는 130여명의 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순회영사 업무를 지원했다.
한인회는 후반기 행사계획도 발표하고 주요 단체들의 협조를 구했다. 6월 9일에는 한인 문화회관 주최로 단오축제가 열리며 광복절 기념행사는 8월 11일 워렌시에 있는 Halmich Park에서 열릴 예정이다. 2차 순회 영사업무가 8월 17일 문화회관에서 열리며 11월 중 노숙자들을 위한 ‘사랑의 잠바’ 기증도 추진할 예정이다.
본 모임에 참석한 한미 여성회측은 위안부들을 위한 기림비 건립 추진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그동안 준비위원장 직을 맡아오던 김수경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하고 차승순씨가 위원장직을 맡게 되었다. 그동안 기금모금 활동을 통해 $12,700이 조성되었다. 처음에는 기림비만 세우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언젠가부터 소녀상 건립까지도 논의가 되면서 사업이 확대되어 가는 양상이다. 기림비는 약 8천 달러, 소녀상은 2만 5천달러가 소요된다. 그동안 추진위는 싸우스필드 도서관 내부에 설치하는 방안을 놓고 관계자들을 접촉해 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싸우스필드 도서관 측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최근 허락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 추진위측은 디트로이트 주재 일본 총영사관측에서 도서관 관계자들을 만나 회유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본 모임에 참석한 단체장들은 기림비를 세우는 데는 대략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소녀상을 세우는 것은 자칫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런 시설물을 세우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수가 결정해서 추진하는것 보다는 한인 사회 전체의 여론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한인과 일본 인 커뮤니티간의 분쟁의 소지가 있고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득실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일본인들을 상대로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한국 지상사나 기타 음식점들이 이번 일로 인해 피해 당사자가 될 수도 있으니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민주주의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런 사업은 건립 그 자체보다 사후관리가 중요한데 한인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반영이 안된 상태에서 마무리되면 한인사회 전체로부터의 지지를 받아 낼 수도 없을 뿐더러 추진위가 좋은 일을 해놓고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의미가 있는 일이라도 디트로이트 한인사회 구성원들의 과반수 이상이 원하지 않으면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반대 의견이 있다면 그런 이유들이 본 사업을 더욱 견실하게 하는데 자양분이 될 수 있으며 그들을 설득할 타당성이 추진위측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통해서 본 사업이 오히려 한인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사업이 될 수 있으며 그래야 우리끼리 분열하는 빌미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진위는 잠정적으로 여론 조사를 위한 설문지를 영문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각 단체들도 일정 수를 연락하여 여론조사를 위한 샘플링 작업을 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각 단체가 100여명에게 설문지를 통해 의견을 모아 약 1000명의 샘플그룹을 만들 수 있다면 이들의 의견이 전체 3만을 대표한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더 많은 후원자들도 모을 수 있고 사업의 의미를 널리 홍보하는 교육의 효과도 커질 것이다. 단순히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기림비나 소녀상을 세우고 아무도 후원하지 않는 애물단지로 만들기 보다는 한인 사회 전체가 움직여서 건립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것이 인권문제라는 범인류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면 이런 사업을 한인들끼리만 추진하기 보다는 기타 커뮤니티나 미국인들도 포함시켜서 당위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단순히 한국과 일본간의 분쟁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한 도발성에 대해 함께 반성하고 교훈으로 삼자는 것이 기본 취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런 사업이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과 우리의 후세들에게 어떤 정신을 심어줄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의미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지만 이런 절차는 꼭 필요해 보인다. 성과욕에 휩싸여 소수의 추진위가 급하게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한인사회의 진정한 주인인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속도조절이 전문가적인 자세라고 여겨진다. 특히 기림비 및 소녀상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들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절차는 신중하고 민주적이여야 할 것 같다. 기림비 건립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이런 일에 왜 디트로이트가 굳이 나서야 하느냐, 한인회가 한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추진하는 것 아니냐, 뉴스의 중심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욕심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있기 때문에 한인 사회 전체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회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성숙해 보였다. 뜨거운 의욕만 가지고 섣불리 덤비는 아마추어적인 태도를 버리고 보다 신중하게 논의하고 대화하려는 성숙한 정신이 디트로이트 한인사회 단체장들 가운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장면이었다. 성숙한 사람들이 사람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라면 디트로이트 한인 사회도 분명 희망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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