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따라잡기] 레드 스테이트· 블루 스테이트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들의 지지율을 보도하면서 특히 각 주의 지지경향을 분석하곤 하는데, 미국에선 특정 정당을 전통적으로 지지해오는 주가 있는가 하면 선거 때마다 바뀌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이렇게 주의 특성에 따라 50개 주를 블루 스테이트, 레드 스테이트 그리고 스윙 스테이트로 구별해서 부른다.

지난 2008년 11월 4일 대통령 선거일 밤.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바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화합을 강조했다. “미국은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와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의 모임이 아니라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다”라고 말하자 지지자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당시 오바마 당선자가 말한 레드 스테이트는 바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를 말하고 블루 스테이트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를 말한다. 이렇게 당선 연설에서 언급할 만큼 미국은 공화당이 우세한 주와 민주당이 우세한 주가 뚜렷하게 구분돼 있다.

“왜 공화당과 민주당 우세 주를 색깔로 구분하는 걸까?”

공화당과 민주당을 색으로 구분하는 것의 기원은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지금과는 반대로, 공화당이 이끄는 북군 지역을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이후 선거에서도 계속 공화당은 파란색, 민주당은 빨간색으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했다. 이 전통은 20세기에도 이어져 왔는데, 역사적으로 보수 정당을 파란색, 진보 정당을 빨간색으로 표기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반대로 민주당을 파란색으로 공화당을 빨간색으로 표시하면서 사람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2000년 대선에 이르러서야 언론사들이 민주당은 파란색으로 공화당은 빨간색으로 색상 표기에 일치를 보면서 레드 스테이트, 블루 스테이트라는 표현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블루 스테이트, 레드 스테이트는 어떻게 결정되는 건가?”

오는 11월 8일에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시행되지만, 이 투표 결과에 따라 무조건 대통령이 결정되는 건 아나다. 대통령 당선 결과는 538명에 달하는 선거인단 손에 달렸다. 주마다 인구수에 비례한 선거인단 숫자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알래스카 같은 작은 주는 선거인 숫자가 3명이고 캘리포니아 주는 가장 많은 55명의 선거인이 배정돼 있다. 그리고 미국 50개 주 가운데 2개 주만 제외하고는 승자독식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니까 일반투표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는 대선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을 모두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인단 수의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러니까 11월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표를 더 얻어서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된다면 그 주는 빨간색 주 그러니까 레드 스테이트가 되는 거고, 민주당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어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면 블루 스테이트가 되는 것이다.

“블루 스테이트와 레드 스테이트를 대표하는 주들은 어디인가?”

민주당 우세주인 블루 스테이트는 진보적인 성향인 만큼 미 서부와 동북부 해안 지역의 약 20개 주가 포함된다. 대표적인 블루 스테이트는 미 서부의 워싱턴 주로 지난 7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연속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고 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 2명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워싱턴 주 외에 미네소타, 오리건, 캘리포니아, 뉴욕 주 등이 블루 스테이트로 꼽힌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레드 스테이트는 보수적인 성향의 미 중부 내륙과 남부 지역 주들이 포함된다. 대표적인 레드 스테이트는 남부의 앨라배마 주로 앨라배마 주에서는 지난 7번의 대선에서 꾸준히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다. 2명의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대부분이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앨라배마 주에 이어서 알래스카, 아이다호, 캔자스, 미시시피 주 등이 대표적인 레드 스테이트로 꼽힌다.

“스윙 스테이트는 또 뭔가?”

미국의 모든 주를 레드 스테이트와 블루 스테이트로 정확히 딱 반을 나눌 수 없다. 스윙 스테이트도 있는데, 스윙은 흔들린다는 뜻이다. 지지 정당이 일정하지 않고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스윙 스테이트 또는 경합주라고 부른다. 빨강과 파랑, 레드와 블루를 섞으면 보라색, 퍼플이 되는데, 그래서 스윙 스테이트를 퍼플, 보라색으로 표시하고 퍼플 스테이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게 바로 이 스윙 스테이트, 경합주이다. 민주, 공화, 양당 모두 명백한 우세를 장담할 수 없다 보니 대선 후보들이 사활을 걸고 스윙 스테이트에 집중한다. 미국 대선 관련 뉴스를 들어보면 대통령 후보들이 50개 주 가운데 유독 특정 주만 계속 찾아가서 유세활동을 펼치는 걸 알 수 있다. 바로 스윙 스테이트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이다. 어차피 블루나 레드 스테이트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대부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윙 스테이트는 10개에서 12개 주 정도가 꼽히는데,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는 뉴햄프셔, 네바다,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 콜로라도, 플로리다, 버지니아 주 등으로 선거 관련 지도를 보면 이들 주는 보라색으로 표기돼 있다.

“올해 대선에서는 어떤 색을 더 많이 보게 될까?”

사실 이번 대선에서 블루 스테이트가 더 많을지 레드 스테이트가 더 많을지 예측하기 힘든 면이 많다. 올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호감도가 역대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우세한 주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그리고 정치적 성향은 시간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워싱턴 DC와 가까운 버지니아 주는 동북부 출신의 젊은이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보수적이었던 주가 블루 스테이트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니까 오늘의 블루 스테이트가 내일의 레드 스테이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하겠다.

출처: V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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