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하윗 “혁신성장, 정부 지원 없이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2025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가 한국 경제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하윗 교수는 5월 15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경제의 “최전선”에 서 있다며, 혁신 주도 성장 전략을 비교적 잘 실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윗 교수는 조엘 모키어, 필리프 아기옹과 함께 202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들에게 “혁신이 어떻게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끄는지를 설명한 공로”를 인정했다. 특히 하윗 교수와 아기옹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 성장 이론으로 공동 수상했다.
“한국은 혁신성장을 실제 정책으로 옮기고 있다”
하윗 교수가 한국 정책을 높이 평가한 핵심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연구개발 투자다. 그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R&D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것이 반도체·AI·첨단 제조업 경쟁력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봤다. 둘째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지원 강화다. 하윗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창업기업과 중소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셋째는 재정과 물가 관리의 균형이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교적 건전한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온 점이 경제 성과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의 2026년 1분기 국내총생산은 전 분기 대비 1.7% 성장했으며, 5월 중순 기준 비교 가능한 수치를 발표한 22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로 집계됐다.

창조적 파괴 이론과 한국 경제의 접점
하윗 교수의 경제학은 단순한 성장률 숫자보다 “성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핵심 개념인 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기술과 기업이 낡은 산업과 방식을 밀어내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이론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도 2025년 수상자 발표에서 새로운 제품과 생산 방식이 기존 것을 대체하는 과정이 지속 성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AI, 바이오,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은 단순한 산업지원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하윗 교수가 한국의 스타트업·중소기업 지원을 긍정적으로 본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 만으로는 혁신의 확산에 한계가 있고,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해 기존 질서를 흔들 수 있어야 장기 성장이 가능 하다는 논리다.
“정부 역할”을 인정한 발언도 주목
하윗 교수의 발언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부 역할에 대한 평가다. 그는 경제성장이 민간기업의 혁신 활동만으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를 장려하고 조정하는 정책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시장이 알아서 성장한다”는 단순한 자유방임론과는 다른 시각이다.
물론 하윗 교수의 이론이 무조건적인 정부 개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정부가 특정 기업을 영구히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 기업이 등장하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낡은 산업에서 밀려나는 노동자와 기업이 새로운 생산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AP도 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를 설명하면서, 혁신이 성장과 복지를 높이지만 기존 기업과 일자리에 충격을 줄 수 있으며, 정책은 특정 일자리가 아니라 노동자를 보호하고 더 생산적인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 경제에 던지는 메시지
하윗 교수의 평가는 한국 경제에 대한 단순한 외교적 덕담을 넘어, 현재 한국이 직면한 과제를 보여준다. 한국은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고령화, 노동시장 경직성, 중소기업 생산성 격차, 청년 창업 생태계, 수도권 집중 같은 구조적 문제 도 안고 있다.
따라서 그의 칭찬은 “한국 경제가 이미 안전하다”는 의미라기보다, 한국이 성장 전략의 방향은 잘 잡고 있으나 이를 지속하려면 혁신 생태계를 더 넓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에 가깝다. 대기업의 기술 경쟁력,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스타트업 금융지원, 교육·재훈련, 물가 안정, 재정 건전성이 함께 맞물려야 장기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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