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사각모자가 떠오르는 졸업시즌이다. 여기저기서 우수한 한인 학생들의 대학합격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International Academy(High School)를 졸업하고 올 가을 하버드대학에 입학하는 한 한인 여학생의 특별한 대학입시 준비요령을 들어보았다. 주인공은 세종학교에서 10년 이상 근속하고 있는 김선미 교감과 윤종규 변호사의 1남1녀 중 장녀인 윤재희 양. ‘남들처럼 특별히 잘 다루는 악기도 없고 제대로 하는 스포츠도 없는데 과연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은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부모들이면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대학입학 시 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방과 후 활동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어떤 것을 택하여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재희양 역시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거나 학교 수업에 충실히 임하면서 평점 4.0을 유지한 것 등으로는 여느 우수학생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보통 동양학생들이 방과 후 활동으로 대부분 택하고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이라든가 내셔널 스포츠 대회입상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차별화가 된다. 처음엔 재희양도 부모님의 성화에 태권도, 테니스, 피아노, 오보에, 피겨스케이팅 등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과외 활동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그다지 특별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본인에게 맞지도 않는데 괜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과감히 포기를 한 후 클럽활동에 전념하기로 했다.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믿어 온 재희양은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즐길 수 있는 교내 합창서클과 연극 서클에 들어가 활동 하였으며, Model UN에서는 친구와 함께 President를 맡아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유치원생 때부터 다닌 세종학교에선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입양아와 1.2세 반을 가르치는 선생님 역할을 해옴과 동시에 ‘친구클럽’ 이라는 독특한 모임을 만들어 리드하기도 했다. 이 클럽은 세종학교 교과 과정과는 별개로 미국인 부모에게 입양 되었거나 부모가 한국인 이지만 한국말이 서툴러 자녀들에게 숙제를 도와 줄 수 없는 가정의 아이들을 따로 모아 세종학교숙제와 한국어 튜터링을 해 주고 있는 모임이다.
이처럼 클럽활동에 치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남들이 다하는 악기나 스포츠를 안 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에서 나온 면접관이 자신의 활동을 살펴본 후 오히려 ‘전형적인 모습의 동양학생’이 아닌 것을 꼬집어 후한 점수를 주었을 때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에 몹시 기뻤다고 한다.
또한 재희양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가고 싶은 대학을 미리 정해 놓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때 인터넷이나 팸플릿을 보고 대학을 평가하기 보다는 직접 방문해 생생한 현장감을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만약 특별히 미 동부 쪽의 대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I-95 투어’라는 닉네임의 대학투어란다. 미 동부의 I-95 하이웨이를 끼고 북쪽의 보스턴에서 남쪽 워싱턴 D.C 지역에 이르기까지 걸쳐 있는 에머스트, 하버드, 예일, 브라운, NYU, 콜롬비아, 존스홉킨스, 조지타운, 조지워싱턴 대학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수한 대학들을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투어는 교정이 썰렁해지는 여름방학 때 보다는 스프링브레이크를 이용해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때는 대학생들은 아직 학기 중이므로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 하는 모습을 본다거나 직접 재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학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본인 역시 주니어 스프링브레이크를 이용한 이 투어에서 가고 싶은 대학을 마음속으로 정하게 되었으며 조금이라도 힘들 때는 대학교정에서 만난 재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곤 했다고 한다. 이때 조심 할 것은 하루에 한 대학을 둘러보기도 버거우므로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 말고 정말로 관심이 있는 몇 개의 대학만을 골라서 대학 웹사이트를 통해 등록을 한 후 방문하는 것이 정확하고 직접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재희양은 ‘요즘과 같은 시절에 하버드대학 간 것이 무슨 자랑이 된다고 인터뷰를 하느냐’는 쓴 소리를 들을 것 같아 매우 망설였지만 어쩌면 자기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살짝 용기를 내보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앞으로 소아암을 공부해 고통 받는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재희양의 소망이 머지않은 미래에 꼭 이루어지기를 고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