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한인들, 세대 아우른 북중미 월드컵 응원전 펼쳐
청소년들이 주도한 응원전… 우리의 후세들이 주인공이었다
미시간 대한 체육회와 디트로이트 한인 감리교회가 공동으로 주최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좁은 울타리 안에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큰 포부를 품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특히 미국 이민사회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낯선 미국 사회에서 자녀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정확히 아는 이민 1세 부모는 많지 않다.
이는 한인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늘날 미국 사회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유대인 이민 1세대 역시 처음에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부모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미국 사회에서 자녀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당당히 살아가려면 어떤 자질을 길러주어야 하는지 막막했을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막연히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좋은 직장을 얻고 미국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하버드와 같은 명문 대학들이 입학 심사에서 학업 능력 못지않게 사회성, 리더십, 참여도, 인성을 중시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대학은 단순히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을 뽑는 곳이 아니라, 캠퍼스 공동체와 미래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줄 사람을 선발하려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참여도와 리더십이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봉사와 협력의 경험을 쌓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똑똑하지만 고립된 외골수로 성장하기 쉽다. 그런 인물이 독선적 성향을 지닌 채 사회에 나올 경우,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를 세상과 연결시켜 주고 싶어 한다. 좁은 환경에 자신을 가두기 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자신을 연결하고 그 안에서 역할을 찾아가는 능력을 갖추기를 바란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1일 미시간 대한 체육회 와 디트로이트 한인감리교회가 공동 주최한 ‘북중미 월드컵 미시간 한인 응원 대축제’는 매우 고무적인 행사였다. 이번 행사는 세 가지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첫째, 한인 청소년 들이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이벤트에 함께 참여했다는 점이다. 둘째, “대한민국”을 함께 외치며 한민족으로서의 동질감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셋째, 어른들이 장을 마련했지만 실제 응원전의 중심에는 아이 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이날 행사의 관객이 아니라 주인공이었다.

미시간 대한체육회 이영일 회장은 인사말 에서 “시차와 거리를 뛰어넘어 오직 ‘대한 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목소리로 응원 할 수 있어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이어 “그라운드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달리는 선수들의 투혼은 이곳 미시간에서 저마다의 삶을 치열하게 일구어 가는 우리 동포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며 “이번 행사가 이국땅 에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을 하나로 묶고 위로하는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의 의미를 정확히 꿰뚫은 인사말 이었다.

체육회는 자신들의 수고나 업적을 과도하게 홍보하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동원해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행사의 초점은 철저히 참여자들에게 맞춰졌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어 주려는 고민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단순히 함께 응원하고 헤어지는 행사로 끝낼 수도 있었지만, 체육회는 더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바디페인팅, 포토존, 다양한 한국 음식, 어린이 응원용 티셔츠 등을 준비했다. 체육회 공금으로 마련한 경품도 풍성했다. 각종 생활용품은 물론 예선전 세 경기마다 삼성 갤럭시탭을 추첨을 통해 증정하기로 했다.
또 한국 대표팀이 32강에서 8강까지 진출할 경우 매 응원전마다 김치냉장고, 대형 TV, 전기압력밥솥 등을 경품으로 내놓고, 4강 진출 시에는 7박 8일 부부동반 크루즈 티켓을, 준결승 진출 시에는 한국행 항공권 1매를, 결승 진출 시에는 최신형 승용차 1대를 증정할 계획이다.
디트로이트 한인감리교회도 친교팀을 중심 으로 손님맞이에 정성을 다했다. 김밥, 떡볶이, 김말이튀김, 찐만두, 얼음식혜 등이 마련돼 체육관은 어느새 정겨운 동네잔치 분위기로 가득했다. 김응용 목사는 “지역사회 구성원 들이 함께 모여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기쁘다”며 참석자들을 환영했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의좋게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쁜 일인가”라는 시편 133편 1절의 말씀이 그대로 실현되는 현장이었다.

디트로이트 한인감리교회 강찬웅 친교부장은 “어릴 적부터 미시간에서 살아오면서 한인 들이 함께 모이는 행사에 참여했던 기억 이 지금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며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이제 나의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한인사회 행사에서 얻은 경험이 오늘의 자신을 풍성하게 만들었듯, 이날 체육관을 가득 메운 우리의 후세들에게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응원전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김스 태권도 수련생들은 브레이크 타임마다 무대에 올라 태권도 시범을 선보였고, 일부 학생들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체육회는 경기 시작 전 아이들이 미니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나라별 국기 맞추기 퀴즈 대회와 가족별 축구공 드리블 순서도 진행돼 어린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 월드컵 경기 시간대는 한국 기준으로 점심 무렵이라,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대규모 거리응원과 같은 장면을 한국에서 재현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 열기는 미시간 한인사회로 고스란 히 옮겨온 듯했다.
경기 후반 14분 체코의 라디슬라프 크레이치 에게 선제골을 허용하자 응원단은 잠시 낙담했다. 그러나 몇몇 어린이들이 먼저 “대한민국”을 외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다. 아이들의 연호에 어른들까지 동참했고, 그 마음이 선수들에게 전해진 듯 후반 22분 황인범 선수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어 후반 35분 오현규 선수가 역전골을 넣자 체육관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가끔은 서로의 생각과 차이를 잠시 내려놓고,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공통점 아래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하루였다. 이 날의 응원전은 단순한 축구 관람이 아니라, 미시간 한인 사회가 다음 세대와 함께 정체성과 공동체의 의미를 확인한 자리였다. 그리고 이 지역의 진정한 어른들이 우리 후세들을 월드이벤트와 연결시키려고 노력한 고마운 날이었다.
미시간 대한체육회와 디트로이트 한인감리 교회는 오는 18일 목요일 밤 9시와 24일 수요 일 밤 9시에도 같은 장소인 디트로이트 한인 감리교회, 42693 Dequindre Rd., Troy에서 대한민국 축구팀의 승리를 함께 기원하며 다시 한번 행복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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