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도 갚을 수 있다”는 속담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장사꾼은 흔히 물건을 싸게 판다고 하면서 호객을 하다가 돌아가던 발걸음도 되돌리게 만드는 한 마디 말을 덧붙입니다: “말만 잘하면 공짜~!” 다른 한편, 성경을 보면 우리가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구절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야고보서 3장인데, 그에 따르면 인간의 혀는 큰 배를 좌지우지하는 작은 키, 숲을 태우는 작은 불씨와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야고보는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약3:2).
제9계명은 말과 관련이 있습니다. 9계명은 그냥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고, 거짓 “증언”(testimony)을 하지 말라고 명령합니다. 9계명이 선포되는 직접적인 배경은 이스라엘 사회에 있던 법정들입니다. 이스라엘에는 여러 형태의 법정들이 있었습니다. 보아스는 모압 출신 여인 룻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 베들레헴의 장로들 중 열 명을 마을 입구로 데려왔는데, 당시 마을 입구는 일종의 재판정이었고 장로들은 재판관이었습니다 (룻4:1-2). 이스라엘에는 공식적으로 임명된 재판관들도 있었는데, 예를 들면 사무엘은 전국을 순회하며 소송 사건들을 처리했습니다 (삼상7:16-17). 명재판관 하면 지혜의 왕 솔로몬을 빼놓을 수 없는데, 왕 역시 재판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삼하14:4-11; 왕상3:16-28).
그런데 어떤 형태의 법정이든 법정에서 증언은 매우 중요합니다. 증언의 진위에 따라 이웃의 손익은 물론, 심지어는 사람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습니다. 나봇은 자신이 사는 동네의 백성들에 의해 돌에 맞아 죽었습니다. 그의 죄목은 하나님과 하나님께서 세우신 왕을 저주했다는 신성모독죄였습니다. 이 죄목은 당시 율법에 따라 사형에 해당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위증에 의한 잘못된 심판이었다는데 있습니다. 결국 나봇은 거짓 증언 때문에 무고하게 죽어야 했습니다 (왕상21장). 예수님께서 로마 총독 빌라도 앞에서 재판을 받으실 때도 거짓 증인들이 동원되었습니다 (마26:60-61).
거짓 증거는 이웃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입니다. 잠언은 거짓 증거를 방망이, 칼, 뾰족한 화살에 비유하는데 (잠25:18), 이것은 위증이 단지 공중에서 사라질 말 몇 마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심각성 때문에 신명기 19:16-19은 누군가 거짓으로 증언을 한 것이 발각되면, 그 거짓 증언에 의해 결정되는 형을 거짓 증언한 사람이 받을 것을 명령합니다. 물론 증인 뿐만 아니라 재판관도 잘못된 판결로 이웃에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뇌물에 눈이 어두워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출18:21; 신16:18-20). 특히 성경은 재판관들이 부자들에게 마음이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신19:15).
십계명의 다른 계명들과 관련하여 9계명은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6-7계명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살인, 간음, 도둑질을 금하십니다. 그런데 9계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웃 사랑과 관련된 나머지 계명들이 바로 설 수가 없습니다. 한 공동체가 서로서로 거짓말만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누가 실제로 살인, 간음, 도둑질을 했는지, 혹은 실제로 이런 일들을 저지르기는 했는지 인간들로서는 입증할 길이 없게 됩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사회는 어떤 식으로든 돌아갑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사회 환경에서는 진실 보다는 힘과 재력이 항상 이기고, 약하고 재력이 없는 사람들은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9계명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번영, 즉 인간의 존엄성, 명예, 생명, 결혼, 소유 등을 보호해 주는 계명입니다.
9계명은 앞서 언급했듯이 일차적으로 거짓 증언에 관한 계명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계명도 좀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9계명을 거짓말이라는 넓은 의미로 확대 적용할 때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거짓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는 비방성 잡담(gossip)을 삼가야 합니다. 비방성 잡담은 이웃이 가진 명예를 손쉽게 깍아 내릴 수 있습니다. 이웃의 사소한 실수들을 농담형태로 여기 저기 소문을 내는 행위는 건전한 공동체를 이루는데 방해가 되며, 다툼의 불씨가 됩니다. 둘째, 성급한 판단은 거짓말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직접 목격하고 겪어보지 못한 사안들에 관해서는 다른 사람이 들려주는 보고에 의존해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가지 얄팍한 정보와 자신의 상상력에 의존해서 중대한 판단을 쉽게 내리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판단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마7:1-3), 이것은 판단을 도무지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섣부른 판단을 경솔하게 내려서 이웃에 해를 입히지 말고 조심하라는 말씀입니다 (참고–고전4:5). 셋째, 말을 교묘하게 바꾸거나 과장 및 축소하는 것도 일종의 거짓말입니다. 때론 우리는 어떤 사람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자신의 기호 및 선호에 따라 과장하거나 축소합니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며, ‘나’와 ‘남’이라는 말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9계명에 근거해서, 거짓 증거라는 강한 거짓말은 물론 비방성 잠답, 성급한 판단, 과장 및 축소 등의 약한 거짓말도 삼가야 하겠습니다.
9계명은 우리들에게 진실할 것을 당부하며 거짓 증거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거짓말을 멀리 할 것을 요구합니다. 3계명을 어기면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이름과 명예에 먹칠을 하게 되며, 9계명을 어기면 이웃의 이름과 명예를 훼손하게 됩니다. 성경은 우리들에게 권면합니다: “거짓을 버리고 각각 그 이웃과 더불어 참된 것을 말하라 이는 우리가 지체가 됨이라 (엡4:25). 진리의 하나님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가 9계명을 잘 지킬 때, 우리는 다른 여러 법률들이 목적으로 하는 공동체의 번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