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동산이 벼락부자가 되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을 구매할 젊은 사람들이 줄어드는 고령화 사회에서는 부동산은 매우 위험한 투자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일본은 지난 15년 동안 주택가격이 60~70%나 폭락해 있다는 사실은 부동산과 고령화의 관계를 잘 나타내주는 사회 현상입니다. 한국에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투자선택이 될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무분별한 주택융자의 남발로 2008년 ‘금융대란’을 겪었습니다. 사실 2008년 부동산이 폭락하기 전에도 장기간에 걸친 부동산 수익률은 물가상승 비율과 비슷하게 올라갔습니다. 이러한 사실에도 많은 한국동포는 ‘투자 혹은 은퇴계획’을 부동산 투자로 준비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에서 이민 온 많은 사람은 부동산 가격은 절대로 하락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광풍처럼 불어닥친 강남의 아파트 가격 상승 소식은 이런 믿음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신화가 얼마든지 급격하게 붕괴될 수가 있음을 역사는 보여줍니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있었던 땅값 폭락이 대표적인데, 당시 많은 영국인은 땅은 수입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므로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영국에서 상승에 상승을 거듭하던 땅값은 유럽 대륙으로부터 밀 수입이 자유화되는 것을 계기로 폭락하게 되었습니다. 밀을 수입한다는 것은 당시로써는 땅을 수입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임대아파트 가격 폭락 사태가 있었습니다. 필자가 미국에 왔을 당시 대도시의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임대아파트 여러 채 구매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여기에서 받는 임대수입으로 노후를 안락하게 보낸다는 ‘장밋빛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함께 상황이 급속히 바뀌었습니다. 도시는 점차 슬럼화되고 아파트 가격은 자고 일어나면 떨어졌습니다. 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은 교외로 단독주택을 사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도시의 세금이 적어졌습니다. 공공시설과 서비스가 엉망이 되어 갔습니다. 이러한 ‘도미노 현상’은 아파트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 자본시장의 역사는 길게 잡아야 약 40년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한인 동포들이 미국에 이민해 왔습니다. 이민 온 사람의 대부분은 맨주먹으로 시작합니다. 전문적인 직업이나 자영업이나 차이점이 거의 없습니다. 자식들 키우면서 먹고 살기에도 바쁜 이민생활이 시작됩니다. 이러한 시간이 한동안 계속됩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면 많은 세월이 지나갔음을 느낍니다.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해지고 기력도 옛날 같지가 않습니다. 아이들 교육시키면서 먹고 사느라 뚜렷한 노후대책이 없다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미국에 있는 뮤추얼 펀드와 같은 성격의 펀드가 한국에 처음 나온 것은 2000년 초입니다. 1990년 초 한국 방문하는 동안 뮤추얼 펀드에 대해서 강의를 했으니 그 후 10년이 지나서야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펀드가 나온 것입니다. 그전까지 일반인들이 목돈을 만드는 방법을 굳이 말해 본다면 ‘계(모임)’, 보험, 은행, 그리고 부동산입니다.
미국에서 주식투자는 잘 모르기에 노후대책으로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상가, 단독주택,연립주택, 아파트 등을 임대해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동산은 눈에 보이고 만져볼 수 있는 실제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아파트 가격이 1~2년 사이에2배로 올라갔다는 소식이 고국에서 날아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노후대책을 부동산투자로 이용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관리인(real estate management)을 고용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면 직접 모든 것을 고칠 수 있는 ‘손재주’가 필요합니다. 또한, 명의변경 등 여러 가지 부동산 관리 서류, 기본적인 세법, 임대가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만약 입주자가 임대료를 제때에 내지 않거나, 도망가거나, 분쟁을 일으킬 때 생기는 스트레스와 금전적인 손실은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입니다.
부동산을 관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근처에서 3층짜리 빌딩을 임대해서 나오는 수익으로 노후생활을 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이 하는 말이 “임대관리라는 것이 그렇게 손이 많이 가고 중노동인 줄 몰랐다.”라고 하면서 후회합니다.그런데다가 빌딩 가격마저 하락하고 대출상황이라는 압력마저 겹치면 되면 그 고통이라는 것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가 됩니다.
부동산 투자로 성공하신 분들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동산 임대사업은 은퇴 후 쉬어가며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상당한 전문지식과 노력이 요구되는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부동산은 여러 가지 투자 종목 중 단 한 가지 종목입니다. 투자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 분산투자(diversification)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동산에 은퇴자금 대부분을 투자한다면 그만큼 위험성이 많아집니다.
어떤 노후대책을 세울 것인지 본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지만, 결정하기 전에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명덕, Ph.D., Registered Investment Adviser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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