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 대법원에서 내린 판결에 따르면, 잘못된 법지식을 갖춘 경찰관이 ‘아직은’ 아무 범법 행위도 저지르지 않은 행인의 차량을 정차시켜도 수정헌법 제 4조항을 위반한 게 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 노스 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니콜라스 헤인이 미등이 고장난 차량을 운전하다가 정차 지시를 받은 경우다. 이 때 처음 정차 지시를 내렸던 경찰관이 차량을 세우고 내부를 살피다가 상당량의 코카인을 발견했고 니콜라스 헤인은 약물 거래 혐의로 기소되었다.
뭐가 문제냐고? 노스 캐롤라이나의 교통법에 따르면, 미등 중에 하나만 정상적으로 작동해도 상관없다. 즉, 미등 고장을 이유로 정차 지시를 내렸던 것은 물론 니콜라스 헤인의 차량에서 코카인을 찾아내 체포한 것까지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다.
니콜라스 헤인은 위와 같은 사항에 기반하여 코카인 소지 수색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상소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냈지만 노스 캐롤라이나 주 대법원에서 판결이 다시 번복되며 미국 내 최고 사법 기관인 미 연방 대법원에 사건이 상고되기에 이른다.
12월 15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작성, 발표한 법원 의견은 경찰관은 범법 행위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만한 “충분한 심리적 근거”만 있어도 정차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이 말인즉 경찰관은 ‘아직은’ 아무 범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정차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구두 변론 중 경찰 측의 손을 들어주며 “100명 중에 99명은 다른 모든 주에서와 마찬가지로 노스 캐롤라이나에서도 2개의 브레이크 등이 정상 작동하는 상태에서 주행해야한다고 생각할테니, 경찰관이 그렇게 생각하고 정차 지시를 내린 것도 이해할만하다”고 말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 법학 교수인 오린 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주장으로는 경찰관이 그 당시 옳다고 믿고 있던 법 조항에 따라 정차를 지시하는 건 타당한 행위였다. 그 상황에서 경찰관이 정차 지시를 내린 것은 과실을 범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한 게 아니다.”
이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법지식에 대해서 시민과 경찰관에게 어느 정도 이중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사람들도 있다.
미국 시민 자유 연합(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을 포함한 인권 시민 연합 단체들과 자유주의 씽크 탱크인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는 니콜라스 헤인 사건에 대해 “이 판결 결과는 시민이 유죄 판결을 받을 때면 ‘법률에 대한 무지가 아무런 변명 거리도 안 되는’ 반면, 경찰은 법률에 대한 무지를 악용해도 되는 사회 체계를 보여준다”는 내용의 소송 의견서를 제출했다.
연방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들은 노스 캐롤라이나 주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률 집행 기관이 잘못된 법지식을 바탕으로 사실상 실수를 저지르며 시민의 자유를 침해했고, 이는 경찰의 권위를 훼손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또 소송 의견서에 “시민은 주행과 관련된 모든 법조항을 숙지해야한다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노스 캐롤라이나 주 대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추정에서 경찰관에게만 예외를 인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헌법적 권리의 보호를 요청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경찰관은 법률의 수호와 집행을 맹세한 사람들이고, 그렇다고 해서 정차 지시를 내리고 더 나아가 시민을 체포하기 위해 모든 법 조항을 완벽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다.
출처: 케이포스트어메리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